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갯바위에 붙어사는 조무래기따개비야. ‘해변’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니? 백사장? 아니면 갯벌? 내가 사는 곳은 이와 또 다른 곳이야. 갯바위와 같이 해변에 바위가 솟아 있는 ‘바위 해변’이지.
햇빛과 파도가 괴롭히는 곳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종류의 해변들이 있어요. 모래 해변과 펄 갯벌, 그리고 바위 해변이 있죠. 해변에는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데, 가장 많이 들어왔을 때와 가장 많이 빠져나갔을 때 사이의 구역을 ‘조간대’라고 부른답니다.
조간대에는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독특한 환경이 만들어져요. 특히 바위 해변의 조간대는 좁은 공간에 층층이 다양한 환경을 이루고 있답니다. 뜨겁고 건조한 곳에서 단 5cm만 벗어나도 서늘하고 습한 곳을 만날 수 있죠.
이런 곳에 사는 생물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어요. 그중 첫째는 바닷물이 없어졌을 때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거예요. 바닷속은 계속 수분이 공급될 뿐만 아니라, ●열용량이 커서 온도가 잘 변하지 않아요. 염분 또한 일정하게 유지되죠. 하지만 이를 벗어나면 수분도 크게 줄어들고, 날씨에 따라 온도도 잘 변하며 비가 오면 염분도 급격히 낮아진답니다.
●열용량 : 어떤 물질의 온도를 1°C 높이는 데 필요한 열량으로, 열을 가하거나 빼앗을 때 물체의 온도가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를 알려주는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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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 웅덩이는 군부, 집게, 해변말미잘 등의 조간대 생물들에게 중요한 안식처다.
이런 극한 환경을 피하기 위해 군부나 집게처럼 움직일 수 있는 동물들은 은신처로 숨어요. 습하고 그늘진 암반의 구멍이나 틈이 이들의 은신처죠. 특히 갯바위의 움푹 파인 곳에 바닷물이 고이면서 만들어진 ‘조수 웅덩이’는 몸을 웅크리고 있기에 안성맞춤이에요.
하지만 이곳도 3시간 정도면 햇빛과 빗물 때문에 온도와 염분이 변하면서 살기 어렵게 돼요. 그래서 대부분의 조간대 생물들은 각자 생존 전략을 갖고 있답니다.
따개비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생물들은 두꺼운 껍질로 뜨거운 햇빛과 파도를 막아내요. 우선 흡입 컵과 비슷한 모양의 족부(근육질)나 여러 점액물질을 사용해 암반에 단단하게 붙은 뒤, 입구인 개구부를 딱딱한 아가미뚜껑으로 막아요. 아가미뚜껑에 틈이 있으면 점액질을 사용해 꽁꽁 틀어막죠. 이렇게 꽁꽁 틀어막으면 몸 안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강한 파도에도 몸 내부를 지킬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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