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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희귀질환 어린이들을 돕는 과학자를 만나다!


12월 17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 ‘쉐어앤캐어’에 ‘수현이가 편히 걸을 수만 있다면’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어요. 이 글은 등록된 지 5일만에 공유 1079개, 좋아요 1만 420개를 받으며 목표 모금액 320만 원을 채웠답니다. 수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수현이가 편히 걸을 수만 있다면

수현이(가명)는 올해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 가 됐어요. 친구들과 함께 한창 신나게 뛰어놀 때지만 혼자서는 제대로 걷기도 힘들지요. 또 말을 하기도 어려워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땐 “꺅!”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게 수현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이랍니다.

수현이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이 장애가 왜 생겼는 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에요. 의사 선생님 은 수현이의 외할머니와 엄마도 비슷한 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유전병일 거라고 짐작할 뿐,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 방법을 모른다고 했지요. 

원인이나 치료 방법을 모른다고 했지요. 수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는 방법뿐이에요. 하지만 그마 저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수현이 가족 에겐 부담이 되고 있어요.
 

“ 과학으로 난치병 어린이들을 도울 거예요~!”

소식을 듣고 ‘RG코리아’가 수현이를 돕기 위해 나섰어요. RG코리아는 의사, 생물정보학자, 의료정책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단체예요. 2014년 5월,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최성민 전문연구요원, 국군춘천병원 신경외과 오시혁 과장,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유전학연구소 김종규 박사과정생 세 명이 함께 시작했답니다. 어떻게 수현이를 돕는지 연구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볼까요?



△최성민, RG코리아 대표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전문연구요원


△박지혜, RG코리아 생물정보학 담당
서울대 의대 바이오정보의학연구실 박사과정생

 
-왜 난치병 어린이들을 도와야겠단 생각을 했나요?

최: 2014년,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미국 레어지노믹스(RG) 지미 린 회장의 강연이 계기가 됐어요. 미국 RG는 크라우드펀딩으로 돈을 모아 희귀질환 환자들의 ‘분자 진단’을 돕고 있었죠. 강연을 보고 저와 김종규 씨, 그리고 오시혁 씨가 한국에도 RG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답니다.
 
-‘분자 진단’이 뭔가요?

박: ‘진단’이라는 건 특정 질병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걸 말해요. 분자 진단은 유전자 정보를 파악한 뒤, 유전자 정보 중 특이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이 어떤 질병과 관련이 있는지 분석해내는 거예요.

-분자 진단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박: 우선 희귀질환 어린이의 혈액을 채취해요. 그러면 유전체를 분석하는 전문업체에서 혈액에 포함된 유전체를 분리하죠. 그리고 그 안에 포함된 2만 개 이상의 유전자 정보를 모두 읽어요. 우리 유전자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네 종류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요. 업체에서는 이 순서를 읽어내는 거죠. 이 순서가 어떻게 돼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외모나 질병 여부 등이 결정된답니다.

이때 업체에서는 ‘ATCGACC…’처럼 순서를 읽을 수 있을 뿐 그 뜻은 모른답니다. RG코리아에서 이 정보를 받아 희귀병 어린이의 유전체에 특이한 부분이 있는지, 그 부분이 어떤 질병과 관련돼 있는지 후보를 찾아내지요. RG코리아에서는 찾아낸 후보를 의사 선생님께 드리고, 의사 선생님은 후보 질병에 대해 추가 검사를 진행해 진단할 수 있어요.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는 학생이셨나요?


최: 네. 그래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돈이 없었죠. 하하~. 돈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 ‘레인(RAIN)’이란 팀을 꾸려 창업 공모전에 뛰어들었어요. 2014년 11월 ‘제1회 메이킹 모어 헬스 체인지메이커 발굴 프로젝트’에서 우승하고, 2015년 2월 ‘제9회 아시아 소셜벤처 경진대회’에서 국내부문 1등 상을 수상한 덕분에 초기 자금으로 1100만 원을 모을 수 있게 됐어요.

-​가장 어려웠던 점이 뭔가요?

박: 우리나라에선 의사가 ‘분자 진단’을 목적으로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면 불법이란 점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미국은 의사가 직접 환자의 ●유전체 서열 분석을 진행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의료행위에 속하지 않아 불법이거든요. 그래서 방법을 조금 바꿔야 했어요. 저흰 희귀병 어린이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한 뒤, 의료진에게 참고자료로 제시하는 방법을 택했지요. RG코리아의 도움을 받은 의료진은 희귀병 어린이에게 추가 검사를 진행한 뒤,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답니다.

●유전체 서열 분석 : 우리 몸에 들어 있는 유전정보를 읽어내는 것.
 


-RG코리아의 도움을 받는 건 수현이뿐인가요?

최: 아니에요. 2017년 한 해 동안 수현이를 포함해 세 명의 어린이를 도와 주는 것이 목표예요. 수현이의 유전체 분석이 끝나는 대로 다른 어린이를 돕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열 예정이지요. 올해 예정된 두 번의 크라우드펀딩에도 <;어린이과학동아>; 독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어요.

●크라우드펀딩 : 기부나 투자 등을 목적으로 일반인들이 돈을 모으는 것.

 

희귀병 환자 중 어린이가 50%​
RG코리아는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어요. 전세계에 희귀병 어린이가 수현이 말고도 많기 때문이에요. 미국, 캐나다, 스페인, 이스라엘 등에 지부를 둔 RG는 RG코리아가 생기기 전부터 이미 70여 명의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진단을 한 적이 있답니다.

한 예로, 미국에 사는 ‘로버트 스톤’은 본래 휠체어에 앉아 ‘예’ 또는 ‘아니오’만 말할 수 있는 16살 소년이었어요. 음식을 삼킬 수도 없었죠. 그러던 중 미국 RG의 유전자 진단으로 ‘근육긴장이상 16’이라고 진단받았어요. 그 뒤 의료진은 파킨슨병에 쓰는 약물을 처방해서 로버트가 더 편히 움직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답니다.

이처럼 RG의 활동은 병명을 알지 못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어요. 베네수엘라에 사는 ‘다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랍니다. 10여명의 의사를 찾아다녀도 병명을 알아내지 못해서 결국 RG에 도움을 요청했답니다. 2015년 RG에서 다나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PACS-1 신드롬’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지요. 다나는 더 이상 병명을 알아내기 위해 새로운 병원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졌어요.

로버트나 다나 말고도 전세계엔 희귀병을 앓는 어린이가 많아요. 전세계엔 희귀병 환자가 3억 명이고 어린이가 그 중 약 50%에 해당하거든요. 다가오는 2월 28일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에요.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도 수현이와 같은 희귀병 어린이를 돕는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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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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