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고생물학자들은 익룡이 가지고 있는 피크노파이버가 새와 공룡의 깃털과는 별개의 구조라 추측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드 신코타 연구팀은 투판닥틸루스에서 발견된 조직이 왜 깃털이라고 추측한 것일까요?
투판닥틸루스가 깃털을 가지고 있었다는 첫 번째 증거는 구조입니다. 투판닥틸루스 화석에서는 두 종류의 깃털이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볏 뒤쪽에서 여러 방향으로 갈라진 깃털이 발견되었는데, 이 깃털은 현대의 새가 가진 깃털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즉 익룡 깃털의 생김새가 공룡과 새가 가진 깃털과 비슷했더라는 것이죠.
더욱 결정적인 두 번째 증거는 ‘멜라노솜’입니다. 멜라노솜은 피부, 깃털, 털에 들어 있는 세포 소기관입니다. 색소인 멜라닌을 만들어 다채로운 색깔을 표현하지요. 서울대학교 고생물학연구실의 박진영 연구원은 “지금까지 멜라노솜은 공룡과 새의 깃털에서만 발견되었고, 멜라노솜의 구조를 통해 깃털의 색을 추측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연구팀이 전자현미경으로 깃털로 추정되는 화석을 확대 관찰한 결과, 멜라노솜을 찾은 거죠. 이는 익룡의 깃털이 공룡과 새와 기원이 같다는 증거가 됩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비슷한 구조와 소기관을 가진 깃털이 익룡과 공룡에서 별개로 진화했다기보다는 같은 조상에서 진화했다고 추정하고 있어서죠.
그러면 투판닥틸루스의 깃털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보통 새의 깃털은 하늘을 날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지만, 비행 이외에도 다양한 역할이 있습니다. 투판닥틸루스는 비막이 날개 역할을 하니 비행을 위한 깃털은 필요하지 않지요. 대신 연구팀은 이 깃털이 보온과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 말합니다.
우선 깃털은 따뜻한 공기를 품어 체온을 지켜주는 보온 기능을 합니다. 두 번째로 깃털은 다양한 색깔을 나타내 동족끼리, 혹은 다른 동물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도 쓰입니다. 수컷 공작이 화려한 깃털 꼬리를 암컷을 유혹하는 데 쓰는 것처럼 말이죠. 연구팀은 투판닥틸루스의 깃털 화석에서 두 가지 형태의 멜라노솜을 발견했습니다. 길쭉한 멜라노솜은 검정 색소를 만들고, 둥근 모양의 멜라노솜은 붉은 색소를 만들지요. 즉 투판닥틸루스는 다양한 색의 깃털로 이성을 유혹하거나 적에게 경고하는 등, 의사소통을 했다고 추측할 수 있지요.
●인터뷰
오드 신코타(벨기에 왕립 자연과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처음 깃털이 진화한 건
날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Q처음 깃털이 진화한 게 날기 위해서가 아니라고요?
예. 날기 위한 깃털은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져야 해요. 처음 진화한 단순한 형태의 깃털은 보온이나 의사소통을 하는 데 쓰였을 거예요.
Q이번 발견은 공룡과 익룡의 조상이 이미 깃털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인가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살았던 공룡과 익룡의 공통 조상은 이미 깃털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당시의 화석 증거는 더 찾아봐야 합니다.
Q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미 발견된 익룡 화석 중 깃털의 흔적을 놓친 것은 있지 않나 살펴볼 계획이에요. 이를 통해 익룡 깃털의 진화 과정을 알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