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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작심66일! 굿바이 게으름~


 

컴퓨터 게임을 하루에 한 시간만 하기, 매일 저녁 책 한 권씩 읽기, 아침마다 동네 한 바퀴 달리기, 하루에 영어단어 5개 외우기…. 2015년 새해를 맞아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세운 계획은 무엇인가요? 새해에는 나쁜 습관을 고치거나 부지런해지거나, 또는 건강해지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계획을 잘 지키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지요. 자꾸 미루면서 게으름을 피우게 되곤 하거든요. 사람은 왜 게으름을 피우는 걸까요? 또 게으름을 이기고 새해 계획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게으름의 주범은 ‘습관’


새로운 계획을 지키기 못하고 금세 게을러지는 이유는 이미 게으른 습관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에요. 아침 일찍 운동하기로 계획을 세웠더라도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있다면 지키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예요.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뇌인지과학과 앤 그레이비엘 교수팀은 반복적인 행동이 뇌에 습관으로 저장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어요. 연구팀은 쥐에게 어떤 소리를 들려주고 초콜릿을 주는 일을 반복했어요(사진). 그리고 그때마다 쥐를 관찰했더니, 뇌에서 명령을 내리는 부분인 전두피질이 활성화됐지요. 그레이비엘 교수는 동물이 생각하고 기억으로 저장할 때마다 신경세포들 사이에 *신경전달물질이 지나가면서 기억네트워크를 만든다고 설명했어요.

며칠 뒤, 쥐는 소리만 듣고도 초콜릿을 찾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때는 전두피질이 아닌, 반사적인 행동을 담당하는 선조체가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어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일을 할 때는 뇌가 기억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습관적인 일을 할 때에는 굳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행동한다는 증거예요. 시간과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죠.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 뇌는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새로운 일보다 습관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처리하려고 해요. 그래서 오래된 습관을 버리고 새 계획에 맞는 행동을 꾸준히 하는 일이 쉽지 않답니다.
 




* 신경전달물질 :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

게으름은 타고 난다?

게으름이 타고난 것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게으르게 만드는 유전자가 있다는 얘기지요.

미국 미주리대학교 수의과 프랭크 부스 교수 연구팀은 부지런히 쳇바퀴 돌기를 좋아하는 쥐와, 느릿느릿 뒹굴기를 좋아하는 쥐의 유전자를 비교했어요. 뇌에서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릴 때 관여하는 유전자 1만 7000개를 분석한 거예요. 그 결과, 게으른 쥐는 정상 쥐와 달리 유전자 36개에서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특히 움직일 때 도파민을 분비해 쾌락을 느끼게 하는 SLC35D3 유전자에 공통적으로 돌연변이가 있었지요. 게으른 쥐들은 정상 쥐에 비해 움직임이 3분의 1정도로 적었는데, 도파민을 주입하자 정상 쥐만큼 쳇바퀴를 열심히 돌았어요.

연구팀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일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어요. 그 결과 게을러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사람의 게으름이 유전자와 관련 있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어요.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대니얼 거스타프슨 교수 연구팀은 일란성과 이란성쌍둥이 350쌍을 관찰했어요. 그 결과 같은 날 태어나 한 집에서 자란 쌍둥이들이지만, 유전 정보가 서로 같은 일란성쌍둥이가 이란성쌍둥이에 비해 게으름 정도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한편 거스타프슨 교수는 “사람은 충동적인 행동으로 위험에 빠지는 일을 줄이기 위해 게으름을 피우도록 진화했다”고 추측하기도 했어요. 정말 게으름이 진화와 관련 있는 걸까요?

재미있게도 전문가들은 동물 중 게으름뱅이로 유명한 나무늘보도 게으름을 피우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해요. 나무늘보는 하루에 15~20시간을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어요. 일주일에 딱 한 번 똥을 누러 갈 만큼 게으르지요. 그런데 이렇게 나무에 오랫동안 매달려서 느릿느릿 움직이기 때문에 언뜻 나무늘보는 나뭇가지나 새 둥지처럼 보여요. 즉, 우리에게는 게으름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무늘보는 천적의 눈을 속이는 똑똑한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는 거예요.
 


게으름을 이기는 과학적인 방법

게으름을 이겨내고 새해 계획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몸에 밴 습관 대신 새로운 습관을 만든다면 새해 계획을 지킬 수 있을 거예요. 과학자들이 추천하는 방법들을 알려 줄게요.

첫째. 억지로라도 작심66일!

영국 런던대학교 건강심리학자인 필리파 랠리 교수는 게으름을 이겨내고 계획을 달성하려면 ‘무조건 66일 동안 억지로라도 계획을 지키라’고 조언했어요. 1월 1일부터 하루에 영어단어를 5개씩 외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최소한 3월 7일까지는 꾸준히 해야 습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예요. 그 이유는 이미 뇌에 형성돼 있는 습관 대신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데 이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랍니다.

랠리 교수는 실험참가자 96명에게 각자 목표를 정하게 한 다음, 매일 꾸준히 반복하도록 시켰어요. 그리고 언제쯤 굳이 의식하지 않고도 습관적으로 그 행동을 하게 되는지 관찰했지요. 재미있게도 아침 식사 후 물 한 잔 마시기, 점심에 사과 한쪽 먹기와 같은 간단하고 쉬운 목표는 약 21일 만에 습관이 되었답니다. 반면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하기 같은 지키기 힘든 계획은 습관으로 만드는 데 66~84일이 걸렸어요.

둘째. 현실에 맞게 계획을 조금씩 고친다

영국 심리학자 제레미 딘은 계획을 세운 뒤, 조금씩 수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어요. 예를 들어 하루에 30분씩 줄넘기를 하려고 계획을 세웠다고 가정해 봐요. 그런데 실제로 해 보니 지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면, 하루에 10분으로 줄인다거나 시간 대신 횟수로 계획을 고치라는 뜻이에요. 계획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면서 지켜나가면 원래 기대했던 것만큼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계획을 포기하거나 실패할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설명이에요.

게을러도 벼락치기하면 된다?

꾸준히 공부하기보다 시험보기 전날 ‘벼락치기’를 좋아하는 친구들 주목~!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하면 오히려 꾸준히 공부할 때보다 큰 효과를 볼 때도 있다. 이것은 긴장했을 때 집중하는 것을 돕는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몸이 점점 적응하면서 벼락치기 효과도 떨어진다. 결국 처음만큼 집중을 하지 못해 시험을 망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새해 계획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 잘 지킬 확률이 높아질 거라고 조언하기도 해요. 생활습관이 달라지거나 목표를 달성한 것에 대해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칭찬을 듣고 싶은 심리 때문이지요.

여러분도 꼭 지키고 싶은 새해 계획이 있나요? 그렇다면 주변 친구들이나 부모님에게 알리고 억지로라도 66일 동안 꾸준히 지켜 보세요. 생각보다 지키기 어려운 계획이라면 현실에 맞게 조금씩 고치면서요. 여름방학쯤에는 여러분이 상상하고 있는 멋진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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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사진 및 도움

    문요한 정신과전문의 저서 ‘굿바이 게으름’, 영국 심리학자 제레미 딘 저서 ‘굿바이 작심삼일’, 영국 스완지대학교 레베카 클리프 교수 연구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조너선 파울리 교수 연구실, 포토파크 외
  • 기타

    [일러스트] 이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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