휴~, 도로를 건너다 하마터면 멧돼지 같이 빠르게 달려드는 거대한 물건에 치일 뻔했네. 이렇게 위험한 도시에 왜 떼로 몰려오게 됐냐고? 우리도 다 사정이 있지.
북한산은 지금 하늘소에게 안성맞춤!
지난 여름 왜 갑자기 서울에 하늘소 떼가 나타난 걸까요? 그 원인으로는 먹이와 날씨, 생체 주기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어요.
먼저 최근 몇 년간 북한산에서 유행하고 있는 ‘참나무시들음병’이 주요 원인 중 하나예요. 이 병에 감염된 참나무는 잎이 서서히 마르다가 결국 죽게 돼요. 2013년 북한산에서는 전체 참나무의 59%인 약 158만 그루가 이 병으로 피해를 입었지요.
그런데 하늘소는 시든 참나무를 보금자리로 삼아요. 힘이 약한 나무의 껍질을 뜯어서 그 안에 알을 낳고, 여기서 깨어난 유충은 나무줄기 속으로 파고 들어가 겨울을 보내지요. 즉 참나무시들음병으로 힘이 약해진 참나무가 증가한 만큼, 하늘소가 더 많이 번식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또 올해는 예년보다 겨울에 얼어 죽는 유충이 적었어요. 하늘소는 유충 상태로 겨울을 보내는데, 그중 일부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지요. 그런데 올해 겨울 평균 기온은 1.5℃로, 지난 30년간의 평균 기온보다 1.2℃나 높았답니다. 그 결과 살아남은 유충이 예년보다 많아져서 성충의 수도 증가한 거예요.
이처럼 하늘소의 개체 수 증가를 한 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여러 가지 요인이 더해져 올해 북한산에 나타난 하늘소의 수가 예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답니다.
도심지의 불빛을 보고 날아온 하늘소
올 여름 하늘소가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서울 도심지까지 많은 수가 날아왔기 때문이에요. 하늘소가 도심지에 나타난 7월 말, 서울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하늘소가 도시에 나타났다는 민원이 처음 접수된 7월 20일은 그믐달이 뜨는 시기였어요. 그믐달은 왼쪽이 둥근 눈썹 모양으로, 새벽녘에 잠시 보였다가 해가 뜨면 사라지지요. 이후 달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그믐이 이어진답니다. 또 7월 15일부터 7월 말까지 서울 지역에는 비가 오고, 구름이 잔뜩 낀 날씨가 계속됐어요. 즉, 이 시기에는 밤하늘에서 달이나 별 등 천체를 관측할 수 없었지요.
하늘소는 야행성에 불빛을 쫓는 습성이 있어요. 이동할 때는 밤 하늘의 천체를 기준으로 방향을 파악한다고 알려져 있답니다. 즉, 7월 15일 이후 서울 하늘에서 천체를 볼 수 없게 되자 북한산에 있던 하늘소가 불빛을 따라 도시로 날아온 것으로 보여요. 그 결과 가로등이나 도시의 간판, 밝은 불빛이 모여 있는 인형뽑기방 같은 곳에서 발견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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