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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 묻힌 고대 도시를 찾아 고고학 탐사를 떠나는 게 꿈이었던 변지민 기자. 어디선가 특이한 방식으로 고고학 탐사를 한다는 소식을듣고 찾아가 보기로 한다. 엄청난 보물을 발굴하는 모습을 특종으로 잡아오겠다는 기대에 부풀어서 방문한 탐사 현장.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는데…?


 





과학탐사 ❶ 삽질 대신 과학으로~!
오잉? 이 장비들은 다 뭐지?’
고고학 탐사현장을 찾은 변 기자가 깜짝 놀랐어요. 곡괭이 와 삽 대신 첨단 전자장비와 인공위성 전파수신기를 들고 유적을 찾고 있었거든요. 국립문화재연구소 신종우 학예 연구사는 변 기자에게 고고학 탐사가 무턱대고 땅부터 파는 일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어요.
땅을 파기 전에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해 유적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모은 다음, 신중하게 발굴을 시작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유적을 보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발굴할 수 있다는 사실!



지하탐지 레이더로 숨은 보물 찾기

경북 경주에는 신라 시대 왕궁이었던 반월성 유적이 있어요. 2009년에 고고학자들이 이곳에서 과학탐사 장비를 이용해 땅 속에 묻혀 있는 건물위치, 크기와 형태, 칸 수, 건물 기둥을 받치는 초석 개수까지 세세하게 파악했어요. 지하탐지 레이더 탐사법을 이용하면 병원에서 X레이 찍듯 땅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지요.


 
탐사기술 중에서 가장 많이 쓰는 지하탐지 레이더 탐사법은 땅 속으로 전자기파를 쏴서 묻혀있는 문화재를 찾는 방법이다. 반월성 석빙고 앞의 평평한 잔디밭(왼쪽 사진) 밑에는 뭐가 있을까? 탐사장비로 땅 밑을 조사하자 옛 왕궁의 건물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오른쪽 사진).








 
 

과학탐사 ❷ 인공위성으로 피라미드 찾기

미국 앨라배마 대학교의 사라 퍼칵 박사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이집트 땅 속에 묻혀있는 고대 유적을 찾고 있어요. 700㎞ 상공에 떠 있는 인공위성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사막을 보면 아직까지 발견 되지 않은 이집트 유적 수백 군데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요. 실제 퍼칵 박사가 예상한 지역에서 유적이 발굴되어 고고학자들의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어요.


 
인공위성으로 나일강 삼각주의 도시 타니스를 찍은사진이다. 일반 항공촬영(왼쪽)으로는 모래 황무지밖에 안 보이지만 인공위성 적외선 카메라(오른쪽)로 촬영하자 땅밑에 숨어 있던 고대 도시가 나타났다.



사막에 묻힌 피라미드, 적외선 영상으로 찾는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 같은 건물을 만들 때 석회암을 쌓아 올리거나 진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썼어요. 이런 재료들은 모래와 비교해 봤을 때 밀도가 높아요. 그래서 태양 빛을 받았을 때도 모래보다 천천히 달궈지고 천천히 식는답니다. 적외선 영상은 이런 열 차이를 분석해 사막에 묻혀있는 오래된 건축물들을 찾아낼 수 있는 거예요.



과학탐사 ❸ 물 밑에 숨은 보물, 소리로 찾는다
강과 바다에서 조사할 때도 과학탐사 방법을 많이 이용해요. 물 밑에 묻혀 있는 유물을 찾을 때는 소리인 음파를 이용한답니다. 음파는 빛이나 전자기파와 달리 물 속에 들어가도 에너지를 잃지 않고 잘 전달되거든요.


돌고래도 울고 갈 음파탐지기

바다 밑에 묻혀있는 문화재를 찾을 때는 진동수 30~400kHz의 초음파를 사용해요. 돌고래가 내는 초음파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진동수예요. 음파탐지기에서 바다 밑으로 발사한 초음파가 땅에 반사돼서 되돌아오는 시간과 파장 세기를 분석하지요. 돌고래가 물고기를 찾을 때 사용하는 방법도 이와 비슷하답니다.


 
수중 음파탐지기가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자료를 배 위에 있는 컴퓨터에서 분석해 영상으로 바꾼다.  바다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바다 속을 훤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만큼 해양탐사 할 곳이 많아요. 오랜 시간 배를 타야해서 다소 힘들긴 하지만, 바다 밑에 묻혀있는 유물을 찾는 일은 소중한 의미가 있답니다." 이방희 (한국문물연구원 수중문화재 조사팀장)


침몰한 타이타닉 찾아 낸 과학탐사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의 해양지질학자 밥 발라드 박사는 1985년 강력한 음파탐지기와 자력탐지기, 그리고 미국 해군에서 개발한 심해탐사용 잠수정을 이용해 북대서양 3810m 아래 가라앉아 있던 타이타닉호를 찾아 냈어요. 발라드의 타이타닉호 발견이 알려지면서 해저 유물 탐사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졌답니다.


잠수 로봇으로 해저 유물 찾아 낸다

타이타닉호를 탐사할 때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제이슨 주니어라는 작은 잠수 로봇이에요. 원래 전파탐지 장치와 미사일을 찾아 내는 용도로 개발한 군사 로봇이었는데, 발라드 박사가 타이타닉호 안으로 들여보내 특수카메라로 선실 안을 구석구석 촬영해 세상에 알렸어요. 제이슨 주니어는 1㎠당 380㎏이라는 어마어마한 압력을 견뎌내며 탐사작업을 했어요. 거의 코끼리 한 마리를 등에 얹고 움직인 셈이지요.


문화재 지킴이 ❶ 문화재 발굴은 조심조심~.
저는 열심히 땅 파서 보물 찾는 고고학 탐사를 생각하고 왔단 말이에요!”
고고학자들이 신중하게 과학탐사부터 실시하는 모습이 답답해서 변 기자가 투덜거렸어요. 큰 보물 을 당장 발굴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거든요. 하지만 신종우 학예연구사가 핀잔을 줬어요. “그렇게 준비 없이 과격하게 발굴하다가는 문화재만 파괴하고 말 걸요. 성급하게 땅부터 파다가 고 고학 유적이나 유물을 파괴한 사례가 얼마나 많다고요!”


트로이 도시 유적 훼손 사건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드’를 보고 감명을 받은 슐리만은 고대 그리스 도시 트로이를 찾는데 전 재산을 바쳤어요. 결국 1871년 트로이로 추정되는 도시 유적을 발견했지요. 아홉 층의 유적 중에서 2층이 트로이 도시 유적이라고 확신한 슐리만은 그 위에 있던 일곱 개 층을
파헤쳐 버렸어요. 그런데 슐리만이 없애버린 층들 가운데 트로이 도시유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답니다.




무령왕릉 훼손 사건

1971년, 충남 공주에서 배수로 공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무령왕릉은 백제 무령왕과 왕비의 무덤이에요. 1000년이 넘게 도굴 당하지 않고 온전하게 보존된 상태라 고고학적 가치가 매우 높았답니다. 그런데 발굴을 맡은 고고학자들이 무덤을 급하게 파 들어가다 안에 있던 유물들을 심하게 손상시켰어요. 심지어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하다가 유물을 발로 밟아 부러뜨리기도 했답니다.




 

발굴하면 되돌릴 수 없다!
발굴이라고 하면 변 기자처럼 보물 찾는 작업이라고 단순히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유물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만큼, 그 유물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도 많지요. 트로이 사례처럼 한번 발굴을 시작하면 정보가 파괴되기 때문에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어요. 고고 학자들은 여러 단계를 거치며 꼼꼼하게 문화재를 파악하고 발굴에 들어간답니다. 사람 손으로 하나 하나 정성들여 붓질하고, 발견하는 모든 것을 섬세하게 기록하는 과정이 필수예요.


발굴하고 싶어도 참아!

문화재를 발견하고도 발굴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현재 발굴기술로는 문화재를 발굴하다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발달된 발굴기술을 가진 후대 고고학자들에게 맡기는 것이지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진시황릉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의 거대한 무덤이에요. 무덤 안에는 온 세계를 그대로 축소해서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기록도 있어요. 궁금해서 발굴할 법도 하지만 중국 당국에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어요.



문화재 지킴이 ❷ 일부러 발굴하지 않는 문화재?
우리나라는 성급한 발굴로 문화재를 파괴한 사례가 많아요. 특히 공사를 앞두고 ‘구제 발굴’을 할 때 문화재가 많이 훼손되지요. 개발 때
문에 문화재가 파괴될 위험에 처했을 때 급하게 구하려고 실시하는 발굴을 구제 발굴이라고 해요.
우리나라는 공사가 많아도 너무 많아요. 문화재들에 발이 달려있었더라면 포클레인을 피해 도망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을 거예요.


 
개발을 위해서 문화재를 급하게 발굴하는 것도 문제지만, 공사에 방해가 된다고 문화재를 파괴하거나 못 본 척 하는 건 더 큰 문제다.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을 발굴할 당시, 재건축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굴착기를 동원해 백제 시대 왕성 유적지를 파헤쳤다. 유적 발굴 때문에  개발이 늦어진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성급한 발굴은 문화재 파괴!

수천 년간 땅 속에 묻혀있던 문화재는 그 자체로 가장 안정된 상태예요. 갑자기 발굴하게 되면 지반이 불안정해지면서 문화재가 파괴될 수 있어요. 또 땅 속에서 공기와 차단된 채로 보존돼 왔던 문화재를 밖으로 꺼내놓으면 산소와 접촉하면서 급격하게 산화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문화 선진국들은 과학기술을 이용해 정밀하게 탐사만 해 놓고 문화재를 발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답니다. 과거 선조들이 남긴 정보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거지요.



"예전에는 값비싼 유물을 빨리 찾으려는 욕심에, 최근에는 개발로 돈을 벌기 위해 문화재를 훼손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어요. 준비되지 않은 채로 발굴하는 것보다는 땅 속에 그냥 놔두는 게 문화재를 보존하는 길이지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문화재 지키자는 세계인의 약속!

개발 때문에 문화재가 파괴될 위험에 처한 건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1960년 이집트에서는 댐 건설로 고대 이집트 아부심벨 신전이 수몰위기에 빠졌어요. 그러자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죠. 이 일을 계기로 1972년 유네스코에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이 만들어졌답니다. 나라를 떠나서 인류의 선조들이 남긴 흔적을 소중히 여기자는 약속이지요.



문화재 지킴이 ❸ 개발과 문화재 보존, 공존할 수 있을까?

변 기자는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뿌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지 만, 고고학 탐사 현장에서 배운 게 많았거든요. 과학탐사로 우리 문화유적을 정밀하게 찾아 내는 원리도 알았고, 찾더라도 서둘러 발굴하지 않는 게 문화재를 위한 길이라는 사실도 알았어요.
그런데 한 가지, 개발로 인한 문화재 파괴가 마음에 걸렸어요. 변 기자도 서울에 살면서 공사현장을 자주 지나다녔거든요.

개발과 문화 개발 vs 문화재 보존

도시에서는 끊임없이 공사를 해요. 더 좋은 집에 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서만도 수십 군데에서 도심재개발 공사가 진행 중이지요. 문화재 보존을 위해서는 개발을 줄이는 게 필요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신중하게 발굴해서 현장에 그대로 보존하는 게 좋아요. 유적이나 유물은 무조건 박물관으로 옮겨 놓는 것보다 발굴 현장에 그대로 놓아 두었을 때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기 쉽거든요.



육의전, 발굴현장에서 박물관으로 변신!

서울 종로에 있는 육의전 빌딩에 가면 조선시대 육의전 발굴현장을 강화유리 위에서 직접 볼 수 있어요. 건물을 지으면서 유적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흙으로 덮어버리지 않고 현장에 보존한 덕분이지요. 땅 속에 중요한 문화재가 많이 묻혀있는 역사도시를 재개발할 때, 어떻게 문화재를 보존할지 참고할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조선시대 시전 상인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물건을 주고받는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재밌겠죠? 문화재는 과거로 들어가는 중요 한 열쇠랍니다. 우리 문화재, 아끼고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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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 PDF없음 정보

  • 변지민
  • 도움

    신종우 학예연구사
  • 도움

    이방희 팀장
  • 도움

    황평우
  • 진행

    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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