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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터뷰] 프로파일러, 배우로 2막을 올리다!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파묻힌 진실을 꿰뚫는 프로파일러를 본 적 있나요? 프로파일러는 범죄자의 심리나 행동을 분석해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고 도주 경로 등을 예상하는 경찰이에요. 


전국에 30~40명뿐으로 흔치 않은 직업이지요. 


그런데 오늘 소개할 주인공은 이 직업을 돌연 그만두고 배우가 됐어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2월 25일, 기자는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프로파일러 출신 배우 김윤희 씨를 만나 궁금증을 해결하고 왔답니다. 

 

 

 

2004년 유영철이 진술한 범행 장소인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 근처에서 경찰이 현장검증을 하는 모습. 


당시 잔혹한 범죄가 늘며, 우리나라에도 프로파일러 제도가 도입됐다. 

 

프로파일러에서 배우가 되기까지?!


“경찰청에서 대한민국 1기 프로파일러로 활동한 김윤희입니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이었을까요? 기자는 차가운 인상, 마음을 꿰뚫어 볼 것 같은 매서운 눈빛을 상상하며 조금 겁을 먹은 채(?) 김윤희 프로파일러를 찾았어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김 프로파일러는 부드러운 미소로 기자를 반겨주었지요. 


“2003년부터 2008년 사이, 대한민국에선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흉악한 범죄가 많이 발생했어요. 2003년 9월부터 약 1년간 20명을 해친 연쇄 살인범 유영철부터 부녀자들을 연쇄 살인한 정남규과 강호순까지. 범행 동기를 알 수 없고, 불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잔혹한 범죄 사건이 늘었어요. 미국은 1970년대부터 프로파일링 기법을 도입해 범죄를 수사했어요. 당시 우리나라 경찰도 기존의 수사 기법으론 범인을 잡는 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해 프로파일러 제도 도입을 검토했고, 2005년부터 공개채용으로 프로파일러를 선발해 키우기 시작했죠.”


김 프로파일러가 이 직업을 갖게 된 건 아주 우연한 기회였어요. 원래는 서강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전공하던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인터넷에서 본 제1회 한국범죄심리학회에 참가했다가 범죄심리학자로 유명한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를 만나며 운명이 바뀌었지요.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에 진학을 결심하곤, 석사 과정 중 공채에 지원해 형사과 과학수사계 소속 경찰 공무원인 프로파일러가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범죄 수사 관련 미디어 콘텐츠 자문과 배우를 겸직하고 있어요. 2016년 방영된 tvN드라마 <;시그널>;에서 보조작가로 활동하고, 직접 피해자의 역할로 배우로서 출연을 하기도 했죠. 김 프로파일러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볼까요?

 

Q&A 
궁금해요!

사람의 심리를 분석해 범행을 추리한다?

 

 

 

 Q프로파일러는 무슨 일을 하나요?


드라마에서 프로파일러가 “너가 바로 범인이야!”라고 외치며 범인을 콕 집는 장면 본 적 있나요?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웃음). ‘Profile’이라는 말이 윤곽을 그린다는 뜻인데, 프로파일러는 말 그대로 범인이 어떤 사람일 거라고 윤곽을 그려주는 사람이에요. 예를 들면 프로파일러는 범죄 현장과 기록들을 분석해서 ‘이 사건의 범인은 30대 후반,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얼굴을 아는 관계(면식범)이며, 공장 업무를 하고 초범일 것이다’처럼 범인의 연령, 직업군 등을 추리해,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범위를 압축해 주는 역할을 해요.

 

 Q범인을 어떻게 어떻게 추리하죠? 


현장에서 청테이프가 범행도구로 발견됐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럼 프로파일러는 과거 경찰 자료들 중 청테이프를 사용했던 범죄들을 모아 분석해요. 그리고 과거 사건과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찾죠. 지금은 데이터가 많이 쌓였지만, 저는 1기였던 만큼 범죄 수법이나 유형을 데이터베이스화시키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이때 외국의 사례들을 많이 참고했죠.

 

 


 Q사건 해결 과정을 알려 주세요. 


사건이 접수되면, 현장으로 출동해요. 현장을 바깥에서부터 안쪽으로 면밀히 들여다보죠. 사건 배경이 주택가인지 번화가인지, 유동 인구와 가로등 유무, 대문의 상태 등을 살피고 침입 방법 등을 유추해요. 실제 범행시간에 현장을 재방문해 특이점을 찾기도 하고요. 


용의자가 생기면 지문 감식, DNA 검사 등을 하는 과학수사대,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들과 모여 범인일 가능성에 대해 회의해요. 이때 형사가 심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이들을 대할 심리 전략을 세우기도 하고요. 범죄자들은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거나 조롱하는 등 다양한 성향을 갖거든요. 범인의 성향에 맞춰 형사에게 어떻게 심문하면 좋을지 전략을 드립니다. 

 

 Q범인을 검거하면 프로파일러의 일이 끝나나요? 


범인을 면담하고, 사건 기록을 정리해 모아요. 범행 동기 등 사건 전반을 분석하기 위해 범인이 살아온 환경, 범행 계획, 도주 경로 등을 물어보기도 하고,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한 기억 등도 조사해요. 때때로 심리검사도 진행합니다. 이 기록이 다른 사건 분석에도 사용되죠. 


반대로 사건이 장기화되면 끊임없이 프로파일링 합니다. 더 많은 사건 자료를 모으고 대조해요. 외국 사례를 비교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연구물로 발행하며, 비슷한 사건이 발생시 수사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죠.

 

 

 

 Q프로파일러로 일할 때 고충은 없었나요? 


범죄자가 제 앞에서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하는데, 순간 동정심이 생기기도 하고, 인간적으로 동질감을 느낄 때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선과 악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며 혼란스런 순간들이 있죠. 또, 자주 접하는 범죄 이야기들이 워낙 자극적이다 보니, 평소 사람들과 나누는 가벼운 대화에 공감이 어렵더라고요. 스스로 감정적으로 메말라가고, 어둠 속으로 잠식돼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죠. 프로파일러는 그래서 스트레스 관리를 정말 잘해야 해요.

 

 Q그래서 배우로 직업을 전향하신 거예요?


프로파일러로 일하다가 몸이 좋지 않아 큰 수술을 했어요. 이후 하고 싶은 건 다 해 보자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고민 끝에 결국 배우라는 꿈에 도전하게 됐어요. 우연한 기회로 tvN 드라마 <;시그널>;의 배우 겸 보조작가로서 범죄 관련 자문도 드리게 됐죠. <;시그널>;은 경찰학교에 있을 때부터 지켜봤던 2005년 발생한 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이 모티브가 됐어요. 전 피해자가 어떻게 공격을 당했을지, 범죄자에게 사전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일을 맡았는데, 드라마에서는 피해자 역할을 맡게 됐어요. 피해자 특성에 따른 범인의 태도를 이해하기 위해 프로파일링을 하는 것과 그 사람이 되어보는 건 다른 일이었어요.

 

 Q배우로서의 삶은 어떠신가요?


배우와 프로파일러의 삶은 다르면서도 비슷합니다. 둘 다 사람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다만 그걸 수사에 활용해 범인을 잡는데 포커스를 맞추느냐, 그 사람이 되어 표현하느냐의 차이겠죠.

 

 Q프로파일러에 어떻게 도전하면 될까요?


프로파일러가 되려면 대학에서 사회학이나 심리학을 전공해야 하는 자격 요건이 있어요. 하지만 어릴 땐 지적 호기심을 갖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으면 해요. 프로파일러는 세상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어 유리하거든요. 예를 들어, 수사를 하다가 범인이 읽은 책을 발견해요. 그럼 그 책 내용으로 범인의 성향을 유추할 수 있죠.


두 번째론 머리로만 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해요. 경찰학교에 입학하면, 체력시험도 거쳐요. 사격, 체포술 외에도 무도(태권도, 검도 등), 오래달리기, 팔굽혀펴기 등도 통과해야 하니 평소 열심히 운동을 하세요. 또,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자기만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거나 사건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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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혜란 기자 기자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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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 사진

    김윤희
  • 디자인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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