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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닥터 그랜마가 너무 조용하다. 설마 지구정복의 꿈을 버린 걸까? 싸울 상대가 없어지면 자신도 일자리를 잃게 되는 탓에 걱정이 된 지구방위 그랜파. 결국 닥터 그랜마의 집을 직접 방문해 이유를 알아 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곳에는 온 얼굴이 회색이 된 채 시름시름 말라가는 닥터 그랜마의 모습이 있는 게 아닌가. 이유인즉슨…, 도시가 싫다고?



“살다 보니 도시는 참 안 좋아. 공기도 안 좋지, 쉴 곳도 별로 없지,여름에는 또 왜 그리 더워,”
“왜 그래? 닥터 그래마 답지 않게. 등산도 좀 다니고 공원에도 좀 나가고 그래 봐.”
“시간 내서 어디 교외로 나가기엔 내가 좀 많이 바쁜 몸 아니겠어?
이제 회색이 너무 지겨워. 나도 숲 좀 보고 살….”
지구방위 그랜파는 탁자를 내리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자기 발로 도시 한복판에 들어앉은 주제에 잔말이 많다! 작작 좀 하고 날 따라 와, 이 할망구야.”


도시 속 녹색 공간은 모두 숲?
도시에도 숲이 있었네!”
반색하며 뛰어 다니는 닥터 그랜마의 모습에 지구방위 그랜파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매일 치고 박고 싸우는 사이지만, 그래도 그 사이 정이 들만큼 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있는 데는 산이잖아. 여기만 숲인가?”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 도시 속에 있는 녹색 숲은 그 뿐만이 아니란 말이지.”
산 아래를 가리키는 지구방위 그랜파의 손끝을 따라 도시 속에 숨어 있던 여러 숲이 찬란한 초록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 초록들이 다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거야?


도시숲이란?

도시숲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시에 만든 숲을 말한다. 도시 사람들이 이용하며, 도시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시 외곽의 산을 포함해 도시에 있는 모든 나무와 풀은 ‘도시숲’이 될 수 있다.


도시숲, 이런 일까지 한다고?
한참을 뛰어 놀던 닥터 그랜마가 문득 제자리에 멈춰 섰다. 지구방위 그랜파의 눈에는 상대의 머리 위에 커다란 물음표가 세 개쯤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시 안에 숲이 있으니 마음도 편해지고, 볼거리도 많고 좋긴 한데 말이야. 농촌에 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풍경 아니야? 굳이 돈 들여서 ‘도시숲’을 만들 필요가 있나?”
“훗훗. 내 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 이름하여 ‘도시숲의 장점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거기 앉아서 잘 경청하라고~.”


 



도시를 시원하게, 소음도 꿀꺽!
도시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여름의 평균 기온을 평균 3~7℃ 정도 낮추고 습도를 9~23% 높여 생활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한다. 또 도시를 가득 덮은 뜨거운 공기인 ‘열섬’을 잘게 쪼개 대기 속에 고인 열을 방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도시 생태계, 우리가 지킨다!

도시가 늘어나면서 원래 숲에서 살던 동식물은 갈 곳을 잃게 됐다. 도시숲은 이런 동식물이 살 곳을 마련해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는 역할을 한다. 또 가을마다 쌓이는 낙엽과 아래로 뻗은 나무뿌리 덕분에 지하수와 토양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는다.




우리를 ‘도시의 허파’라 불러다오~!

도시의 공기는 배기가스와 매연으로 인해 오염으로 찌들어 있기 일쑤다. 도시숲은 더럽혀진 공기를 들이마시고 깨끗한 산소를 내뿜는 도시의 ‘허파’이자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느티나무 한 그루가 1년간 만들어내는 산소는 성인 7명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 도시 저 도시 그 도시,

숲을 보면 알 수 있다? 도시숲은 두 개 이상의 도시가 한 도시로 연결되는 현상인 ‘도시연담화’를 방지한다. 도시연담화가 발생할 경우, 도시의 구성이 뒤섞이고 경제적인 차별까지 일어날 위험이 있다. 도시숲이나 녹지는 두 도시 사이의 경계를 이루면서 완충 작용을 한다.



잠깐! 강풍, 화재? 시숲이 다 막는다!

빌딩이나 주택이 연달아 있는 지역에서 화재가 일어나면 불이 빨리 퍼져 피해가 늘어나기 쉽다. 하지만 나무가 무성히 자라는 녹지에서는 나뭇잎에 가로막혀 불이 잘 퍼지지 않고 금방 꺼질 수 있다. 또 크게 자란 나무가 강풍을 막기 때문에 날씨에 따른 피해 확산도 방지한다


도시숲, 어떤 나무가 자랄까?

“응, 그래. 도시숲의 역할은 잘 알겠어. 그런데….”
이 할망구는 꼭 한 마디가 더 많단 말이야. 지구방위 그랜파는 혀를 차며 투덜대다가 갑자기 혀를 깨물었다. 뽀르르 달려 나가 나무 뒤에
쏙 숨은 닥터 그랜마가 수줍게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컥, 으악! 대체 뭐 하는 게야!”
“아니, 그게 말이야. 있지~. 내가 숨은 나무가 대체 무슨 나무야?
그 왜, 도시숲이랑 농촌의 숲이랑 나무도 다르지 않을까 해서~.”
“질문은 좀 평범하게 하라고! 내 눈! 내 혀!”



아까시나무

아까시나무는 성장이 몹시 빠르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도시 주변의 산과 숲을 조성할 때 가장 먼저 선택받았다.
흔히 ‘아카시아’라고 부르지만 실제 아카시아는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전혀 다른 나무다



리기다소나무
소나무는 1년 내내 푸른 잎이 주는 상징성 때문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손꼽힌다. 그 가운데서도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나무가 리기다소나무다. 양분이 적은 토양에서 잘 버티고 병충해에도 강하기 때문에 도시 인근의 산이나 도시 내 공원에서 키우기 쉽다.



은행나무
은행은 낙엽이 지지만 활엽수가 아닌 침엽수에 속한다. 가을철에 노랗게 물든 잎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주기 때문에 가로수로 많이 기르고 있다. 낙엽이 한꺼번에 떨어져 관리도 쉽다.



사시나무(포플러)
넓은 잎사귀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사시나무는 은행나무와 더불어 우리나라 도시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가로수다. 성장이 굉장히 빠른 ‘속성목’이기 때문에, 헐벗은 산을 푸르게가꾸기 위해서도 쓰였다.



잣나무
잣나무는 성장이 빠를뿐더러 가을에 식용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이런 나무를 ‘유실수’라고 한다. 같은 이유로 밤나무도 우리 주변의 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연숲에는 어떤 식물이 살까?

자연숲은 오랜 세월 식물 스스로 일궈낸 기름진 토양 위에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한 자생종이 많이 자라는 점이 특징이다. 가을이 되면
단풍과 함께 낙엽이 떨어지는 활엽수가 많고, 여러 가지 나무가 고루고루 잘 섞여 있는 점도 도시숲과 다른 자연숲만의 특징이다.



우리는 좀 위험해요!

외래종을 제대로 관리하면 괜찮지만, 관리 소홀을 틈타 다른 생태계를 침입할 경우 문제가 된다. 특히 씨앗이 가벼운 가죽나무나 새가 씨앗을 옮기기 쉬운 일본목련은 인근의 자연숲까지 퍼져나가고 있는 상태다. 나무가 이동할 경우 그에 딸린 새나 곤충 등의 동물들도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원래 있던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도시숲, 이런 문제가 있다?

“잘 놀고 있는데 쓴 소리해서 미안하지만, 이제 그만 현실을 알려 줄 때가 된 것 같군.”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는 지구방위 그랜파 앞에서 닥터 그랜마는 침만 꿀꺽 삼켰다.
“사실…, 도시숲의 미래가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라네.”
지구방위 그랜파는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잘 듣게. 우리나라의 도시숲은 여러 가지 문제점도 함께 안고 있어.”



환경이 어려우니 우리도 힘들어

도시는 농촌에 비해 기온이 높고 습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환경이다. 또 지하수의 수위가 낮고 양분이 풍부한 표토와 심토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식물이 뿌리를 깊게 내리기 힘들다. 대기오염과 산성비 같은 외적인 환경도 농촌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얕은 토양에서도 쑥쑥 잘 자라는 나무가 사랑받고 있으나, 이런 식물들조차 병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숲이 생태계를 교란시켜?

현재 서울의 도시숲은 고립된 ‘섬’ 같은 존재다. 숲과 숲 사이가 큰 도로나 건물로 가로막혀 있어 큰 동물들은 거의 이동하기 어렵다. 이 경우 도시숲의 생태계는 고립되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또 앞서 말한 가죽나무나 일본목련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도시숲을 꾸미기
위해 들여온 외래종이 기존 생태계를 침범해 교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생태적 천이가 뚝!

하나의 숲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주요 식물이 계속 바뀌는 자연적인 흐름이 필요한데 이런 과정을 ‘생태적 천이’라 한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숲일 경우 이 과정을 잘 볼 수 있으나 도시숲은 많은 경우 천이가 멈춘 상태다. 이대로라면 먼저 자리를 잡은 외래종 나무들이 병들거나
사라질 경우 숲 자체가 없어질 위험이 있다.





외국의 도시숲은 우리와 달라?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지형이다. 예로부터 ‘배산임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과 물이 있는 곳에 고을을 세우는 일이 흔했다. 이 때문에 원래 있던 산이 도시숲으로 ‘편입’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의 경우는 다르다. 유럽의 경우 평야에 세운 도시가 많아 정원이나 공원이 도시숲으로 성장했다. 일부러 울창한 숲을 도시 안에 만드는 경우도 있다. 또 일본은 신을 모시는 ‘신사’를 보호하기 위해 심은 나무들이 자라 도시숲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센트럴파크
뉴욕에서도 가장 번화한 맨하탄 한가운데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공원이자 숲이다. 150여 년 전 뉴욕이 대도시로 성장할 당시 인공적으로 조성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민숲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숲’.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까지 해내는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2000년 보호림으로 지정됐다.


 



일본 타다스 숲
일본 교토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모가모 신사가 있다. 이 신사를 둘러싼 타다스 숲은 600년이 넘은 나무들이 살고 있는 유서 깊은 숲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시숲을 정원이나 공원처럼 꾸미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원래 있던 산이나 마을숲을 가꿔서 사용하는 게 더 좋답니다. 이를 위해서는 숲을 잘 아는 전문 인력과 나라가 힘을 합쳐 도시숲을 만들어야 하지요"  윤여창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도시숲, 내 힘으로 키우고 고친다?

“이대로라면 도시숲이 곧 사라지지 않겠나! 대체 어떻게 하면 되지?”
닥터 그랜마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물을 쏟았다. 어떻게 찾은 녹색 낙원인데, 이대로 사라지게 둘 순 없어! 통곡하려는 닥터 그랜마는 어깨를 꼭 잡는 따뜻한 손길에 고개를 들었다. 지구방위 그랜파가 미소 짓고 있었다.
“우리가 움직이면 된다네. 자네도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참 많으이.”
“그 방법이 뭔가! 얼른 알려 줘! 나도 할 수 있단 말이지?”



도시 안에도 ‘자연숲’을

현재 도시숲은 외래종이 많지만 숲을 오래 관리하려면 우리나라에 맞는 자생종을 찾아 심을 필요가 있다. 또 한 그루의 나무는 열매를
먹는 새나 곤충뿐만 아니라 토양 속 미생물, 나무에 붙어 자라는 지의류처럼 다종다양한 생물이 모인 작은 생태계다. 자생종이 버틸 수 있는 기름진 토양과 넓은 공간을 마련하고, 인근 산과 같은 종류의 나무를 가로수나 도시숲의 핵심 나무로 삼으면 산의 생태계가 자연스레 도시로 이어질 수 있다.



숲도 ‘손에 손잡고’

도시숲을 서로 연결하는 통로가 있다면 큰 동물도 자유로이 오가며 도시의 생태계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 도로 위로 생태통로를 건설하거나, 가로수와 공원으로 도시숲들을 연결해 생태계가 하나로 연결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나도 가로수 지킴이!

가로수는 다른 나무보다 뿌리를 뻗을 공간이 얕고 좁으며, 배기가스의 영향에 바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시민이 가로수를 입양해 직접 돌보는 ‘가로수 어답터’ 제도는 가로수를 살리고 도시숲의 생태계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10년부터 서울시가 도입한 이 제도는 지난해인 2012년, 어린이과학동아의 노력으로 학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됐다. 올해는 대상지역을 서울시 전역으로 넓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내 집 앞 가로수를 직접 돌보며 도시숲을 지키는 ‘가로수 어답터’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도시숲에 관심 가지고 직접 참여하기

도시숲은 말 그대로 도시민의 삶과 직결된 공간이다. 도시민이 자주 드나들수록 관리도 엄중해지고, 그 결과 숲도 더 발달할 수 있게 된다. 나무를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자주 들여다보자. 도시숲만의 생태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한다면 금상첨화!





아아, 이를 어찌할꼬. 닥터 그랜마는 지구 정복에 눈이 멀어 도시숲 가꾸기를 위한 ‘우리 도시 푸르게!’ 작전에 꼼짝없이 걸려들고 만 것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말하길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일지니. 닥터 그랜마, 앞으로 도시숲을 잘 부탁해요~!



2013 가로수 어답터가 새롭게 출발합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구청 두 곳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된 ‘가로수 어답터’가 어린이과학동아의 활약에 힘입어 올해는 서울시에 있는 25개 구 전체로 확대됐어요. 여기에 희소식 하나 더, 올해부터는 원하는 단체나 개인이 직접 신청하고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참여하면 될지 자세히 안내합니다~!



STEP 1 내 나무 찜하기!

먼저 돌보고 싶은 나무를 선택해요. 자주 만날 수 있는 집 앞 가로수가 가장 좋겠죠? 가로수가 없다면 가까운 공원이나 학교의 나무를
찾아 봐요.


STEP 2내 포부 밝히기!

가로수 어답터 안내 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받아 정성껏 작성합니다. 가로수를 돌볼 계획을 담은 활동계획서도 함께요. 활동계획서는 자유롭게 쓰면 된답니다.


STEP 3 내 계획 알리기!

신청서와 활동계획서를 자신이 사는 동네의 구청에 제출하면 끝! 구청별 해당 부서와 연락처는 안내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가로수 어답터로 선정되면 가로수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자세한 교육을 받고 1년간 자신의 가로수를 정성 껏 돌볼 수 있어요. 우수 어답터로 선정되면 푸짐한 상까지 받을 수 있지요. 내 힘으로 도시 속 녹색을 하나 더 늘릴 수 있는 기회, 지금 바로 도전해 보세요~!

2013년 07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은영
  • 도움

    김은식 교수
  • 도움

    윤여창 교수
  • 도움

    김종근 사무관
  • 도움

    최경주 주무관
  • 진행

    박순구
  • 진행

    조주희
  • 진행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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