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으아~, 도대체 모르겠다!”
여기는 ‘어린이과학동아’의 표지회의가 한창인 회의실. 창간 6주년을 맞아 12월 표지에 등장할 동물을 찾고 있다. 하지만 선정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어린이과학동아’ 표지 모델인지라 쉽게 결정이 나지 못하고, 결국 편집장님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표지모델 선발 오디션을 여는 거예요! 심사는 전문가가 맡아 주었으면 하는데….”
“심사라면 믿을 만한 곳이 있습니다!”
갑자기 손을 번쩍 들고 나선 성 기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데….
 
강인한 생명력! 화석 생물

쿨럭! 우리는 특아카데미입니다~! 성 기자가 다짜고짜 오디션 심사를 맡아달라기에 그러자고 했는데, 알고 보니 동물 오디션이었다는…. 어쨌든 이번 오디션의 심사기준은 아주 복잡다양미묘하겠군요. 참가 대상이 동물들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레 겁먹지들 말고 끼와 재주로 똘똘 뭉친 지구 생물이라면 누구든지 참가해 주시길! 으악~, 저기 지나가는 바퀴벌레는 빼고요!


놀라지 마세요! 난 오디션 참가를 위해 저 멀리 방구석에서부터 찾아온 바퀴벌레예요. 혹시 화석 생물이라고 들어 봤나요? 수억, 수천만 년 전 지구에 살았던 대부분의 고대 동식물은 이제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거나, 아예 멸종해 화석으로만 볼 수 있죠. 하지만 우리처럼 고생대에 처음 출현해 지금도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생물들을 보고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해요. 지금부터 제 형님들을 만나 보실까요?


1 살아 있는 암모나이트 사촌 앵무조개 (캄브리아기 출현)

에헴~! 바퀴벌레 자네가 수고가 많네. 난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처음 나타나 지금도 인도양과 태평양의 산호초에서 살고 있다네. 오징어나 문어와 먼 친척이지만, 내겐 몸을 보호하고 바다를 둥둥 떠다닐 수 있는 둥근 껍데기가 있다네. 암모나이트 형님들과 한때 어울려 살았지만, 형님들은 중생대를 지나 모두 멸종하고 우리만 살아남았다네. 아흑!
 
2 말발굽을 닮았다굽쇼? 투구게 (실루리아기 출현)
난 고생대 실루리아기부터 살았던 생물이라오. 주로 북미 해안에서 사는데, 등딱지가 말발굽을 닮았다고 해서 영어로는 ‘Horse-shoe crab’이라고 하지. 등딱지 덕분에 우리를 잡아먹는 천적은 거의 없다오. 다만 봄과 가을에 알을 낳으러 해변으로 나가면 알을 노리는 천적이 모여들어 골치가 아프다오. 참, 날 보고 삼엽충과 닮았다는 사람도 있는데, 기분 나쁘다오! 같은 절지동물이긴 하지만 오히려 나는 바다전갈에 가깝다오~.
 
3 세상에 모습을 드러 낸 실러캔스 (데본기 출현)
백악기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가, 1938년 12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이스트런던 차룸나 강 앞바다에서 잡히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게 바로 나요. 사람들은 우리 지느러미에 있는 뼈의 흔적이 어류가 양서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설명해 준다며 신문에 엄청 크게 보도하더군. 화석 생물의 대표인 내가 표지모델로는 딱이죠! 우후훗~.
 
4 생명력의 대명사 바퀴벌레 (석탄기 출현)
드디어 내 차례군요. 최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러셀 카우드 연구팀은 CT 스캔기기를 이용해 약 3억 년 전에 살았던 우리 조상님의 모습을 복원했죠. 연구 결과, 조상님은 생존에 유리한 신체 구조를 가졌대요. 다리에 끈적거리는 조직이 있어 나뭇잎 등의 매끄러운 표면에 달라붙기 쉬웠고, 높은 곳에 알을 낳아서 포식자를 피할 수 있었죠. 다리에 있는 갈고리 발톱으로는 나무처럼 거친 표면을 오르거나 높은 곳에 있는 먹이를 찾는데 유리했고요. 먹이를 으깨는 데 쓰였을 큰 턱은 지금의 바퀴벌레와 비슷하답니다.
 
3차원으로 복원한 약 3억 년 전 바퀴벌레 조상의 모습.
뭉쳐야 잘 산다!
휴~, 이거 시작부터 살짝 비호감 생물이 등장했군요. 뭐, 생명력 하나는 끝내 줍니다만 인류의 조상이라며 거들먹거리는 태도가 마음에 걸리므로 감점~! 흠흠, 다음 동물은 소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수학영웅 피코’의 홍승우 작가님이 특별 추천하셨군요. 무대로 나와 주세요!


5 공동체를 위한 희생은 기본! 개미
우리가 큰 군락을 이루고 대가족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건 잘 알지? 게다가 곤충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어. 자기 자신의 번식을 포기하면서까지 여왕 개미의 번식을 도우며 살고 있거든.
최근 네이처지에 소개된 미국 하버드대학교 마틴 노왁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개미들은 원래부터 생식 능력이 없는 일개미와, 알을 낳을 수 있는 여왕개미로 분리되어 진화했대. 공동체가 함께 잘 살도록 진화한 거지. 그러니 우리가 표지모델이 된다면 멤버들 간의 불화설 따위는 남의 얘기! 출연료는 동료들과 페로몬 의견 좀 나눠 보고 협상할 수도 있어~.
 
6 배심원 제도의 원조는 나! 꿀벌
붕붕~! 여보슈, 개미보다 우리가 한 수 위라우! 우리 꿀벌들은 대화를 통해 싸우지 않고 벌집을 꾸려가는 완전 기특한 생물이라오.
나무 위에 뭉쳐져 있는 꿀벌 떼를 본 적 있는가? 새로운 벌집을 지을 장소를 정하려고 모여 있는 거라우. 나이가 3개월 이상 된 경험 많은
일벌들이 좋은 장소를 찾으러 다녀오면, 각자 춤을 춰서 좋은 장소가 있다는 걸 동료에게 알리는 거지. 그리고는 동료를 데리고 나갔다가
다시 벌집으로 돌아오고, 또 다시 춤을 춰서 다른 동료들을 설득한다우.
결국 같은 춤을 추는 동료들이 점점 많아지는 장소가 좋은 장소로 낙점! 사람들이 우리를 따라했는지 배심원 제도인지 뭔지를 하던데, 우리가 원조라우! 그런데 아줌마는 누구시냐고? 쩝~, 꿀벌 여왕도 몰라보다니!
 



 
▲ 밖에 나갔다 돌아온 일벌은 1초에 약 15번 몸을 진동하는 특별한 춤으로 동료들에게 장소를 알려 준다.
 

7 땅 속에 모여 살아요~ 프레리도그
안녕하셔요? 북아메리카 초원에서 온 프레리도그예요! 우리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사회적인 동물이랍니다.
우두머리 수컷과 여러 마리의 암컷, 새끼가 한 무리를 이루어 살고 있어요. 다른 무리들과 코를 비비며 서로 인사도 해요. 아! 예민한 번식기일 때는 빼고요.
우리는 땅굴을 파서 거대한 마을을 만들어요. 무려 2500㎢의 면적에 수백만 마리의 프레리도그 마을이 발견된 적도 있어요! 평소에는 먹이를 찾아 밖에 있지만, 새끼를 기르거나 적이 나타났을 때 재빨리 땅 속 마을에 숨는답니다. 잠자는 방, 먹이 저장고, 화장실, 심지어 반대편 동료와 마주쳤을 때 비켜서는 방까지 있어요! 굴 입구에서는 번갈아가며 살피는 보초를 서는데, 적이 나타나면 개처럼 짖는 소리를 내어 알려요. 앗, 오늘은 제가 보초 당번이라 이만 가 봐야겠어요! 표지모델 시켜 줘요~!
 






명품 연기로 승부한다!
혼자서는 약하지만 여럿이 똘똘 뭉쳐 살아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자, 다음 참가자들은 뛰어난 연기로 승부하겠다는데요…. 서둘러 만나 볼까요?


8 바다의 트랜스포머 흉내문어
표지 모델이라면 기본적으로 연기력이 받쳐 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바다의 트랜스포머라고 불리는 나 흉내문어 정도는 되야죠~. 인도네시아 연안에 살고 있는 저는 바다뱀, 넙치, 불가사리 등 40여 가지의 생물로 변신하는 놀라운 능력으로 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답니다.
주로 주변과 비슷한 색깔로 위장하는 다른 생물들과 달리, 강렬한 색깔에 8개의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여 모습을 바꾸는 건 저만 할 수 있어요! 앗, 날 잡아먹으려는 천적이 쫓아와요! 넙치로 변신해야지. 스멀스멀스멀….”
 






9 닌자 액션을 선보인다! 북아메리카주머니쥐
하압! 야아~압! 고난도 액션 연기의 달인, 북아메리카주머니쥐가 인사 올리겠소. 내가 선보이는 액션 연기는 ‘죽은 척 살기 권법’이오. 한 번 보시겠소? “꼴까닥!”
잘 보았소? 냄새도 맡아 보시오. 이 액션 연기는 사지를 쭉 뻗어 살짝 경련을 일으키며 서서히 죽어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오. 멍한 눈동자를 하고 악취 나는 체액으로 시체 냄새까지 풍길 수 있다오. 어허! 그냥 누워 있는게 아니라 액션 연기가 맞대도 그러시오!
 
10 목숨 건 연기란 이런 것! 꼬마물떼새
이특 원장님, 제 연기 한 번 보실래요?
“아야, 아야야…. 이런, 다리를 다쳤잖아? 난 너무나 약한 존재가 되었어. 이제는 희망이 없어. 아마도 곧 잡아 먹힐 것 같아. 으흐흑!(날개를 축 늘어뜨리며)”
정말 실감나는 연기력 아닌가요? 제가 이렇게 감쪽같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게 된 데에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정이 있어요. 우리 꼬마물떼새들은 모래나 자갈밭 위에 둥지를 짓고 알을 낳기 때문에, 나뭇가지 위나 높은 곳에 둥지를 짓는 다른 새들보다 적에게 노출되기 쉽죠. 그래서 적이 알을 노리고 둥지에 다가오면 이렇게 다친 연기를 한답니다.
적들은 저의 연기에 속아 둥지로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다친 나를 잡아먹으러 다가와요. 그 때 푸드득 날아가는 기분이란! 앞으로도 자식을 지키기 위해 감쪽같은 연기를 선보일 참이니, 저를 표지 모델로 써 주시어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홍익인간을 실천하는 동물들

액션이라기보다는 어째 속임수에 가까워 보이는데…, 묘하게 설득력이 있군요. 어쨌거나 표지모델의 조건이라면 뛰어난 연기력을 빼놓을 수 없으니 그런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어야겠습니다. 오디션이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가운데, 이번 참가자들은 좀 더 특별한 경력이 있다고 합니다. 기대해 볼까요?


11 수질 오염 감시관 블루길
충! 성! 수질 오염 감시관 블루길! ‘어린이과학동아’ 표지모델 오디션에 응시합니다! 자고로 모델에게 필요한 자질이 연기력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명품 과학 잡지로서, 응당 과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약간의 불순물에도 반응을 보이는 예민한 개복치류 물고기로서,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뉴욕, 메릴랜드의 상수도에서 독소와 이물질을 검사하는 데 톡톡히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이안 헌터 교수팀은 저의 헤엄 능력을 높이 사, 제 지느러미 움직임을 따라한 지느러미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동작을 할 수 있는 로봇 지느러미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저만큼 인류에 도움을 준 생물이 있을까요? 절 표지모델로 써 주시죠. 충! 성!
 




블루길이 로봇 지느러미 밑에서 헤엄치고 있다
12 폭발물 제거반 나방
“킁킁! 이상 없음. 킁킁! 여기도 없음. 킁킁! 아니, 이것은?”
거기 양말 벗은 분, 나의 뛰어난 후각을 헷갈리게 하지 마세요. 지금 폭탄을 찾고 있거든요.
때는 바야흐로 지난 2004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켈빈 달리 박사팀이 날 찾아와 플라스틱 폭탄 냄새를 찾아 달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나의 뇌에 전극을 꽂고 먹이(수크로오스)의 특별한 냄새를 맡게 한 뒤 뇌파를 관찰했어요. 그 결과 평소보다 뇌세포가 60% 정도 활성화되며 뇌파에 독특한 반응이 나타났죠.
그런 뒤 연구팀은 먹이 냄새를 맡게 하기 직전에 폭탄 냄새를 먼저 맡게 했어요. 그 결과 우리는 폭탄 냄새를 맡았을 때 마치 먹이 냄새를 맡은 것과 같은 뇌파를 보이게 됐죠.
지금도 달리 박사는 우리의 도움으로 폭탄과 마약, 총기류를 적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에 매달리고 있어요. 저는 다시 바빠질 것 같으니, 어서 촬영하시죠?
 
13 못생긴 섬유 공장장 먹장어
에…, 나는 여러분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어유. 난 턱이 없고 쭈글쭈글한 모습으로 바다 밑바닥의 죽은 물고기를 뜯어먹고 살아유. 오죽허면 ‘바다의 청소부’라는 별명이 있겠시유. 극지방을 뺀 전세계 바다에서 사는데, 적을 만나면 몸의 옆면을 따라 한 줄로 나 있는 점액공에서 끈끈한 점액을 분비해유. 그걸로 적의 아가미를 덮어 질식시킬 수 있거든유.
그런데 나의 점액질이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시유. 지난 8월, 캐나다 퀄프대학교 더글라스 퍼지 연구팀은 먹장어의 점액질에 있는 단백질이 거미줄의 단백질과 비슷한 구조라는 걸 알아 냈시유. 거미줄로 섬유를 만드는 연구가 완성에 이르지 못하자, 내 점액질을 가지고 강한 섬유를 만들어 볼까 한다는구먼유. 바다의 못생긴 먹장어의 성공 스토리 어때유? 날 표지 모델로 써유~.
 
14 향기로운 똥 드세요!
어머, 심사위원 님들, 귀한 내 똥 드실래요~?
우리 사향고양이는 잘 익은 빨간 커피 열매만을 골라 먹는데, 과육은 소화되고 씨 부분은 위 속에서 발효 과정을 거쳐 똥으로 나와요. 이 과정에서 독특한 풍미와 향이 생기죠.
똥으로 나온 커피 씨앗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중 하나인 ‘코피 루왁’의 원료라구요!
똥을 여러 번 씻어서 말리면 코피 루왁이 탄생하는데, 어렵게 수확하는 만큼 무척 비싸게 거래되지요~. 에이, 인심 썼다! 날 표지모델로 뽑아 주면, 내 똥 많이 줄게요!
 






15 모기눈알 찾는 자, 내게로! 박쥐
아니다해~! 내 똥이 더 비싸다해~. 우리 사천성에서는 모기 눈알로 끓인 스프가 유명하다해~. 지름이 1㎜도 되지 않는 모기 눈알은 도대체 어떻게 얻는 건지 사람들이 무척 궁금해 한다해~. 일등공신은 바로 이 지역의 동굴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해~. 우린 모기가 가장 맛있다해~.
하지만 눈알은 소화 못해서 똥으로 나온다해~. 요리사들이 몰려 와서 똥 치워간다해~. 체에 몇 번 걸러 모기 눈알을 모은다해~.
이렇게 얻은 모기 눈알은 1인분에 140만 원을 넘을 정도의 최고급 요리로 재탄생한다해~. 날 표지 모델 시켜 주면, 비싼 내 똥 공짜로 주겠다해~.
 
가장 멀리 이사가는 동물들
아…, 이렇듯 앞다퉈 똥을 주신다니…,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끙….
분위기를 바꿔서 다음 참가자들을 만나 보죠. 지구에서 가장 멀리 이사 가는 동물들이라니, 상당히 독특한 이력이군요!


16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는? 큰뒷부리도요
핫둘, 핫둘! 여기는 2000m 상공, 평균 시속 56㎞로 10,000㎞를 날아왔다! 비행을 시작한지는 약 7일, 대한민국 서해에 착륙할 때까지 우리에게 휴식이란 없다!
우리 큰뒷부리도요는 호주와 뉴질랜드, 동남아에서 겨울을 난 뒤에 봄이 되면 새만금 등 우리나라의 서해 개펄을 거쳐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로 간다! 엄청난 장거리를 쉬지 않고!
2007년 뉴질랜드 마시대학교 생태학자인 배틀리 박사팀은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이용해 우리를 쫓았다! 대한민국에 착륙할 쯤에는 에너지를 모두 써 버려 몸무게가 반으로 줄어든다! 습지와 갯벌에서 다시 몸을 추슬러야겠다!
나처럼 세계적인 마라토너가 표지모델이라면 ‘어린이과학동아’의 품격이 달라질 거라고 본다! 이상!
 
17 내 눈에 내비게이션있다! 모나크나비
팔랑팔랑~! 바빠요, 바빠! 4500㎞를 날아 멕시코까지 가려면 두 달은 족히 걸리거든요. 여름엔 캐나다와 미국 동서부에서 지냈지만 겨울을 나려면 멕시코로 가야 해요!
물론 작은 몸으로 한 번에 갈 수는 없답니다. 알맞은 환경에 알을 낳고 죽으면, 우리 자식들이 어른 벌레가 된 뒤에 다시 대이동을 이어가죠. 3~4세대에 걸쳐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고 매년 똑같은 장소에 모여들다니, 정말 놀랍죠?
그런데 최근 매사추세츠대학교 스티븐 레퍼스 교수팀은 우리 눈에 빛의 특정한 자외선 영역대를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어서 길을 잃지 않는다는 걸 알아 냈어요. 이 기관이 뇌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해 주지요. 마침 계절도 딱 맞고 하니, 우리를 모델로 하는 게 어때요?
 
극한 환경을 견디는 동물들
자신감에 가득찬 큰뒷부리도요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군요~. 엄청난 거리를 쉬지도 않고 날아가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이제 심사를 마칠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요, 과연 마지막 참가자들은 어떤 특기를 들고 나왔을까요?


18 사막에선 물 절약이 살 길! 단봉낙타
아니 뭘 그리 어렵게 살아~. 그저 절약하고 또 절약하다 보면 잘 살 수 있다구! 내가 뜨거운 사막에서 목 마르지 않는 비법을 알려 줄까? 그게 바로 수분 절약형 생활이지~. 우선 내 똥에는 수분이 전혀 섞여 있지 않아. 그래서 똥이 대리석처럼 단단하지. 그리고 오줌은 안 싸~. 전부 내부 기관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해서 새로운 영양분으로 쓰거든.
마지막 비결은 좀 특별한데, 내 몸 속에는 120L의 물을 저장할 수 있어! 등에 있는 혹에 저장했냐고? 천만의 말씀~. 물을 마시면 240배나 커지며 물을 저장할 수 있게 되는 수십억 개의 몸 속 세포 덕분이야! 그래서 목이 마를 때 뼈만 남은 앙상한 몰골이 되었다가도, 물을 마시고 나면 다시 통통해지지.
 
낙타의 딱딱한 똥
19 산소 없이도 잘 살아요 로리시페라
아함~, 기다리느라 어찌나 지루했는지! 난 그리스 지중해 남부의 해저 3250m 밑바닥, 무산소 퇴적층에 살고 있는…, 아! 아직 이름이 없구나. 로리시페라 문에 속한다는 정도만 알려졌거든.
지난 4월, 이탈리아 마르케 공과대학교의 로베르토 다노바로 교수팀이 나를 포함한 세 종의 다세포 생물을 발견하고는 엄청 호들갑을 떨더라고. 지금까지는 산소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생물은 바이러스나 단세포 미생물뿐이라고 생각했다나? 나를 본 학자들은 산소가 없는 행성에서도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
산소 없이 사는 비결이 뭐냐구? 이거 극비인데…. 산소 없이 에너지를 만드는 *하이드로게노솜과 비슷한 기관을 세포 속에 갖고 있다는 거야! 알려 줬으니 표지모델 시켜 줘~!



 

*하이드로게노솜 : 수소와 아데노신삼인산(ATP)을 만드는 세포 속의 소기관.



"생물이 재미있는 행동을 한다고요? 그건 우리를 즐겁게 하려는 행동이 아니에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오랜 세월을 지나며 터득한 전략이랍니다. 만약 생물의 신기한 행동을 본다면, 왜 그런 행동을 할까, 그렇게 하면 생존과 번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실천하다 보면 여러분도 어느 새 어린이 생물학자가 되어 있을 거예요!" 장이권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네! 지금까지 ‘어린이과학동아’ 표지모델 선발 오디션을 통해 아주 특이한 동물들을 만나 보았는데요, 특 아카데미의 심사 결과는 이렇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덧글로 직접 뽑아 주는 거예요! 하하, 이거 민망하지만 우리 셋은 매력 만점인 생물들이 너무 많아 도통 의견이 모아지질 않아서요. 그럼 많은 참여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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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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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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