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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벨상이 궁금해!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왜 미끄러질까?


 
어제 친구랑 자동차 경주 게임을 할 때였어. 아이템을 먹고 힘이 난 내 차가 속도를 내면서 친구 차를 앞지를 절호의 기회였지. 1등을 할 생각에 동공은 커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 친구가 던진 바나나 껍질에 내 차는 빙글빙글 미끄러졌고 그 사이 친구가 1등을 해 버렸어. 아~, 바나나 껍질! 바나나 껍질이 이렇게 미끄러웠나? 호기심이 마구 생겨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과학자들이 있더라고! 일본 기타사토대학교 마부치 기요시 교수팀이 바나나 껍질이 왜 미끄러운지 연구하고, 올해 이그노벨상도 탔대. 바나나 껍질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왜 미끄러질까?

한겨울 빙판 위를 걷다가 꽈당, 물기가 남은 학교 바닥을 걷던 친구들이 꽈당, 방바닥에 떨어진 비닐을 밟은 동생도 꽈당! 이렇게 미끄러운 바닥 위에서는 트위스트 추듯 미끄러지는 발을 내 맘대로 하기가 힘들어. 바나나 껍질의 비밀을 알아내려면 우선 왜 미끄러지는지부터 알아봐야겠지??

걸을 때도 마찰, 미끄러질 때도 마찰!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건 ‘마찰력’ 덕분이야. 응? 마찰력은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 아니냐고? 맞아. 상자를 미는 게 힘든 것도, 굴러가던 공이 멈추는 것도 모두 운동의 반대 방향으로 생기는 마찰력 때문이야. 그런데 걸을 때는 우리가 발로 땅을 뒤로 밀면서 그 힘만큼 바닥이 나를 앞으로 미는 마찰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만약 걷는 과정에서 마찰력이 작아지면 우리는 발로 땅을 디딜 수도 없고 바닥도 나를 밀지 못해. 앞으로 나갈 힘을 받지 못하는 거지. 그럼 내가 원하는 대로 앞으로 걷지 못하고 다리가 헛도는 미끄럼을 느끼게 돼. 빙판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걸어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처럼 말이야. 이때 몸의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결국 넘어지고 말아.

발과 바닥처럼 두 표면 사이의 마찰 정도를 ‘마찰계수’라고 해. 마찰계수가 작을수록 마찰력이 작아져 더 쉽게 미끄러진다는 뜻이지. 마찰계수는 접촉하는 두 표면의 상태에 따라 결정 돼. 그래서 바닥에 얼음이나 물, 비닐 같은 물질이 있으면 마찰계수가 달라져서 쉽게 미끄러지는 거야.
 

이그노벨상이란?

‘진짜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뜻의 ‘이그’를 붙인 괴짜 과학상. 물리학, 화학, 의학, 경제학, 심리학 등 10개 분야에서 기발하고 독특한 연구 성과를 이루어 낸 사람에게 수여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과학잡지 에어(AIR)가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에 만들었다.

왜 바나나 껍질일까?

자동차 경주 게임에서 친구 차를 미끄러지게 만들기 위해 던지는 아이템도‘ 바나나 껍질’, 개그맨들이 웃음을 위해 밟고 넘어지는 것도‘ 바나나 껍질’! 바나나 껍질은 어느 샌가부터 미끄러운 물질의 대표주자가 되었지. 그런데 왜 하필 바나나 껍질일까? 사과 껍질, 귤 껍질 등 껍질의 종류는 다양한데 말이야.

바나나 껍질의 비밀은 마찰계수


기요시 박사는 먼저 발바닥과 바나나 껍질 사이의 미끄러운 정도를 보기 위해 다른 과일들과 비교하기로 했어. 바나나 껍질의 매끈한 바깥 면이 발바닥과 닿게 하고, 과육이 있는 안쪽 부분이 바닥을 향하게 위치하게 놓았지. 그리고 사과와 귤, 유자 껍질도 마찬가지로 놓고 직접 밟아 봤단다.

그랬더니 다른 과일보다 바나나 껍질을 밟을 때 마찰계수가 3분의 1 정도 작았대. 말린 바나나 껍질보다는 5분의 1, 아무것도 없이 발이 바닥에 직접 닿는 경우보다는 무려 6분의 1만큼 작았지.

그럼 바나나 껍질을 뒤집었을 땐 어땠을까? 과육이 있는 껍질 안쪽이 발바닥에 닿게 놓고 밟아 보니, 반대인 상황보다 마찰계수가 2배 이상 크게 나타났어. 바나나 껍질이 다른 과일 껍질보다 더 미끄럽고, 특히 껍질 안쪽이 바닥에 닿게 놓여 있을 때 더욱 미끄럽다는 거지.
 

바나나 과육이 ‘졸(sol) 상태’로 바뀌기 때문!

바나나 껍질도 어느 면을 밟느냐에 따라 미끄러운 정도가 다르다니!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지는 현상은 신발과 바나나 껍질이 아니라 껍질과 바닥에서 일어나. 그래서 미끄러져 넘어질 때 바나나도 함께 날아가잖아~. 그럼 바나나 껍질과 바닥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바나나 껍질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어. 그 결과 껍질 안쪽이 수 마이크로미터(μm)의 동글동글한 과립들로 이뤄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과립들은 아주 얇은 막으로 둘러싸인 젤(gel)상태였지.

그런데 껍질을 밟는 순간 이 과립들이 짓눌리고 막이 터지면서 안에 있던 내용물들이 흘러나와 졸(sol)상태로 변했어.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고체 형태였던 젤 과립이 액체 형태인 졸 상태로 변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성질이 생긴 거지. 이렇게 졸 상태로 변한 과립들 때문에 바닥에서 훨씬 잘 미끄러지게 된 거야. 마치 스키를 탈 때 스키 바닥에 닿은 눈이 녹으면서 생긴 물 때문에 쉽게 미끄러지는 것처럼 말이야.

마부치 기요시 교수는 이 연구로 일반인들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인정받아 올해 이그노벨상 물리학 분야에 선정됐지!
 



바나나 껍질로 스키를 탈 수 있을까?

눈 위에서 스키를 탈 때의 마찰계수가 0.04이고 바닥 위에 놓인 바나나는 0.066이래. 그럼 물리학적으로 매우 비슷해 보여! 그렇다면 바나나 껍질로 스키를 탈 수 있을까? 유천열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님께 직접 물어봤어.

Q 바나나 껍질로 스키를 탈 수 있을까요?


스키를 탈 수 있는 것은 눈이 스키 바닥에 닿을 때마다 녹아 물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바나나 껍질에 있는 졸 상태의 과립처럼 물이 스키 바닥과 눈 사이의 마찰계수를 작게 만드는 역할을 하거든요. 바나나로도 물론 스키를 탈 수 있어요. 하지만 바나나는 스키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과립이 점점 없어지기 때문에 오래 탈 수는 없지요.

Q 바나나 껍질 하나로 얼마나 미끄러질 수 있을까요?

연구팀은 하나의 바나나 껍질을 여러 번 밟으면서 마찰계수를 측정했어요. 저는 이 자료를 가지고 대략적으로 계산을 해 봤지요. 첫 번째 밟았을 때 마찰계수는 0.03이고, 10번을 반복했을 때는 2배 늘어났더군요. 그래서 바나나가 1m 미끄러질 때의 마찰계수를 0.05라고 가정을 했어요. 이 정보로 그래프를 그릴 수 있었고, 아래와 같은 간단한 식을 세울 수 있었어요.

$y = ax + b$     마찰계수($y$) = $\frac{0.05}{1m}x$ + 0.03

연구팀의 자료를 보면 물체와 바닥사이의 마찰계수가 0.3일 때 멈춰요. 그래서 바나나 껍질이 더 이상 미끄러지지 않을 때의 마찰계수를 0.3으로 보고 식에 대입해서 바나나 껍질이 미끄러지는 거리($x$)를 구했죠.

0.3 = $\frac{0.05}{1m}x$ + 0.03     $x$ = 5.4

즉, 한 번에 5.4m 정도 갈 수 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겠네요. 만약 어린이 친구들이 밟는다면 덜 무거우니까 더 멀리까지 미끄러질 수도 있을 거예요.
 

Q 바나나 껍질의 과립이 많을수록 더 오래 스키를 탈 수 있을까요?

네, 맞아요. 하지만 껍질 안에 들어 있는 과립의 양은 한정돼 있어요. 그래서 과립이 두껍게 붙어 있는 껍질을 상상해 봤어요. 그러나 과립은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무거운 우리가 밟는 순간 모두 뭉개지고 말거예요. 좀 더 획기적인 방법은 바나나 과립이 계속 발바닥 아래에 공급되는 신발을 만드는 거예요. 바나나 과립을 신발과 바닥 사이에 계속 넣어 주면 오랫동안 탈 수 있을 거예요.

또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친구들의 톡톡 튀는 상상력을 발휘해 보세요. 혹시 알아요? 여러분의 아이디어로 이그노벨상을 탈 수도 있잖아요!

엉뚱함도 과학이다!

바나나 껍질 연구 외에도 이번 2014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재밌는 연구들이 많아.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생물학 자기장과 나란하게 똥싸는 개

개들은 용변을 볼 때 한쪽 다리를 들곤 해. 그런데 이때의 자세가 항상 지구 자기장과 나란한 방향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어. 체코 생명과학대 블라스티밀 하르트 교수팀은 이 연구를 하기 위해 2년 동안 개 70마리가 똥을 1893번, 오줌을 5582번 싸는 걸 지켜봤대. 그 결과 개들이 자기장 방향에 맞게 자세를 취한다는 걸 확인했지. 으~, 정말 인내심이 대단한 걸~!

극지과학 순록도 사람이 더 무서워

북극에 사는 스발바르 순록은 덩치가 큰 북극곰을 무서워할까,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을 무서워할까? 노르웨이 오슬로대 에이질 라이버스 교수팀은 북극곰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직접 시험해 봤대. 그 결과 북극곰 가죽을 뒤집어썼을 때보다,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갔을 때 2.5배 빨리 도망치기 시작해서 2.3배 멀리 도망쳤지. 그럼 순록은 북극곰보다 사람을 더 무서워한다는 뜻이겠지!

영양학 똥 속에 유산균이 살아있다

똥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옛 말이 사실로 밝혀졌어. 스페인 카탈로니아 식품농업연구센터 라켈 루비오 박사팀이 생후 6개월 된 건강한 영아 43명의 기저귀 속 똥을 분석했거든. 그 결과 ‘비피더스균’ 등 인체에 좋은 유산균을 발견했어. 연구팀은 이 유산균으로 발효 소시지를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관심을 보이는 식품업체는 없다나 봐. 설마 소시지에서 똥 냄새가 나는 건 아니겠지?

의학 코피엔 돼지고기!

미국 미시간주립대 이비인후과 언 험프리 교수팀이 코피를 멈추게 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발견했어. 바로 돼지고기! 실험 결과, 코피가 폭풍처럼 쏟아질 때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조각으로 코를 막으면 24시간 안에 코피가 멈춘다고 해.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안에 피를 굳히는 응고 인자가있기 때문이래. 단, 72시간 뒤에는 새로운 고기로 교체해 줘야 한다는 건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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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윤선 기자
  • 도움

    유천열 교수
  • 사진

    포토파크닷컴
  • 사진

    <어린이과학동아> 편집부
  • 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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