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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때 말한 놀이기구 정말 재밌겠다!” “하하하!”
우리 반 친구들이 휴대전화 메신저 채팅방에서 대화하고 있어. 어린이날에 다함께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거든. 그런데 왜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말하지 않느냐고? 그건 이미 자기들끼리 정했기 때문이야. 내가 절대 따라오지 못하도록 말이지. 나는 우리 반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은따’야. 휴~, 누구도 따돌림을 당하지 않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는 없을까? 그래서 내가 직접 학교폭력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어.
때리지 않아도 학교폭력
지난해‘ 117학교폭력신고센터’에 접수된 학교폭력은 2012년에 비해 무려 26.7%나 증가했대. 반 친구들이 나를 무시하긴 하지만 그래도 때리거나 욕하는 친구들은 없으니 다행(?)이야. 그런데도 왜 나는 서럽고 속상하고 외로울까? 내가 겪고 있는 것도 혹시 학교폭력일까?
학교폭력이란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상대로 발생한 범죄 행위를 말한다. 몸을 때리고 욕설을 하는 것뿐 아니라 집단으로 따돌리거나, 사이버 상에서 괴롭히는 것도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다. 여러 명이 한 명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따돌림을 겪은 아이들 가운데 약 78.3%가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학교폭력을 경험한다. 친구를 직접 때리지 않아 몸은 안 다쳤더라도 마음에 멍이 들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이런 것도 다 학교폭력!
• 아프지 않더라도 기분 나쁘게 툭툭 건드린다.
• 말마다 욕설을 섞어 말한다.
• 친구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고, ‘유령 취급’하듯이 무시한다.
• 카xx톡 같은 메신저에서 집단으로 욕설을 하거나, 안티카페를 만들어 험담한다(사이버 폭력).
• 이름 대신 사람을 비하하거나 듣기 싫어하는 별명으로 부른다.
• 물건을 사 오라고 시킨다.
• 강제로 몸을 만지거나, 성(性)적으로 부끄러운 얘기를 한다.
• 학교 밖에서 일어났어도 10대 청소년에게 일어난 폭력은 모두 학교폭력이다.
‘왕따’의 주범은 누구?
아이들은 나를 ‘하회탈’이라 불러. 눈이 작아서 웃을 때마다 없어지거든. 처음에 한두 명이 그렇게 부를 때는 나도 재미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은 반 아이들 모두가 그렇게 부르니까 화가 나고 모욕감까지 느낀다니까. 더 얄미운 애는 바로 내 짝꿍이야. 나를 도와주기는커녕, 놀림당하는 나를 구경하며 낄낄거리거든. 옆 반에는 몸집이 작아서‘ 코딱지’라고 불리는 애가 있대. 휴~, 걔도 나만큼이나 속상하겠지?
우리 반에 ‘왕따’가 있는 이유
1 감성은 성숙하고 이성은 미성숙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원의 제이 기드 박사는 ‘10대의 뇌’에서 답을 찾았다.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앞부분(전두엽)이 10대 때에는 아직 덜 자라서라는 것이다. 그런데 본능을 담당하는 ‘뇌간’과 감정을 표현하는 ‘변연계’는 이미 거의 완성돼 있다. 그래서 사춘기인 우리들은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생각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쉽다.
2 인간관계에 있어 경험 부족
우리는 어른에 비해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경험이 적다. 하지만 학교나 집에서 수없이 많은 일들을 겪게 되는데 이 때 경험이 비교적 부족해 사건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 뇌에서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은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많이 읽거나 오랜 시간 동안 경험을 쌓으면서 계속 발달한다.
3 남성호르몬이 급격히 분비
사춘기에는 가슴이 커지거나 음모가 발달하는 ‘2차성징’이 나타난다. 성호르몬이 급격하게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급격하게 분비된다. 우리 반 남자애들이 여자애들보다 비해 힘이 세고 거친 이유다. 여자애들보다 남자애들 사이에서 학교폭력이 크게 일어나는 이유도 호르몬 탓이다.
4 어른처럼 보이고 싶은 심리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어른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래서 짧은 치마를 입거나 화장을 하거나 담배를 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앱슈타인 박사는 이미 스스로를 다 컸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어린아이 취급하기 때문에, 반항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학교폭력이 점점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이 늘어나는 이유로 ‘과도한 경쟁과 빽빽한 학업스케줄’을 꼽았다. 우리는 학교~집~학교~집을 오가며 열심히 공부하지만, 정작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게다가 공부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들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게임을 한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게임은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총을 쏘거나 칼을 휘두르고, 남의 차를 마음대로 빼앗는다. 폭탄을 떨어뜨리며 전쟁하기도 한다. 인천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박사는 “폭력적인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면 잔인하고 끔찍한 일에 대해 점점 무뎌진다”며 “건전하고 비폭력적인 게임을 하라”고 조언했다.
‘왕따’ 가해자는 사이코패스와 비슷?
결국 오늘 일이 터지고 말았어. 나를 심하게 놀리는 애를 선생님께 일렀거든. 선생님은 우리를 한자리에 불러 화해하라고 하셨지. 그런데 걘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지 뭐야? 자기는 내가 웃는 모습이 귀여워서 예뻐해 준 일밖에 없다는 거야. 내가 왜 별명 때문에 기분이 나쁘고 괴로운지 전혀 이해를 못하더라고.
친구들을 습관적으로 괴롭히는 아이의 뇌를 MRI(자기공명영상)로 살펴보면 다른 또래에 비해 전두엽이 덜 발달했을 뿐 아니라, 변연계 중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고통에 공감하는 부분인 ‘편도체’의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대개 초등학교 때부터의 공부 스트레스가 뇌 발달을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학교폭력 자체가 가해자의 뇌 발달을 방해하기도 한다. 쾌락을 주거나 자극적인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손해를 보는 건 가해자 본인이다. 학교폭력 가해자도 곧 피해자라는 얘기다.
놀라운 사실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뇌가 연쇄살인이나 강간 등을 일으키는 ‘사이코패스’의 뇌와 닮았다는 점이다. 사이코패스의 뇌는 전두엽과 편도체가 망가져 기능을 잘 하지 못한다. 다행히 학교폭력 가해자는 아직 10대이기 때문에 전두엽을 잘 발달시키면 올바른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
왕따를 보고도 모른 척 하는 제2의 가해자
나까지 따돌림을 당할까봐 친구가 ‘왕따’가 되는 것을 묵인해도 될까? 지난해 교육부가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한 결과, 약 23.9%가 학교폭력을 보고도 모른 척 했다고 답했다. 피해학생은 ‘그냥 가만히 있었던’ 친구들을 가해학생만큼이나 미워하는 경우가 많다. 친구의 고통을 보고도 도와주지 않거나 재미있어 하는 행동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학교폭력 가해자 징후 체크리스트
내가 설마 학교폭력 가해자?
학교폭력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이 고통 받는지 모르고 괴롭힐 때가 많다. 내가 학교폭력 가해자는 아닌지 확인해 보자.
□ 같은 반 친구들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센 걸 자랑하고 싶다.
□ 다른 친구들을 힘으로 이기는 게 좋다.
□ 자주 화가 나고 선생님께도 대들고 싶다.
□ 다른 친구에게 지는 것을 참기 힘들다.
□ 학교에서 여러 규칙을 지키는 일이 힘들다.
□ 자주 친구를 때리거나 거짓말을 한다.
□ 어른들 몰래 자주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운다.
□ 친구와 심하게 다퉈 일이 심각해진 적이 있다.
□ 친구들과 의견 차가 생기면 항상 주먹다툼을 한다.
(출처 : 교육부)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면?
아무래도 내 짝꿍이 수상해. 쉬는 시간에 우연히 봤는데 팔이나 다리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더라고. 아침에 학교에 오다가 넘어졌다는데, 점심시간에 우리 반에서 덩치가 가장 큰 애에게 불려나가는 모습을 보니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아. 내가 도와주려고 했더니 짝꿍은 나더러 선생님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어. 어른에게 말하면 걔가 더 괴롭힐 거라는 거야.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약 57.7%가 학교폭력을 겪고도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주변에 알려 봐야 해결이 되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한 폭력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만약 나 또는 같은 반 친구가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주변 어른이나 학교폭력 관련기관을 믿고 알리자. 학교폭력을 당한다는 사실을 계속 숨긴다면, 폭력이 계속 이어져 결국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더 심각한 일이 생길 수 있다.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법!
• 선생님이나 부모님, 또는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알린다.
•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이나 학교폭력 신고센터(국번없이 117) 같은 기관에 알린다. 직접 하기 어렵다면 주변사람에게 부탁한다.
• 등하굣길에는 혼자 다니지 말고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함께 다닌다.
• 학교폭력SOS지원단(1588-9128) 같은 기관에 등하굣길을 지켜달라고 요청한다.
•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면 외과나 정신건강의학과 등 병원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집단폭력이 많아지는 이유도 뇌 탓?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을 겪었던 아이들 가운데 약 66.2%는 두 명 이상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학교폭력이 집단으로 일어나는 이유도 뇌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에게는 ‘거울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있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려는 본능이 있다. 인류가 다른 나라의 것을 받아들이고 배워서 문화를 발달시켜 온 것도 거울뉴런 덕분이다.
그런데 이런 ‘흉내 본능’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고민이 많은 사춘기 우리들은 친구가 저지르는 행동을 서로 배우고, 폭력에도 맹목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 징후 체크리스트
내 짝꿍이 혹시 왕따?
학교폭력을 겪고 있는 친구들은 자신의 고통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다음과 같은 친구를 본다면 따뜻하게 감싸주자.
□ 다른 친구들에게 빌려 준 물건을 돌려받지 못하고도 참는다.
□ 반 친구들이 만만하게 보고 때리거나 괴롭힌다.
□ 다른 친구들의 대화에 끼지 못 한다.
□ 항상 혼자 있다.
□ 다른 친구가 시킨 심부름을 억지로 할 때가 있다.
□ 소풍 갈 때 버스에서 함께 앉을 친구가 없다.
□ 말수가 적어 무척 얌전하고 소심하다.
□ 몸이 불편하다.
□ 반 친구들 대신 선생님하고만 말하려고 한다.
(출처 : 교육부)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자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학교와 나라에서도 애쓰고 있어. 1년에 두 번씩‘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고 예방교육을 하고 있지. 어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모두 공감하고 행복해지는 프로그램을 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사이버폭력이 날로 증가하는 것처럼 학교폭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점점 교묘하게 자라고 있지. 실질적으로 학교폭력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긍정적으로 전두엽 발달시키는 ‘명상’
지난 2012년에 열린 ‘브레인 엑스포’에서 뇌교육 전문가인 이화영 박사는 명상을 통한 뇌교육으로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인천 도화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벌을 주는 대신 명상을 하게 했다. 머릿속의 잡생각을 없애고 편안한 생각을 하거나,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룬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 결과 학교폭력이 눈에 띄게 줄고 성적이 올랐다.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이자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인 이시형 박사는 “명상을 자주 했을 때 전두엽이 활성화되는 이유는 ‘긍정에너지’인 세로토닌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은 평상심을 유지하고 이성적 판단을 하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세로토닌이 적어지면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폭력성이 증가하며 충동적인 감정변화나 행동을 억제하기 어려워진다.
이시형 박사가 조언한 세로토닌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명상하라,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감사하라, 독서를 많이 해라, 다른 사람과 어울리되 혼자서도 행복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반 친구들 모두 행복해지는 학교폭력 예방법!
•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하고, 화분 키우기나 악기 연주처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건강한 취미생활을 한다.
• 잔인하고 폭력적인 게임 대신 아름답고 긍정적인 게임을 한다.
• 친구들과 함께 공부 스트레스를 이긴다. 팀을 나눠 축구나 야구, 농구 시합을 해 보자.
• 책을 많이 읽고 명상을 통해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자. 독서와 명상은 전두엽을 발달시킬 수 있다.
학교폭력을 줄이는 즐거운 학교가 있다!
경북 구미 형남초등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사제동행 런치타임콘서트’, ‘하이파이브운동’처럼 행복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점심시간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작은 음악회를 열어 공연을 함께 만들거나 관람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 매일 아침 교문이나 교실, 복도에서 만나면 하이파이브하며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한다. 친구를 만나면 ‘사랑해’라고 인사해 보자. 사랑이 있는 반에는 ‘왕따’가 없다.
대전 동도초등학교는 언어폭력을 줄이기 위해 ‘무지개칭찬제’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욕설 하지 않기 다짐’ 선포식을 한 뒤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하도록 서로 장려한다.
‘사람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어. 누구나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뜻이지. 반 친구 중에 혹시 소외당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먼저 다가가면 어떨까? 그 친구가 어른이 되어서도 내 속마음을 맘껏 털어놓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베스트프렌드가 될지도 모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