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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어린이과학동아’에서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그 속에서 과학 지식을 발견해 보는 연속 기획 ‘그림 속 과학’과 ‘이야기 속 과학’ 코너를 마련했어요. 그 첫 번째 순서로, 옛날 사람들이 과학과 예술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네 장의 그림을 통해 알아보기로 해요.



과학과 예술을 사랑한 왕
멋진 무늬가 그려져 있는 파란 옷을 입고, 보기에도 화려한 커다란 칼을 차고 있는 이 아저씨는 누구일까요? 바로 300년 전 프랑스의 왕이었던 루이 14세예요. “왕은 곧 나라와 같다!”고 말한 자신만만한 왕이었지요. 프랑스 화가 야생트 리고는 루이 14세의 이런 성격을 살리기 위해 무겁고 멋진 예복을 입히고 당당한 자세를 취하게 해서 <;루이 14세의 초상>;(➋)이라는 작품을 그렸어요.
그런데 왕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가 과학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그건 루이 14세가 살던 시기가 ‘과학’과 ‘예술’이 각각 하나의 전문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하던 때였기 때문이에요. 특히 루이 14세는 과학의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왕으로 유명하답니다.
앙리 테스트랭이라는 화가가 그린 <;루이 14세에게 왕립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을 소개하는 콜베르>;(➌)와, 세바스티앙 르 클레르가 만든 판화 작품인 <;왕립과학아카데미 천문학실을 방문한 루이 14세>;(➊)를 보세요. ‘왕립과학아카데미’는 프랑스가 과학 연구를 위해 1666년에 세운 연구소
인데, 왕이 직접 와서 실험 기구도 살펴보고 아카데미의 회원들도 만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 시기는 유럽 사람들이 지구 반대편까지 여행하며 세계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던 때예요. 그래서 아카데미 안에도 커다란 지도와 지구본(맨 오른쪽 확대 그림)이 놓여 있어요. 실험과 관측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서 망원경이나 빛을 모으는 집광기 등 광학 기구가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지요. 이 무렵의 아카데미는 연구소였을 뿐 아니라, 각종 과학 기구를 보관하는 곳이기도 했어요. 이 두 그림은 그런 당시의 아카데미의 풍경을 잘 나타내고 있어요..
루이 14세는 이렇게 과학 연구소에서 과학자들을 만나고, 그 모습을 화가들에게 그림으로 그리게 해 과학과 예술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 줬어요. 더구나 과학자와 예술가가 한 자리에 만날 수 있게 해 줬으니, 참 고마운 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➊ 세바스티앙 르 클레르, <;왕립과학아카데미 천문학실을 방문한 루이 14세>;, 1671년, 판화



 
➋ 야생트 리고, <;루이 14세의 초상화>;, 1701년, 캔버스에 유채, 227×194㎝, 루브르 박물관, 파리



 
➌ 앙리 테스트랭, <;루이 14세에게 왕립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을 소개하는 콜베르>;, 1667년, 캔버스에 유채, 348×590㎝, 루브르박물관, 파리



 

예술과 수학,철학이 모인 <;아테네 학당>;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1509~1510, 프레스코벽화, 577×814㎝, 바티칸성당, 로마

과학과 예술이 하나의 전문 분야로 인정받기 전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졌을까요? 과학을 포함한 학문 분야와 예술이 하나의 그림 속에 숨겨져 있는 그림이 있어요. 바로 500년 전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이라는 *프레스코화예요. 여기에는 로마시대의 건축 모양을 본뜬 크고 멋진 아치 모양의 건물이 그려져 있어요. 그리고 그 안에 지금부터 2350년 전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의 학자들이 토론하는 모습이 담겨 있지요.


 


이 그림 안에는 친구들이 이름을 들어 본 유명한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그려져 있어요. 먼저 렌즈의 초점처럼 이 건물의 한가운데에 그려진 두 사람을 봐 주세요. 빨간 옷을 입고 손을 위로 치켜든 할아버지는 유명한 철학자 플라톤이에요. 그리고 그 오른쪽에 파란 옷을 입고 손바닥으로 땅을 가리키는 아저씨는 아리스토텔레스지요. 플라톤은 세상을 지탱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리를 강조했어요. 그래서 그 원리가 숨어 있는 하늘을 강조하고 있지요. 반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을 가리키고 있어요.
그림 왼쪽 아래에 오른쪽 무릎을 꿇고 앉아 책에 뭔가 열심히 쓰고 있는 사람은 유명한 수학자인 피타고라스예요. 피타고라스는 “수학은 현의 울림에서 나온다”고 말하며 음악과 수학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히기 위해 노력했어요. 음악과 수학을 연구했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학자들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자연과 우주의 질서를 논의하곤 했답니다. 음악과 수학에 대한 피타고라스의 생각은 플라톤에게 전해져 고대 그리스 수학 사상의 기초가 되었어요.
자, 이제 마지막으로 500년 전, 과학과 예술의 관계를 보여 주는 숨은 그림을 확인할 차례예요. 그림 양 옆 벽 부분을 봐 주세요. 하얀 조각상 두 개가 서 있는 모습이 보일 거예요. 악기를 들고 있는 왼쪽 조각상은 음악의 신 아폴로이고, 창과 방패를 든 오른쪽 조각상은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네예요. ‘음악’으로 대표되는 예술 속에서 ‘지혜’로 대표되는 학문을 찾는다는 뜻이 숨어 있는 거예요. 창과 방패는 이 ‘아테네 학당’에 모인 사람들과 그 학문을 지켜 준다는 뜻이에요.
어떤가요? 얼핏 보면 그냥 사람들을 그린 그림 같지만, 예술과 수학, 학문이 이 ‘아테네 학당’ 안에서 하나가 돼 있다는 걸 알 수 있겠죠? 이렇게 과학은 옛날에는 하나의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 철학, 수학, 예술과 함께 취급됐지만, 200년이 지나 루이 14세 시대가 되면서부터는 하나의 독립적인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답니다.

*프레스코화 : 석회에 모래를 섞은 ‘모르타르’를 벽면에 바른 뒤,  모르타르가 마르기 전에 색을 칠해 완성하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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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공하린 과학저술가
  • 진행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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