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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위에 약한 변지민 기자. 한겨울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면 추위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하루 종일 담요를 뒤집어쓴 채 밖에 나가지도 않는다. 오늘도 한파를 피해 따뜻한 편집실로 막 뛰어 들어오던 찰나, 입구에서 딱! 마주친 편집장이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을 찾아오라는 청천벽력 같은 지시를 내리는데….
으어~. 덜덜덜덜…, 여긴 정말 추…, 추워요. 에취! 지구에서 가장 추운 남극에 왔습니다. 제가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투덜투덜…, 여기 온도계 보이시죠? 지금 온도가…, 끼야~~~! 영하 60℃!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을 찾아라!
변 기자가 찾은 보스토크 연구기지는 연평균 기온 영하 55.4℃, 극한의 추위를 자랑하는 곳에 있다. 남극 대륙 중앙부에서도 해발고도 3488m로 상당히 높은 지대이다. 1983년에는 영하 89.2℃까지 내려가 세계최저온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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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에베레스트 Vs 북극 Vs 남극
추운 지역이 추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해발고도가 높거나 위도가 높거나. 해발고도가 높으면 땅에서 반사된 태양에너지가 도달하지 못해 기온이 낮아진다.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0.6℃씩 떨어지는데,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8848m)의 경우 해수면보다 계산상 무려 53℃가 낮다. 위도가 높은 지역에는 태양에너지가 비스듬한 각도로 들어와 지면을 달구지 못한다. 따라서 시베리아와 북극은 늘 영하에 머무른다. 그래도 바다가 많은 북극은 남극에 비하면 따뜻한 편이다. 평균 해발고도 290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륙인 남극은 북극보다 연평균 기온이 10℃ 이상 낮다.
가장 추운 태양계 행성 천해토수목화지금
행성 표면의 최저온도 순서로 태양계행성을 다시 배치해 보자. 태양계에서 가장 추운 행성은 천왕성이다. 해왕성이 태양에서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데 천왕성이 가장 추운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해왕성 내부에서 방사능 붕괴가 일어나 열을 많이 내놓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성은 태양과 가장 가까이 있지만, 대기가 없어서 극한의 추위와 더위 사이를 오르내린다.
금성 최저 -45℃
지구 최저 -89℃
화성 최저 -140℃
목성 최저 -163℃
수성 최저 -183℃
토성 최저 -191℃
해왕성 최저 -218℃
천왕성 최저 -224℃
추워도 너~무 추운 이곳!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은 지구에서 1500광년 떨어진 부메랑 성운이다. 중심별에서 초속 164km로 가스가 뿜어져 나오며 급격히 팽창해 절대온도* 1K(영하 272℃)까지 차가워진다. 현재까지 미국항공우주국에서 관측한 기록 중 가장 온도가 낮은 곳이다.
*절대온도 : 원자가 운동하는 에너지를 기준으로 측정한 온도다. 절대온도의 정의를 처음 만든 켈빈 경의 이름을 따서 단위를 K(켈빈)로 표시한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낮아질수록 원자가 천천히 움직이는데, 모든 원자가 움직임을 멈추는 영하 273℃를 절대영도(0K)로 정의한다. 아직까지 이론상으로만 예측할 뿐 절대영도에 다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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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 장 추운 곳은?
“남극이 추운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아! 이걸 취재라고 해왔어?”
얼어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간신히 남극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변 기자에게 편집장은 버럭 화를 낸다.
우주 끝까지 샅샅이 뒤져 가장 추운 곳을 취재해오라는 지시에 변 기자는 사색이 되는데….
대반전! 알고 보니 가장 추운 곳은 실험실?
맙소사, 등잔 밑이 어두웠다. 온 우주를 샅샅이 뒤지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에서 예상치 못한 답을 찾았다. 바로 절대영도(0K, 영하 273℃)에 도전하는 과학 실험실! 마침내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을 찾았다는 기쁨에 펑펑 울던 변 기자는 ‘그동안 내가 뭐한 거지?’ 하는 억울한 마음에 또 펑펑 울어버렸다.
절대영도에 도전!
자유롭게 흐르는 물보다 딱딱한 얼음이 더 차가운 것처럼, 원자는 움직이지 않을수록 더 차갑다. 1980년대 과학자들은 원자를 가운데 놓고 여섯 방향에서 레이저를 쏴 원자를 꼼짝달싹 못하게 가둬놓는 방법으로 수만 분의 1K까지 온도를 낮췄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 볼프강 케테를레 교수팀은 여기에 더해 압력을 낮추고 활발한 원자만 골라서 제거하는 방식으로 2003년 수십억 분의 1K까지
온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절대영도에서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절대영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는 초유체, 초전도체라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초유체는 액체에서 점성이 사라진 물질로, 가만히 놔두면 벽을 타고 위로 흐르거나 사방으로 흩어지는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진다. 초전도체는 극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져 에너지 손실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다. 자기공명장치(MRI), 자기부상열차, 슈퍼컴퓨터, 핵융합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절대영도보다 낮은 온도가 있다?
지난 1월 6일 독일 과학자들이 음의 절대온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독일 루드비히 막시밀리언대학교 울리히 슈나이더 교수팀은 극저온에서 원자들의 에너지 분포를 뒤집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 상태에서는 일반적인 온도와 정반대로 속도가 느린 원자들이 빠른 원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암흑에너지처럼 음의 압력을 보이는 등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신용일 교수는 “음의 절대온도가 절대영도보다 더 ‘차갑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번 연구가 기존의 온도 개념을 뒤흔들어 놓았다는 사실은 맞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온도(왼쪽)에서는 속도가 빠른 원자보다 느린 원자들의 수가 많고, 빠른 원자들이 느려지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연구팀이 자기장과 레이저로 원자에 특별한 조작을 가해서 만든 음의 절대온도(오른쪽)에서는 정반대다. 속도가 빠른 원자가 더 많을 뿐 아니라 느린 원자도 빨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음의 절대온도 세계에서는 온도가 거꾸로 흐른다고 보면 된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304/C201304N007_img_03.jpg)
드디어 고생 끝~! 우주에서 가장 추운 취재를 마치고 따뜻한 편집실로 얼른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훈훈해진 변 기자. 편집장에게 전화로 취재에 성공했다는 보고를 한다. 그런데 통화를 할수록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