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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중력파 이야기

“ 내 말이 맞지? ”

“그것 봐! 내 말이 맞잖아!”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고? 흠흠…, 일단 내 소개부터 해야지.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 안녕! 나는 천재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야.
내 입으로 ‘천재’라고 하는 게 민망하지 않냐고? 아니, 전혀~! 최근에도 내 천재성을 증명할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났거든. 내가 100년 전에 예측한 ‘중력파’의 실체가 확인됐다는 소식, 모두 들었지? 내가 이 소식을 듣고 너무 흥분해서 이렇게 뛰쳐나왔다구!


 
중력파를 이해하려면 우선 중력에 대해 알아야 해. 흔히 중력이라고 하면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떠올릴 거야. 하지만 나는 ‘상대성이론’을 발표해서 뉴턴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중력을 정의했지. 둘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 궁금하다고?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중력


1600년대 과학자들은 태양계에 있는 행성들이 어떻게 태양 주위를 계속해서 도는지 궁금해 했어요. 그리고 이걸 ‘중력’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즉, 태양과 행성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작용해 행성들이 계속 공전한다는 거예요.

1687년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뉴턴은 태양과 행성의 중력을 연구해서 수식으로 만들어 냈어요. 태양계가 운동하는 현상을 수식으로 설명한 최초의 법칙으로, 이를 ‘만유인력 법칙’이라고 해요. 이 법칙에 따르면 질량이 있는 물체는 다른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을 가지고 있어요. 이때 물체들의 질량이 클수록 중력이 세고, 물체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중력이 약하지요.

1916년,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발표해 뉴턴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중력을 설명했어요. 뉴턴은 어떤 상황에서도 시공간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있는 물체로 인해 시공간이 변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즉, 아인슈타인은 우주를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진 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질량을 가진 물체가 시공간 그물을 휘게 만들면서 그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중력이 생긴다는 거예요.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어. 하지만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입하면 조금씩 오차가 생겼지. 이런 오차를 바로 내가 상대성이론으로 바로잡은 거야. 그리고 처음으로 ‘중력파’라는 개념을 알아냈지.

 
중력파는 “시공간의 그물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것”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어요. 우주를 편평한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물체들에 의해 휘어진 시공간의 그물로 생각한 거예요.
 
아인슈타인은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중력파’의 존재도 떠올렸어요. 중력을 휘어진 시공간 자체라고 생각하는 아인슈타인의 중력 개념에서는 물체가 움직이면 주위의 시공간도 함께 변해요. 이러한 시공간의 변화가 파도처럼 일렁이며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데, 이게 바로 중력파라는 거예요.
 
이런 중력파가 지나가면 그 곳의 시공간이 변해요. 즉, 공간이 늘었다, 줄었다, 시간이 느려졌다, 빨라지는 현상이 반복되지요. 과장해서 표현하면 사람의 모습이 양쪽에서 잡아당긴 것처럼 뚱뚱하고 키가 작아졌다가, 위아래에서 잡아당긴 것처럼 날씬하고 키가 커진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이처럼 순간적으로 시공간의 왜곡을 일으키는 것은 오직 중력파밖에 없답니다.
 
중력파의 정의에 따르면 사람이 점점 빠른 속도로 달리거나,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 때도 중력파가 생겨요. 하지만 실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시공간이 변하는 것을 알아챌 수 없어요. 이는 중력이 아주 약한 힘이기 때문이에요.

자연에서 가장 큰 힘인 강한 핵력의 크기를 1이라고 했을 때 가장 약한 중력의 크기는 6×10-39이라니, 얼마나 차이가 큰지 감이 오죠?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물체가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움직여도 아주 정밀한 측정 장비가 있어야만 시공간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을 정도랍니다. 이 때문에 아인슈타인이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한 뒤로 100년 동안 아무도 중력파를 발견하지 못했지요.





이제 중력파가 어떤 건지 알았겠지? 그런데 지난 2015년 9월, 과학자들이 최초로 실제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어. 그리고 이 결과가 올해 2월에 발표되면서 큰 화제가 됐지. 그렇다면 최초로 발견한 중력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을 그림으로 만나 볼까?

 
블랙홀 + 블랙홀 = 큰 블랙홀 + 중력파

과학자들은 가장 약한 힘인 중력으로부터 생기는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 우주로 눈을 돌렸어요. 우주에는 태양보다 수십에서 수백 배 무거우면서도 부피는 작은 블랙홀 등 강한 중력파를 만들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2015년 9월, 최초로 검출된 중력파는 지금으로부터 13억 년 전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의 주위를 돌면서 만들어진 거예요. 이 블랙홀들은 각각 태양 질량의 36배, 29배로 아주 무거우면서도 크기는 150km 정도였지요. 150km는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거리와 비슷해요. 이렇게 무겁고 밀도가 큰 블랙홀 두 개는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거리도 점점 가까워졌어요. 중력파의 세기도 점점 커졌고, 그러다 결국 하나로 합쳐졌어요. 이때 방출된 에너지는 3개의 태양이 동시에 폭발해 모든 질량이 에너지로 변한 것과 같은 엄청난 양이었어요. 이 순간 가장 강한 중력파가 퍼져나갔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영원히 중력파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심지어 13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곳에서 생긴 중력파를 지구에서 검출하다니!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검출한 걸까?

빛으로 길이를 재는 직각자, LIGO

중력파를 검출한 장치는 미국 남동부의 도시 리빙스턴과 북서부의 핸퍼드에 있는 ‘라이고(LIGO)’예요. 라이고는 4km 길이의 터널 두 개가 직각으로 놓여 있는 모습으로, 빛을 이용해서 미세한 길이의 변화까지 측정할 수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정밀한 자’인 셈이에요.

라이고는 두 개의 터널이 맞닿은 곳에서 양쪽 터널의 끝을 향해 동시에 레이저 빛을 쏘아요. 그러면 빛이 터널 끝에 있는 거울에 반사돼 다시 되돌아오지요. 이렇게 빛이 되돌아오는 시간을 계속해서 측정해요. 평소에는 두 터널을 지나온 빛의 시간이 똑같아요. 하지만 중력파가 지구를 지나가면 한쪽 터널의 길이는 길어지고 다른 한쪽 터널의 길이는 짧아져서 빛이 되돌아온 시간에 차이가 생기지요. 이때 두 빛이 간섭을 일으켜 빛 검출기가 신호를 감지한답니다.



라이고는 수소 원자핵의 1만분의 1 크기 변화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확도가 뛰어나요. 그 이유 중 하나는 터널 끝에 있는 거울 덕분이지요. 그런데 만약 거울이 땅에 직접 닿아 있으면 바람이나 지진으로 생긴 진동에 거울이 흔들리게 돼요. 그럼 거리가 계속 달라지지요. 따라서 라이고에 있는 거울은 외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도록 아주 무거운 철 구조물에 고정돼 있어요. 무게도 40kg 정도로 아주 무겁고 두껍지요. 이렇게 무거운 거울은 지구에서 생긴 빠른 진동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답니다.

라이고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13개국 과학자 1000명 이상이 참여한 프로젝트예요.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라이고가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에 기여했답니다.


역시 과학의 힘은 놀라워~! 100년 전 중력파는 그저 내가 주장한 하나의 개념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제로 중력파를 검출해낼 수 있게 됐잖아! 그렇다면 앞으로 중력파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까?


중력파를 발견해내기까지

1955년 미국의 물리학자 조세프 웨버는 알루미늄으로 된 2m 크기의 원통 모양 장비를 만들어 중력파 검출 실험을 했어요. 중력파가 지나가면 원통이 흔들리면서 원통 주위에 전류가 흐르도록 만든 거예요. 하지만 이 장비는 정확도가 떨어져서 사용할 수 없게 됐어요.

1970년대, 빛으로 거리 변화를 재서 중력파를 검출하는 연구가 시작됐어요. 중력파는 미세한 변화를 만들기 때문에 검출기를 크게 만들어야 했지요. 1972년 미국 MIT 레이너 와이스 교수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연구를 해오다 1994년 미국과학재단의 투자로 라이고를 건설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더욱 정밀해진 라이고를 이용해 2015년 9월, 중력파를 발견했지요.

라이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진동이 없는 실험실, 강력한 빛을 내는 레이저, 빛을 왜곡 없이 반사시킬 수 있는 거울 등 다양한 기술이 함께 개발됐답니다.
 


중력파, 어떻게 활용될까?

많은 과학자들은 왜 중력파를 발견하려는 걸까요? 첫 번째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에요. 중력파는 진짜로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 아인슈타인이 말했던 중력파에 대해 알고 싶기 때문이지요.

또한 중력파를 이용하면 또 다른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천문학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해 하고 있어요. 중력파 연구를 통해 이 답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답니다.

현재 우리는 전자기파를 이용한 망원경으로 우주를 보고 있어요. 하지만 빛과 전자기파를 발생시키지 않는 블랙홀 충돌은 전파망원경으로 볼 수 없지요. 그러나 중력파는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블랙홀 충돌은 물론, 초신성 폭발 등 아주 먼 우주에서 만들어진 신호도 지구까지 전달할 수 있답니다.

또한 전파망원경을 통해서는 우주의 탄생인 빅뱅이 일어나고 38만 년이 지난 다음의 모습만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중력파는 빅뱅이 일어나고 10-32초 뒤부터 볼 수 있답니다. 중력파는 오랜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인 셈이에요.

처음 전자기파를 발견한 헤르츠는 ‘전자기파는 아무 데도 쓸 데가 없다’고 말했어. 하지만 오늘날 인터넷이나 전화 통화 등의 무선 통신을 할 수 있게 만든 게 바로 전자기파지. 그러니 중력파도 앞으로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친구들이 커서 그 방법을 직접 찾아보는 건 어때? 방법을 찾게 되면 나를 꼭 불러달라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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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혜림 기자
  • 일러스트

    박장규, 오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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