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9월. 이제 가을이니까 좀 시원해지겠지? 게다가 얼마 안 있으면 나 명탐정 ‘한가위’님이 가장좋아하시는 명절인 추석이란 말이지! 흐흐~. 맛있는 음식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군침이 도는걸?
음~, 좋아좋아. 아침부터 이 몸이 나서 주시기를 기다리는 사건들이 메일함을 꽉 채우고 있군.이놈의 인기란!
어디 보자~. 어떤 사건이 재미있을까….
무슨 내용일까? 메일을 열어 봐야겠다. ‘딸깍.’
이게 뭐람? 내가 좋아하는 추석 차례상 사진인데 이 빈 그릇은 뭐지? 차례상에 음식이 없잖아?
가을이 사라져서 그렇다고? 흠…, 가을 실종 사건이군! 기다려라! 내가 해결해 주마!
가을이 이상하다고?
열어 본 메일 속에는 군데군데 비어 있는 차례상의 사진과 가을을 찾아 달라는 추석상 음식들의 애절한 사연이 적혀 있었어. 사과, 밤, 고사리 나물, 명태가 사라졌다는 거야! 사라진 추석 음식들이 남긴 쪽지엔 ‘가을이 이상해서 살 수가 없다’는 말만 남겨져 있었대.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지?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
사라지고 있는 가을을 찾아나서기 전에 먼저 가을의 정체부터 알아보자! 천문학에서는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밤의 길이가 길어지는 시기부터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까지를 가을이라고 불러. 또,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9~11월 사이 평균 기온이 5~20℃일 때를 가을 날씨라고 정했지. 그런데 2000년부터 2002년까지 9~11월의 하루 평균 기온을 조사해 보니, 가을 날씨가 1920년대보다 일주일 정도 줄어들었다는군.
가을에 웬 황사?
길이가 짧아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것 말고도 이상한 가을 모습은 또 있어. 바로 봄에 주로 나타나는 황사가 가을에도 나타난 거야.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가을, 81년 만에 처음으로 10월에 황사가 나타났어. 원인은 우리나라로 오는 황사가 발생하는 중국과 몽골 네이멍구의 가을 강수량이 줄어들었기 때문! 이 곳의 최근 가을 강수량은 약 100㎜로, 200㎜ 안팎이었던 평균 강수량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군.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가을철 황사가 계속되면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쉬워지고, 가을의 상징인 맑고 높은 하늘도 볼 수 없게 될지도 몰라.
가을 옷이 달라진다
가을이 점차 늦게 오면서 옷을 만드는 회사들은 고민에 빠졌어. 가을 옷을 어떻게 만들고, 언제 팔아야 하는 걸까? 아무리 가을이 더워지고 짧아졌다고 해도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잘못하다가는 감기에 걸릴 수 있어. 그래서 의류 회사들은 여름 옷 소재로 가을에 입을 수 있는 긴 팔 옷을 만들거나,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어서 두 겹으로 입을 수 있는 옷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어.
정말 가을이 이상하긴 이상하구나.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지? 혹시 발명가들을 괴롭히는 악당 ‘업새블라’가 가을에게 무슨 짓을 한 게 아닐까? 우선 차례상에서 사라진 생물들부터 만나 봐야겠다.
따뜻한 바다의 생물들이 몰려온다
나는 차례상에서 사라진 명태를 만나러 동해로 갔어. 하지만 어디서도 명태를 찾지 못했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끼룩끼룩~! 갈매기만 울어대는 바닷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는 등 뒤 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어. 뭐…, 뭐지? 공포특집 2탄인가? 하지만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 그 때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어!
“옴마야, 깜짝이야!”
내 어깨를 두드린 건 오징어의 긴~ 다리였어. 놀란 내게 오징어가 말해 줬지.
“명태를 찾고 있지? 명태들은 다 러시아로 떠났어!”
명태 대신 오징어?
명태는 생태, 동태, 황태 등 이름만 해도 수십 가지일 정도로 한국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생선이야. 1940년에만 약 27만 톤의 명태를 잡았을 정도로 그 수가 많았지. 하지만 점점 잡히는 숫자가 줄어들더니 2008년도에는 고작 1톤, 그리고 2009년부터는 아예 잡히지 않게 됐어. 결국 지금은 대부분의 명태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어.
사람들이 명태를 지나치게 많이 잡은 것도 문제지만, 동해의 수온이 올라간 것도 중요한 이유래. 명태는 주로 수온이 10~12℃ 정도의 물에서 생활하는데, 1968년부터 2008년까지 겨울철 바다 표면의 수온이 약 9℃에서 11℃ 정도까지 높아진 걸 보면 좀 더 시원한 물을 찾아 북쪽으로 올라간 것 같아. 대신 명태가 사라진 가을 바다는 여름 바다를 주름잡던 나, 오징어가 찾아왔지! 내 친구 고등어와 해파리, 보라문어도 함께 왔어.
해파리 떼가 몰려온다!
미안미안~. 내 친구 해파리 때문에 고생이 많지? 바닷가에서 사람을 쏘거나 그물을 망쳐 놓으며 여름에 기승을 부리던 해파리들이 이제는 가을에도 찾아오고 있어.
모든 해파리들이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바다에 찾아오는 ‘노무라입깃해파리’나 ‘보름달물해파리’ 등의 해파리 떼 20여 종은 대부분 독성이 강해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이게 다 한국 바다의 수온이 높아지고 염분의 농도가 낮아져서 해파리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됐기 때문이야.
플랑크톤이 위험해!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졌을 때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바다 생물은 플랑크톤이야. 플랑크톤은 육지의 식물처럼 바다 곳곳에 퍼져 있으면서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고, 또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도 하지.
플랑크톤은 온도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단다. 한국 바다에 사는 많은 수의 식물성 플랑크톤들은 보통 수온이 25℃보다 높아지면 살기 힘들어져. 그래서 평균 수온이 약 26℃ 정도인 여름엔 플랑크톤 수가 줄어들게 되지. 그런데 만약 가을에 수온이 떨어지지 않으면 줄어들었던 플랑크톤 수가 다시 늘어나지 않게 돼. 그 결과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생물들도 위험해진단다. 어쩌면 명태가 떠나간 것도 플랑크톤을 먹고사는 명태의 먹이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일지도 몰라.
"가을에도 수온이 높게 유지되면 우리 바다에 독성 플랑크톤들이 퍼질 수 있어요. 수온이 높아지면 *아열대 바다에서 온 플랑크톤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 중에는 독성이 높은 것들이 있거든요. 산호초에 사는 ‘갬비어디스커스’라는 플랑크톤은 1만 마리만 있어도 황소 한 마리를 죽일 수 있지요. 수온이 높아져 갬비어디스커스가 많이 번식하고, 물고기나 조개들이 이 생물을 먹게 되면 그 독이 몸에 남아 결국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답니다" 정해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아열대 : 열대와 온대의 중간 지역(위도 20~40°사이)으로, 일년 중 4~11개월에 걸쳐 월 평균 기온이 20℃ 이상이다.
식물들이 더위에 하악하악!
동해에서 명태를 찾지 못하고 허탕을 친 나는, 차례상에서 사라진 사과를 찾으러 사과나무가 많다는 대구로 향했어. 가던 길에 낙동강을 지나는데, 강가에 내 그림자 말고 다른 그림자가 비쳐 보여서 깜짝 놀랐어.
“이…, 이번엔 또 뭐지? 에잇! 누구냐!”
‘썰렁~.’ 내 뒤엔 아무도 없었고, 강물 위에 백로만 여유롭게 둥둥 떠다니고 있었어. 백로에게 사과나무를 보았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들은 너무 더워서 북쪽으로 이사 가고 있으니 얼른 따라가 보라”고 말해 주었지.
사과나무는 이사 가는 중
20년 전까지만 해도 대구는 사과 생산지로 유명했어. 하지만 지금은 고도가 높아 평지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팔공산 기슭에서만 사과나무를 볼 수 있을 정도야. 그럼 그 많은 사과나무들은 다 어디로 갔냐고? 대구보다 북쪽에 있는 영주, 문경 등 경상북도 북쪽 지역과 충청북도 충주 등으로 옮겨 갔어.
전국에서 나는 사과의 60%가 이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지. 사과나무가 북쪽으로 이사 가는 이유는 대구 지역의 기온이 점점 더워져 가을이 사라지고 있는 것과 관련 있어. 기온이 높아지면 사과나무가 받는 스트레스가 커져서 병이나 해충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열매의 맛도 떨어지게 돼. 게다가 사과가 붉은색으로 잘 익지 않게 되지. 우리나라 사과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후지’ 품종 사과는 10~11월 기온이 10~12℃ 정도로 서늘해야 붉은색을 띠게 하는 ‘안토시아닌’ 색소가 활발하게 나타나. 따라서 이 때 기온이 높으면 빨갛게 익을 수가 없단다.
밤, 고사리도 곧 따라간다고?
가을이 사라지면 밤과 고사리도 추석 상에서 사라지게 될 수 있어. 온대성 식물인 밤나무도 사과나무처럼 기온이 높아지면서 북쪽으로 이사 갈 수 있거든. 고생대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에 살면서 식물 화석이라고 불리고 있는 고사리도 위험해. 고사리는 비교적 따뜻하고 습한 곳에서도 잘 자라지만,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고온에서도 잘 자라는 잡초들이 고사리가 사는 땅을 점령해 버리면 말라 죽을 수도 있단다.
"가을은 식물들이 겨울을 보낼 준비를 하고, 열매를 생산해 종족을 보존해야 하는 시기예요. 그런데 이런 시기가 사라지면 식물은 생명의 위기를 느끼게 된답니다. 가을 온도가 높아지면 각종 병, 해충들이 기승을 부리게 되고, 식물이 생장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에너지 저장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되죠. 결국 힘이 약해진 식물들은 병에 걸리기 쉬워져요. 열매에도 영향을 주게 돼 번식이 어려워질 수도 있답니다." -이돈구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잠깐! 단풍 색이 이상해~
가을이 사라지면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없을지도 몰라. 단풍은 가을을 맞은 나무가 겨울을 준비하며 잎의 영양분을 줄기로 보내면서 생기는 현상이야. 나뭇잎에는 광합성을 일으키는 녹색의 ‘클로로필’이라는 엽록소가 들어 있어. 가을이 되면서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엽록소는 파괴되고, 잎에 저장돼 있던 영양분은 줄기로 이동하게 된단다. 그러는 동안 붉은색 ‘안토시아닌’과 노란색 ‘카르테노이드’ 등이 합성 돼 알록달록한 단풍의 색이 만들어지는 거야. 하지만 가을 기온이 너무 높았다가 갑자기 겨울이 되면서 추워지면, 영양분이 줄기로 다 이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낙엽이 지기 때문에 단풍 색이 예쁘지 않게 된단다.
생물들이 우왕좌왕~!
“참, 그러고 보니 백로 너는 보통 4월에서 8월 까지만 한국에 머무는 여름 철새잖아? 그런데 왜 9월인데도 떠나지 않고 여기 머물고 있니?”
“어이쿠! 벌써 가을이 온 거야? 그런데 날씨가 꼭 여름 같은걸? 헤헤, 먹을 것도 많은데 아예 겨울까지 눌러앉을까?”
텃새가 돼버린 철새들
한국에서 따뜻한 여름을 보내고 쌀쌀해지면 한국을 떠나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나는 새는 백로 뿐만이 아냐. 내 친구 왜가리도 있단다. 하지만 요즘 우리들은 가을과 겨울에도 한국을 떠나지 않아. 왜냐고? 먹이가 많아졌거든~. 우리 철새들이 먼 길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먹이 때문이야. 사실 우리도 멀리 가는 게 힘들어서 가기 싫어. 생각해 봐. 멀리 날아가려면 힘든데다가 잡혀 먹힐 위험도 있다고. 전에는 가을이 되면 먹을 만한 곤충이 줄어들고 겨울엔 강물이 얼어 먹이를 구할 수 없어서 떠났던 거야.
하지만 요즘엔 가을과 겨울에도 따뜻해서 그런지 벌레도 많고, 강물이 잘 얼지 않아 먹이가 풍부하 단다. 그래서 한국에 그냥 눌러앉을까 생각 중이야~!
여름? 가을? 곤충들도 헷갈려~
가을 기온이 높아지면서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늦여름과 가을에 주로 활동하던 잠자리나 벌 등의 곤충들이 여름에도 나타나고 있어. 벌은 주로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하고 햇살이 따가운 가을에 벌집을 짓는데, 작년 여름에는 6, 7월부터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하기도 했지. 따뜻해진 가을 기온에 적응했기 때문에 여름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된 거야.
"봄에 자라고 꽃을 피우는 소나무와 벚꽃이 가을에도 생장을 하고 꽃을 피우는 현상이 종종 관찰되고 있어요. 친구들도 가끔 가을에 봄 꽃이 피어 있는 걸 본 적 있지요? 대부분의 온대 식물은 겨울에 추위를 겪고 휴식을 취해야 나중에 잎이 되는 잎눈이 트거나 꽃이 피는데, 날씨가 따뜻하면 가을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곤 해요. 소나무와 벚나무도 원래는 봄철에 한 번 성장하고 꽃을 피우는데, 가을에 날씨가 서늘했다가 더워지면서 봄이 온 걸 로 착각해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임종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실장)
“그렇구나….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차례상에 오르는 생물들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들이 살기 힘들어졌구나! 그런데 도대체 왜 가을 기온이 이렇게 올라가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이번 에는 누군지 꼭 밝혀 내겠다는 생각으로 모르는 척하면서 살금살금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지.
“살금살금~, 잡았다! 넌 누구냐!”
“후훗. 역시 듣던 대로 눈치가 빠르군! 하지만 호락호락하게 당하진 않겠다!”
온난화의 정체를 밝혀라!
어쩐지 느낌이 이상하더니…, 동해에서부터 나를 미행한 이 녀석은 ‘온난화’였어. 가을 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온난화의 계략 때문이었던 거야. 지구를 더워지게 해서 생물들을 살 수 없게 하려는 음모였지. “잘 만났다! 이번 기회에 네 정체를 낱낱이 밝혀 주마!”
“흥! 쉽게 알아 내지 못할걸? 어디 알아맞혀 봐~라!”
온난화의 정체는 가스?
이산화탄소, 수증기, 메탄 등의 온실기체는 공기 중에서 지구가 밖으로 내뿜는 적외선을 흡수하거나 다시 지구로 방출해 열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지. 이런 현상을 온실효과라고 하는데, 온실효과 때문에 지구 표면의 온도가 올라가는 걸 ‘온난화’라고 하지. 하지만 온실효과는 지구에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해. 만약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모두 다시 밖으로 내보내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영하 20℃ 정도가 될 거야. 현재 지구의 평균 온도가 약 15℃ 정도니까 35℃나 낮은 셈이지. 그러면 인간을 비롯해 대부분의 생물들은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되겠지?
온실효과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리가 쓰는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온실기체들이 공기 중에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야. 그 결과 지난 5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약 0.56℃ 정도 올라가게 됐단다. 작은 변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난 1000년 동안 지구의 온도 변화가 1℃ 안팎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척 큰 변화인걸 알 수 있어.
잠깐! 온난화는 자연스러운 현상?
지구가 빠르게 더워지고 있는 이유는 온실가스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어. 그중 밀란코비치라는 학자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위치 변화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게 됐다고 주장했단다.
지구의 자전축은 공전 궤도에 대해 똑바로 세워져 있지 않고 약 23.5° 기울어져 있지. 그런데 이 자전축의 기울기는 4만 년을 주기로 약 22°에서 24.5° 사이로 변하고, 방향도 2만 년을 주기로 지금의 북극성과 직녀성을 번갈아가며 가리킨다고 해. 이런 차이 때문에 지구가 태양 빛을 받는 양이 달라져서 주기적으로 추워졌다가 더워지기를 반복한다는 거야.
"지구 온난화를 인간들의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구 온도가 다시 낮아질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누구 말이 옳은 걸까요? 정답은 하나일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어요.
지금 많은 학자들이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이산화탄소의 영향을 연구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명확한 증거가 있기 때문이에요. 과학자들은 가장 쉽고 분명한 것부터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연구를 한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앞으로 과학자가 돼서 지구 온난화의 비밀을 밝혀 주세요" 정해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온난화의 음모는 계속된다!
크크크~, 어떠냐! 내 정체를 쉽게 알아 내지 못했지? 난 지금 한국의 가을을 없애고 있지만, 한국의 가을뿐만 아니라 세계의 가을과 곧 다가오는 겨울도 조심해야 할 거야!
남쪽 지방의 겨울을 돌려 줘!
온난화가 가을만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 온난화는 이미 제주도에서 겨울을 빼앗아 갔어. 겨울 날씨를 정하는 기준은 5일 동안 평균 기온이 5℃ 이하로 떨어졌을 때를 말하는데, 지난 2000년 이후로 제주도에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 1924년부터 10년간 제주도에서는 평균 36일 정도의 겨울이 있었지만 이제는 겨울이 없어진 거야.
부산은 가을 날씨에 크리스마스를 맞게 됐어. 지난 10년 동안 부산에서는 평균적으로 12월 27일에 겨울이 시작되고 있거든. 또, 봄의 시작은 2월 10일로 빨라졌어. 진달래나 매화 등의 봄꽃은 1960년대에는 보통 3월 18일쯤 싹을 틔웠지만, 지금은 약 10일 빨라진 3월 8일쯤 싹을 틔우고 있지.
잠깐! 북극곰의 집도 녹아 내린다!
여름이 지났으니 다행이라고? 북극곰들에게 가을은 더 이상 안심할 수 있는 계절이 아니야. 북극의 빙하는 보통 여름에 많이 녹고 가을이 되면서 점점 녹는 양이 줄어들지. 그리고 다시 겨울에 얼음이 어는 과정이 반복 돼. 그런데 미국 국립눈·얼음자료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09년까지 9월 빙하 면적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그래서 1980년 이후 북극곰들 열 마리 중 두 마리가 사라져 지금은 약 2만 마리밖에 남지 않았단다.
2100년 추석 차례상은 과연?
지난 10년간 한반도의 기온은 0.6℃나 높아졌어. 50년 동안 세계 평균 기온이 0.56℃ 높아진 것과 비교하면 정말 빠르게 더워지고 있는 거야. 또, 바다의 수온은 1968년부터 2008년까지 41년 동안 1.31℃나 상승했지. 이대로 간다면 실제로 2100년 차례상에는 명태 대신 오징어가 올라오고, 사과와 밤, 고사리나물 대신 아열대 과일과 식물들이 올라오게 될지도 몰라.
가을뿐만 아니라 겨울까지 사라지고 있다고? 그렇구나. 명태가 사라지고, 사과나무가 이사 가는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고 있었던 온난화 때문이었어. 하지만 온난화가 무조건 나쁜 것만 은 아니지 않냐고? 우리나라에 열대 생물들이 자라면 맛있는 열대 과일도 먹고 좋지 않냐고?
꼭 그렇지만은 않아. 열대 생물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거든. 게다가 열대, 온대, 그리고 한대 생물들은 저마다 공기 중의 탄소를 몸 속에 담고 있는 양이 달라. 그러니 이런 생물들의 수가 변하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이 지금보다 많아질 수 있어.
어때? 알고 보니 가을 실종 사건이 꽤 심각하지? 그러니 나 한가위 탐정과 함께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나서 줘야 해. 온난화의 원인을 밝히고, 온난화를 막을 기술을 개발할 친구들 모두 모였지? 자, 이제 함께 가을을 되찾으러 떠나자!
특집 한 걸음 더!
온난화, 고래 똥으로 막아 주마!
고래의 똥으로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비밀은 바로 고래의 똥에 들어 있는 풍부한 철분 에 있어요. 호주 남극환경연구소의 해양생물학자 스티븐 니콜 박사는 남극 바다에 사는 네 종의 수염 고래류 27마리의 대변을 채취해 분석해 보았어요. 그 결과 고래의 대변 속에는 같은 양의 바닷물보다 1000배나 많은 양의 철분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철분이 지구 온난화를 막냐고요? 철분은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이에요. 플랑크톤은 식물처럼 광합성을 해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영양분이 아무리 많아도 철분이 부족하면 플랑크톤이 잘 자라지 못하지요. 철분이 풍부한 바다에서는 플랑크톤이 잘 자라게 되고, 식물성 플랑크톤이 흡수한 이산화탄소는 동물성 플랑크톤과 어류 등의 먹이사슬을 따라 저장 돼요. 자연스럽게 바다 생물들이 이산화탄소의 저장고가 되는 셈이랍니다.
그런데 바다에는 늘 철분이 부족해요. 그래서 만약 고래의 똥처럼 철분이 풍부한 물질이바다에 계속 공급된다면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생각이랍니다.
GPS 장착한 제비가 온난화 영향을 밝힌다!
우리나라에서 솔개, 가마우지 같은 겨울 철새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이탈리아에서는 여름 철새인 제비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그래서 최근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제비들에게 위성항법장치(GPS)를 달아 온난화가 철새들의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로 했답니다. 200마리의 제비의 몸 안에 무게가 1g도 안 되는 작은 마이크로칩을 넣고 2년 동안 생활하게 한 뒤, 다시 잡아 그 동안의 이동 경로와 겨울 서식지의 위치 등을 분석할 계획이에요. 이 자료와 기온 변화 등의 자료를 비교해 보면, 온난화가 철새의 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될 거라고기대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