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적 비비적’
개코 조수와 사건일지를 살피던 꿀록 탐정이 사무실로 들어오는 개코 조수를 보며 자꾸 눈을 비볐어요.
“뭐지? 잘 안 보여.”
“무슨 일이세요?”
개코 조수가 다가오며 걱정스럽게 말했어요.
“멀리 있는 게 흐릿하게 보여. 아무래도 눈이 더 나빠진 것 같아.”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 심봉사의 눈 앞 세상이 뒤집혔다?
“안경을 맞춘 지 벌써 5년이나 지났다고요? 안경을 새로 맞출 때가 됐네요.
마침 새로 연 ‘용왕 안경 상점’이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하니. 얼른 옷 입으세요!”
개코 조수는 꿀록 탐정을 독촉해 ‘용왕 안경 상점’으로 데려갔어요. 그곳은 저렴하게 안경을 사려는 동화 나라 주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요.
“최대 70%까지 할인이라니! 꼭 사야 해!”
꿀록 탐정은 행사 안내판을 보고 결심했어요. 그때였어요!
“아이고~! 큰일 났네, 큰일 났어! 어지러워 죽겠네.”
어디선가 낯익은 사람이 울먹이며 안경점 문을 박차고 들어왔어요. 얼마 전 시력을 되찾은 심봉사였지요.
“심봉사 어르신, 무슨 일이에요?”
“꿀록 탐정님? 마침 잘 만났어요. 흑흑…. 어쩌면 좋아요. 흑흑….”
“어르신, 진정하시고 차근차근 말씀해 보세요.”
심봉사가 쉽게 진정하지 못하자, 개코 조수는 얼른 따뜻한 물을 가져다 주었지요.
“휴…, 감사합니다. 흑, 탐정님 어쩌면 좋지요? 제 안경이 이상해요. 먼 곳을 볼 땐 거꾸로 보이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똑바로 보여요. 다시 앞을 보지 못하는 걸까요? 안경점이 새로 생겼다기에 조언을 구하러 달려온 거예요.”
겨우 진정한 심봉사는 안경점에 온 이유를 설명했어요.
“어디 제가 한번 봐도 될까요?”
꿀록 탐정은 심봉사의 안경을 찬찬히 살폈어요.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 렌즈는 모양에 따라 빛을 다르게 굴절시켜요!
멀리 있는 물체가 잘 안 보이면 ‘근시’, 가까이에 있는 물체가 잘 안 보이면 ‘원시’라고 해요. 근시이거나 원시일 때 안경을 쓰면 흐리게 보이던 것이 선명하게 보이지요.
안경을 쓰면 잘 보이는 이유는 렌즈 덕분이에요. 렌즈는 유리 같은 투명한 물질의 면을 둥근 형태로 곱게 갈아 만든 것으로, 모양에 따라 물체로부터 오는 빛을 모으거나 퍼뜨려요.
렌즈가 빛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이유는 빛이 성질이 다른 물질을 지날 때 비스듬히 꺾이는 ‘굴절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빛은 성질이 다른 물질을 만나면 속도가 느린 쪽으로 꺾이는데, 기체, 액체, 고체 순으로 느려져요.
빛은 렌즈가 두꺼운 쪽으로 휘어져요. 볼록렌즈는 가운데 부분이 가장자리보다 두꺼워 빛을 가운데로 모으고, 오목렌즈는 가장자리가 가운데보다 두꺼워 빛을 흩뜨리지요. 볼록렌즈와 가까운 거리의 물체는 크게, 먼 거리에 있는 물체는 거꾸로 보여요. 반대로 오목렌즈로 물체를 보면 항상 작고 똑바로 보인답니다. 이런 볼록렌즈와 오목렌즈의 성질을 이용해 안경을 만드는 거예요.
● 통합과학 넓히기 │ 두꺼운 렌즈는 가라! 납작하고 평평한 렌즈의 시대가 온다
스마트폰의 뒷면 카메라가 툭 튀어나왔다는 ‘카툭튀’ 들어 보셨나요? 빛을 모아 선명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빛을 한곳으로 모아주는 볼록렌즈가 필요해요. 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렌즈를 움직이는 장치가 필요하지요. 그래서 카메라가 툭 튀어나올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카메라가 툭 튀어나오면 어딘가에 부딪혀 파손될 위험이 있어요.
그런데 지난 2월 22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재료연구소 연구팀이 유리 렌즈와 초점을 맞춰주는 장치가 없어도 선명한 이미지를 만드는 ‘메타 렌즈’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어요. 이 메타 렌즈는 평평하지만, 표면의 나노 구조로 초점을 맞춰요. 초점을 맞추기 위해 렌즈를 움직일 필요가 없으며, 레이저로 열을 가하면 되지요.
먼저, 연구팀은 열을 가하면 내부의 분자 구조가 바뀌는 성질이 있는 ‘GST’라는 화합물에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셀렌’을 추가해 ‘GSST’라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어요. 그다음 GSST로 1㎛(마이크로미터, 1mm의 1000분의 1) 두께의 매우 얇은 층을 만들고, 표면을 다양한 모양으로 설계한 메타 렌즈를 만들었지요.
연구팀이 이 렌즈에 레이저 빛을 가하자 GSST층의 분자 구조가 바뀌며 표면의 모양에 따라 빛이 굴절, 반사하는 정도가 달라졌어요. 연구팀은 렌즈가 초점을 맞추는 능력을 살펴보기 위해 서로 다른 거리에 두 개의 해상도 차트를 두고, 렌즈에 레이저를 쏘았어요. 그 결과, 실온에서는 가까운 이미지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고, 레이저로 열을 가하면 멀리 있는 물체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지요. 열을 받은 메타 렌즈 표면의 분자 구조가 바뀌며 통과하던 빛을 다양한 방향으로 굴절, 반사해 더 멀리 있는 물체에 초점을 맞춘 거예요. 연구를 이끈 티안구 연구원은 “이 메타 렌즈는 스마트폰이나 드론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 에필로그
“답은 볼록렌즈였어요!
렌즈의 초점거리가 안 맞았던 거예요!”
꿀록 탐정의 설명을 들은 심봉사는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휴우. 제 눈이 또 잘못된 건 아니라는 거죠?”
심봉사는 다행이라며 기뻐했지요.
“심봉사 어르신도 안경을 새로 맞출 때가 된 건 아닐까요? 이 안경 어떠세요?”
개코 조수는 렌즈만 사면 테는 공짜로 준다는 ‘파격 특가’ 코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금테 안경을 들어 보이며 말했지요.
“고마워요! 꿀록 탐정님과 개코 조수 덕분에 우리 청이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