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리링~! 전화 왔다~, 전화 왔다!”
요란한 전화벨이 울리자 졸고 있던 개코 조수는 화들짝 놀라 전화를 받았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견우라고 합니다. 혹시 ‘염소자리로 다비흐1번길’로
와주실 수 있나요? 도와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앗싸, 출장이다!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오랜만의 바깥나들이에 신이 나
길을 나섰어요.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견우와 직녀, 또다시 못 볼 위기?
견우가 알려준 주소로 가 보니, 바쁘게 이삿짐을 풀고 있는 견우가 보였어요.
“견우 씨, 견우별에서 농사짓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동화나라에는 웬일이에요?”
“꿀록 탐정님도 아시다시피 저와 직녀는 칠월 칠석에만 만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까치와 까마귀로부터 오작교를 만들기 힘들다는 연락이 왔어요. 까치와 까마귀 보호 협회에서 동물권을 지켜 달라고 항의가 들어왔대요. 직녀와 제가 만나기 힘든 상황이 되어 옥황상제님께 다시 간청했더니, 여기 동화나라로 이사하는 걸 허락해 주셨죠.”
“잘됐네요! 그럼 직녀 씨는 어디 있나요?”
꿀록 탐정의 말에 견우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했어요. 그리고 산 너머 먼 곳을 가리켰지요. 커다란 봉우리 사이로 희미하게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어요.
“동화나라도 주택난이라 집이 별로 없더라고요. 서로 최대한 가까운 거리의 집을 구했는데, 막상 와보니 거대한 산이 저희를 가로막고 있는 거예요…. 흑흑.”
견우의 하소연을 들은 꿀록 탐정은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음…, 제가 이 분야의 전문가를 한 분 알고 있지요.”
꿀록 탐정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어요. 그러자 잠시 후, 차 한 대가 멈추더니 보안경을 쓴 정체불명의 남자가 내렸죠.
“꿀록 탐정님, 이 분은…?”
“반갑습니다. 알프레드 노벨이라고 합니다. 암석 폭파? 터널 시공? 제 전문이죠. 금방 됩니다. 아, 그 전에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노벨이 헤드폰을 쓰며 꿀록 탐정에게 말했어요.
“일할 때는 음악이 최고죠. 요즘 동화나라 차트를 휩쓸고 있는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노동요로 신청합니다.”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폭탄은 어떻게 폭발할까?
폭발은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양의 열과 기체가 만들어지는 급격한 화학 반응을 말해요. 보통은 화학 물질이 산소와 빠르게 반응하면서 일어나는데, 이때 만들어진 열이 기체의 부피를 급격하게 팽창시켜요. 팽창한 기체는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물체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압력을 받은 물체들은 부서지거나 파괴되죠.
폭탄은 폭발을 조종해서 원하는 목적에 사용하는 도구예요. 폭발을 일으키는 폭약을 용기에 채우고, 폭발을 조종하는 장치인 ‘기폭 장치’를 넣어놓은 구조지요. 기폭 장치로 전기나 불꽃 등의 에너지를 공급하면 폭약이 폭발을 일으켜요. 기폭 장치의 도움으로 폭탄은 터져야 할 때만 터지고 보통은 안전한 상태로 유지돼요.
폭탄은 11세기 중국에서 처음 사용됐다고 알려졌어요. 숯, 질산칼륨, 황을 섞어 ‘흑색화약’을 만들었지요. 화약에 불을 붙이면 질산칼륨이 산소를 공급하며 숯이 순식간에 타올라요. 황은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불이 붙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요. 그 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강력한 폭약이 개발됐는데, 그중 하나가 1847년 이탈리아 화학자 아스카니오 소브레로가 발명한 ‘니트로글리세린’이에요. 액체 상태의 니트로글리세린은 폭발하면 원래 부피의 1200배 이상으로 팽창하고, 5000℃ 이상의 열을 뿜어내는 엄청난 폭발력을 보였어요.
하지만 니트로글리세린은 매우 불안정해 자그마한 충격에도 쉽게 폭발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일어났어요. 스웨덴의 과학자였던 알프레드 노벨은 니트로글리세린을 안전하게 폭발시키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끊임없이 실험을 거듭한 노벨은 1867년, 규조토*에 니트로글리세린을 흡수시키면, 망치로 두드려도 터지지 않을 만큼 충격에 안정하면서도 폭발력은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폭약이 ‘다이너마이트’랍니다.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베이루트 폭발 사고와 질산암모늄
지난 8월 4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대규모의 폭발 사고가 발생했어요. 이로 인해 최소 200명이 사망하고, 6500명 이상이 다쳤으며, 3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어요. 어마어마한 폭발과 피해 탓에 목격자들은 “핵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정확한 폭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질산암모늄(NH4NO3)’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창고에서 보수 작업을 하던 중 화재로 1차 폭발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창고에 쌓여 있던 질산암모늄이 폭발해 대규모의 2차 폭발로 이어졌다는 거예요.
질산암모늄은 질산과 암모니아가 반응해 만들어지는 물질로, 주로 비료로 많이 쓰여요. 질산암모늄에 들어 있는 질소(N)가 식물에 필수적인 원소라, 토양에 부족한 경우가 많거든요. 질산암모늄은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에 질소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지요. 질산암모늄은 그 자체로는 안정한 물질이라 창고에 수백~수천 t(톤)씩 대량으로 쌓아놓고 보관해요.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의 창고에는 질산암모늄 2750t이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6년 동안 보관돼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질산암모늄은 폭탄으로도 쓰여요. 질산암모늄은 질산칼륨과 마찬가지로 다른 물질의 산화 반응을 도와주는 ‘산화제’로, 고온의 환경에서 보관되거나 불에 잘 타는 물질과 만나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질산암모늄과 경유를 섞은 폭약이 석탄이나 금속 채굴, 각종 건설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요.
일단 질산암모늄이 폭발하면 많은 양의 질소산화물이 만들어져요. 이렇게 만들어지는 질소산화물 중 이산화질소(NO2)는 적갈색을 띠어요. 베이루트 폭발 사고에서도 적갈색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목격되어서 질산암모늄이 폭발의 원인으로 지목된 거예요.
전문가들은 질산암모늄이 베이루트처럼 전 세계 곳곳에 방치돼 있다며, 또 다른 폭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우려하고 있어요. 또한, 값싸고 쉽게 제조할 수 있어 폭탄 테러에 악용되기도 하죠. 이런 위험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질산암모늄의 구매를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질산암모늄의 보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답니다.
# 에필로그
“꽈광!”
흥겨운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견우와 직녀를 막고 있던 산에 커다란 터널이 뚫렸어요. 견우는 터널을 달려가 직녀와 눈물의 상봉을 했지요.
“꿀록 탐정님! 노벨 씨!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딱 하나 있습니다만…. 좀 어려운 부탁입니다.”
선글라스를 벗은 노벨은 일행을 동화나라 PC방으로 데려갔어요.
“8시 정각이 되면 새로고침을 누르는 겁니다!”
꿀록 탐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그 부탁이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일 줄이야~.”
용어정리
*규조토 : 식물성 플랑크톤인 규조류가 쌓여서 만들어진 흙. 가볍고 무르며, 내부에 공간이 많아 물 등을 잘 흡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