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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세계 최초로 먹이를 물어뜯다
턱은 말을 하거나 음식물을 씹을 때 입의 위아래에서 움직이는 뼈예요. 하지만 곤충이나 새우처럼 뼈가 없는 동물도 턱을 갖고 있어요. 그렇다면 지구에서 처음으로 턱을 가졌던 동물은 누구일까요?
턱으로 단단한 삼엽충 물어뜯은 아노말로카리스
최초로 턱을 가졌던 동물은 약 5억 4000만 년 전에 살았던 무척추동물인 ‘아노말로카리스’예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고생물학과 로렌 뱁콕 박사팀은 캐나다에서 발견된 삼엽층 화석들이 옆구리마다 비슷한 모양으로 물어뜯겨 있는 것에 주목했어요. 그리고 그 물어뜯긴 모양이 아노말로카리스의 입 화석 모양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지요. 즉, 아노말로카리스가 턱을 이용해 단단한 삼엽충을 잡아먹고 살았던 거지요. 아노말로카리스의 턱은 뼈가 없는 형태로, 오늘날 곤충의 턱과 닮았답니다.
최초로 턱뼈를 가졌던 판피어
단단한 턱뼈가 있다면 더욱 강한 힘으로 물 수 있겠죠? 약 3억 5000만 년 전에 살았던 ‘판피어’는 최초로 턱뼈를 갖고 있었어요. 몸길이가 약 6m, 체중 1t이나 나가는 당시 바닷속 최고의 포식자였지요.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의 동물학자 마크 웨스트니트 박사는 판피어 화석을 관찰한 결과, 턱뼈의 일부가 이빨처럼 진화한 걸 발견했어요. 톱니처럼 들쭉날쭉하게 변한 턱뼈가 단단한 *법랑질로 덮여 있었던 거예요. 입을 여닫으면 위아래 턱뼈가 가윗날처럼 서로 스쳐 지나가는 구조랍니다.
연구팀은 판피어의 턱 화석을 본뜬 모형에 상어의 턱 근육을 달아 실험해 봤어요. 그 결과 단 0.07초 만에 약 590kg의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하지만 판피어는 이빨이 없기 때문에 딱딱한 먹이를 씹다가 턱뼈가 부러지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닳아버리는 단점이 있었어요.
* 법랑질 : 이빨의 표면을 덮어 내부를 보호하고 있는 물질.
최초로 날카로운 이빨을 자랑한 상어
‘상어(당시에는 고대 상어인 메갈로돈)’는 판피어보다 더 발달한 턱을 가졌어요. 날카로운 이빨이 나 있어 판피어와 달리 턱뼈가 닳을 걱정이 없었지요. 상어의 입 안에는 수많은 이빨들이 여러 줄로 나란하게 나 있어요. 앞줄에 난 이빨이 차례대로 빠져 버리면 뒷줄에 난 이빨들이 앞으로 움직이고, 뒷자리엔 계속 새 이빨이 자라지요.
상어는 판피어에 비해 비록 턱 힘은 약하지만(230~270kg), 판피어가 멸종된 뒤에도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바닷속 최고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어요. 미국 탬파대학교 댄 후버 박사는 평소에는 아래쪽에 숨어 있던 상어의 턱이 순식간에 튀어나오는 구조가 비결이라고 설명했어요. 이 덕분에 먹이를 한번 물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거죠.
진화 동물계에 일으킨 다양한 변화
아노말로카리스와 판피어, 상어는 강한 턱 덕분에 고생대 바다의 무서운 포식자로 살아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턱이 동물에게 힘만 주었던 것은 아니랍니다. 턱이 발달함에 따라 동물계 전체에도 엄청난 진화가 일어났거든요.
눈 뒤 구멍으로 턱을 더욱 강하게!
턱이 발달하면서 동물이 가장 먼저 얻은 것은 힘이었어요. 턱이 점점 강해지려면 근육을 발달시켜야 했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턱 근육이 너무 발달하면 입을 다물 때 근육이 접혀 들어가면서 뇌를 짓누를 위험이 컸지요.
다행히 동물들은 이런 위험을 피하는 쪽으로 진화하기 시작했어요. 턱 근육이 접혔다 펴질 때 두개골 안팎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눈 뒤에 커다란 구멍(측두창)이 생긴 것이지요. 포유류는 측두창이 하나지만 파충류는 두 개라서 턱 근육을 더욱 발달시킬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오늘날에도 파충류가 포유류보다 턱 힘이 더 강하답니다.
턱이 없는 동물은 먹이를 자르지 못해서 무조건 한 입에 넣어야 해요. 그래서 아무리 커도 자기 목구멍 크기만 한 먹이 밖에 못 먹지요. 하지만 턱이 있으면 입보다 훨씬 큰 먹이도 먹기 좋게 자를 뿐 아니라, 이빨로 여러 번 씹어 잘게 부술 수 있어요.
이때 턱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먹을 수 있는 것이 달라요. 악어나 도마뱀 같은 파충류는 턱을 상하로만 움직일 수 있어요. 이에 따라 입 안 전체에 한 가지 종류의 이빨만 나도록 진화했지요. 실제로 악어 같은 육식파충류는 고기를 찌를 수 있는 송곳니처럼 뾰족한 이빨만 나 있어요. 이구아나 같은 초식파충류는 풀을 자를 수 있는 톱니가 달린 납작한 이빨만 나 있고요.
반면 사람 같은 포유류는 턱을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어요. 입 안 위치에 따라 여러 이빨들이 각각 먹이를 자르고 찢거나, 잘게 갈 수 있도록 진화했지요. 그래서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답니다.
한편 육상동물이 소리를 잘 듣게 된 것도 턱 덕분이에요. 초기 육상동물은 턱을 땅에다 대고 진동을 느껴 소리를 들었어요. 하지만 점차 턱뼈의 일부가 음식을 씹는 대신 소리를 듣도록 모양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소리를 전달하는 모루뼈와 망치뼈, 진동을 울리는 고막 같은 청각기관으로 발달한 결과 공기 중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지요.
요리 두뇌 발달과 함께 작아진 턱
포유류는 턱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비교적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진화했어요. 그런데 사람의 턱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작은 편이에요. 심지어 사람과 닮은 고릴라와 침팬지 같은 유인원이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화석인류와 비교해도 훨씬 작지요. 왜 그런 걸까요?
불의 사용으로 턱은 작아지고 머리는 커져
유인원은 동물 중에서 사람과 가장 많이 닮았지만 식성은 달라요. 섬유질이 많아 거칠고 질긴 풀과 단단한 과일을 좋아하지요. 이런 먹이는 힘주어 베어 물어야 할 뿐 아니라 오랫동안 끈질기게 씹어야 해요. 그래서 유인원들은 턱뼈가 크고 턱 근육이 잘 발달돼 있어요. 사람보다 이빨의 개수도 많고, 어금니도 훨씬 크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의 턱이 유인원뿐 아니라 *화석인류에 비교해서도 훨씬 작다는 점이에요. 영국 존무어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인 피터 윌러 교수팀은 사람과 화석인류들의 두개골 화석을 비교해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인류의 턱은 점점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말했어요.
원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유인원처럼 질긴 풀과 단단한 과일을 먹고 살았어요. 그래서 턱이 크고 이빨의 크기도 훨씬 컸지요. 그런데 지구의 기후가 급격히 바뀌면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살고 있던 숲이 점점 사라졌어요. 결국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초원으로 나와 지금까지 먹었던 풀과 과일 대신 초식동물을 사냥해 먹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약 200만 년 전쯤 좀 더 진화한 화석인류인 호모에렉투스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질기고 단단한 날고기를 익히면 부드럽고 연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됐지요. 이때부터 사람은 불을 이용해 음식을 익혀 먹게 되었고, 더 이상 질기고 단단한 음식을 먹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결과 턱이 퇴화하기 시작했답니다. 턱이 작아졌을 뿐 아니라, 첫 번째 어금니를 제외한 치아도 모두 작아졌지요.
직립보행을 하면서 손을 많이 쓰게 된 것도 턱을 퇴화시킨 원인이에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밥 먹는 용도 외에는 더 이상 동물처럼 입으로 뭔가 뜯거나 부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지요. 그 결과 턱은 작아지고 지능이 발달해 머리는 커졌답니다.
이런 진화의 증거는 유전자에서도 나타나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낸시 미누퍼비스 교수는 고릴라와 침팬지 등 유인원이 공통적으로 가진 유전자 ‘myh16’이 사람에게만 없다는 사실을 밝혔어요. 이 유전자는 턱 근육을 강하게 발달시키는 역할을 한답니다.
턱의 진화로 언어가 생겼다?
고릴라와 침팬지는 사람과 많이 닮았는데 왜 말을 못할까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이비인후과 테렌스 데이비슨 박사는 턱이 작아진 것도 사람만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어요. 말을 하려면 지능도 뛰어나야 하지만, 다양한 발음을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사람은 턱뼈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후두가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성대는 좁아지고 길어졌어요. 그래서 유인원과 달리 혀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커졌지요. 결국 발음하기에 유리해졌고, 이 덕분에 사람만이 말을 하게 되었답니다.
* 화석인류 : 화석으로만 발견되는 현생인류의 조상.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 지금까지 확인된 최초의 인류. 약 500만 년 전에 살았다.
* 후두 : 목 앞쪽에 있는 기관으로 성대가 들어 있다.
인종 식문화에 따라 다른 얼굴형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형을 갖고 있어요. 얼굴이 전체적으로 둥근 사람도 있고, 턱이 발달해 얼굴이 각진 사람도 있지요. 사람마다 타고난 유전자와 생활습관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인종이 같으면 유전적으로 비교적 가깝고 문화가 비슷해서 대체적으로 턱 모양이 비슷해요. 유럽인은 갸름한 편이고, 아시아인은 각진 사람이 많지요.
갸름한 서양인, 넓적한 동양인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 조디 블루먼펠드 박사는 역사적으로 어떤 식문화를 가졌느냐에 따라 인종별로 턱이 다르게 생겼다고 주장했어요.
연구에 따르면 턱이 가장 발달된 사람들은 아시아인이에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는 예전부터 밥(곡물)을 주식으로 먹어왔어요. 곡식을 잘 소화시키려면 오랫동안 여러 번 씹어 먹어야 하지요. 그래서 턱 근육이 잘 발달해 다른 인종에 비해 턱이 크고 각이 졌으며, 얼굴형이 전체적으로 넓적하다는 게 블루먼펠드 박사의 주장이에요.
재미있게도 일본인들은 질기지 않은 채소와 생선을 주로 먹기 때문에 다른 아시아인들에 비해 턱이 좁아요. 또한 치아가 날 자리가 충분하지가 않아 덧니가 난 사람이 많다고 해요.
블루먼펠드 박사는 유럽인의 경우, 예전부터 고기를 부드럽게 익혀 칼로 썰어먹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턱 근육이 비교적 덜 발달했다고 설명했어요. 아시아인에 비해 갸름하고 길쭉한 얼굴형이 많다는 거지요. 유럽인 중에는 아래턱이 덜 자라 얼굴이 작아 보이는 ‘무턱’도 많아요.
한편 고기를 사냥해 구워먹거나 열매와 곤충을 먹었던 아프리카인들도 턱이 갸름하다고 해요. 그 대신 빨아먹는 식습관 때문에 입술이 두툼하게 발달했답니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대륙을 넘어가 살기도 하고 다른 인종 사이의 결혼도 잦아졌어요. 게다가 다른 나라의 요리를 먹거나, 우리 음식과 섞인 퓨전 요리를 먹는 일이 많아졌지요. 그래서 피부색이 다양해진 만큼 얼굴형도 다양해졌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V라인’이 대세!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둥글넓적한 얼굴보다는 턱이 갸름한 ‘V라인’이 인기가 많아요. TV에 나오는 아이돌들은 대부분 얼굴이 갸름하지요. 또 미모를 위해서 턱을 갸름하게 수술을 받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최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국윤아 교수팀은 한국인의 턱이 10년 동안 갸름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어요. 2000년에는 사각형(약 46%)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계란형(약 35%)과 뾰족형(약 19%) 순이었어요. 그런데 2010년에 조사한 결과를 보니 계란형(약 44%)이 가장 많았고, 사각형(약 30%)과 뾰족형(약 26%) 순이었답니다. 얼굴이 갸름한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셈이지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식문화가 서구화됐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흐르면 예전보다 턱이 덜 발달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그 증거로 사랑니가 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는 현상을 들었지요. 턱이 좁아지면서 치아가 자랄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식문화가 비슷해짐에 따라, 미래에는 인종이나 나라와 관계없이 턱 모양이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답니다.
턱 습관 17세 되기 전에 건강한 턱을 만들자!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V라인을 예쁜 얼굴의 조건으로 손꼽아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갸름한 얼굴을 좋아하는 걸까요? 또 무조건 턱이 갸름한 게 좋은 걸까요?
갸름하고 턱 짧은 얼굴이 어려 보여~
사실 갸름한 얼굴형이 인기가 많은 건 우리나라 얘기예요. 갸름한 얼굴이 대부분인 서양에서는 배우 안젤리나 졸리처럼 오히려 강인한 이미지를 주는 각진 턱이 인기를 끌기도 하거든요. 이런 현상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나라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에요. 서양에서는 자기만의 매력이 뚜렷한 사람을 아름답게 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청순하고 어려 보이는 얼굴을 예쁘다고 생각하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동안’이라고 말하는 얼굴은 작고 갸름해요.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특히 턱이 얼굴 전체에 비해 짧으면 어려 보인다고 말해요. 보통 이마에서 머리카락이 난 부분부터 눈썹까지와 눈썹에서 콧방울까지, 콧방울에서 턱 끝까지의 비율이 약 1: 1:0.8이면 어려 보이지요. 반면 턱이 길거나 각이 진 얼굴은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해요.
정말 아름다운 턱은 ‘건강한 턱’
턱이 갸름해서 얼굴이 예뻐 보이는 것도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턱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는 거예요. 갸름한 V라인이 예쁘더라도 턱을 움직일 때마다 위아래 턱을 잇는 관절에서 소리가 난다거나, 턱이 아파서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한다면 맛있는 것도 먹기 힘들고 통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요. 이럴 땐 턱관절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해요.
턱은 17세가 될 때까지 계속 자라요. 그래서 턱뼈가 단단하게 완성되는 17세 이전에 올바른 턱 습관을 들여야 해요. 성장기 때 잘못된 습관을 들이면 턱이 심각하게 비뚤어지거나, 위아래 턱이 맞지 않는 부정교합을 비롯한 턱관절 질환이 생길 수 있어요. 음식을 먹거나 발음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물론, 심하게 비대칭한 턱이 나쁜 인상을 줄 수도 있지요. 턱이 건강하려면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해요.
턱은 아름다움의 기준이기 전에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된 진화의 산물이에요. 우리가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리를 듣거나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턱 덕분이지요. 그래서 V라인이 아니라도 괜찮아요. 진짜 아름다운 얼굴의 조건은 바로 균형 있게 발달한 건강한 턱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