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흠~, 왜 이렇게 안 오지? 오늘 분명히 ‘어린이과학동아’ 명예기자들이 온다고 해서 밤잠까지 설쳐가며 기다리고 있는데….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먼저 소개부터 해야겠다. 난 숭례문 현판이야. 2년 전에 일어났던 화재로 숭례문이 불에 탔을 때 함께 다쳤지.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나 같은 문화재를 치료해 주는 전문 병원과 의사 선생님 덕분에 지금은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완전히 되찾고, 복구된 숭례문에 걸릴 날만을 기다리고 있거든. …아, 저기 명예기자들이 온다! 어서 마중 나가야지~!

첫 번째 방 400년 전 이순신 장군의 유물을 되살리자!
어서 와~!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 온 걸 환영해~! 이 곳은 나처럼 다친 문화재나 땅 속에서 막 발굴된 유물들이 치료를 받는 곳이야. 기자나 교수님들이 찾아온 적은 있었지만 어린이들이 온 건 처음이야. 그래서 어젯밤에 잠 한숨 못 잤다구….
어? 그런데 어디 가는 거야? 거긴 내 방이 아니라 종이나 옷감으로 된 유물을 보존 처리하는 ‘지류실’과 ‘직물실’인데…. 흑흑, 혹시 나보다 그 종이가 먼저 보고 싶은 건 아니겠지? 하긴, 그 종이는 이순신 장군의 유물이니 보고 싶은 것도 이해는 가지만….
이 곳은 금속이나 돌로 만들어진 ‘무기물’ 유물을 뺀 나머지 ‘유기물’ 유물을 보존 처리하는 연구실이야.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종이나 천, 나무로 된 유물이 모두 포함되지. 근데이 유물들은 단점이 있어. 바로 썩어 없어지거나 훼손되기 쉽다는 사실! 그래서 섬세하고 과학적인 보존 처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그럼 정선화 연구사님께 그 비법을 들어 보자.
아름다운 한지의 색을 그대로~!
아무리 아름다운 한지라도 종이는 오래 지나면 누렇게 색이 바래. 종이의 유기물이 산소와 만나 산성 종이로 바뀌면서 갈색 색소를 만드는 ‘갈변화’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지. 그래서 종이 유물을 보존 처리할 때에는 종이를 다시 중성으로 바꾸고 원래의 하얀 색을 되찾게 하는 것이 중요해. 이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이뤄져.

두 번째 방 금동 신발에 황금빛 숨결을~!
자~, 그럼 이제 나를 만나러 오는 거지? 어…, 그런데 이번에도 엉뚱한 방에 들어가잖아? 거기도 내가 있는 방이 아니야. 금속 문화재를 복원하는 ‘금속실’인데….
좋아! 이번에는 금속실을 소개해 줄게.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무덤을 발굴하거나 돌로 된 탑을 수리할 때 그 안에서 금속으로 된 유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나무나 종이, 가죽으로 된 부분은 썩어 없어지기 쉽지만 금속은 오래 남아 있을 수 있거든. 하지만 금속도 오래 지나면 녹이 슬어 색이 변하거나 깨지는 등 원래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워. 그래서 발굴한 유물은 대부분 상태가 나쁘지. 여기가 바로 그런 유물들을 최대한 원래 모습 그대로 되살리는 연구실이란다.
유물이 발견되면 먼저 X선 촬영이나 컴퓨터 단층 촬영(CT) 기술을 이용해 상태를 조사해. 그런 뒤 현미경과 확대경의 도움을 받아 이물질과 녹을 없애지. 이 작업이 끝나면 보존 처리 재료를 이용해 부서진 부분을 붙여 주고 약한 부분을 보강해. 그런 뒤 안전한 곳에 보관하면 비로소 치료 작업이 끝나.
아, 마침 지금 녹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 한창이네? 가까이 가서 보자.

금속 유물에서는 녹 제거가 중요!
이 유물은 전라남도 고창군에서 발견된 백제 시대 금동 신발이야. 확대경과 붓을 이용해 녹과 이물질을 털어 내는 모습이지. 녹을 모두 없애면 유물 전체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만 제거하는 게 중요해.
문화재 의사도 하얀 가운을!
소중한 유물을 연구할 땐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 방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해야 해. 그래서 꼭 과학실험실 같은 분위기가 나지. 손끝에서 염분이 묻으면 금속 문화재에 해롭기 때문에 유물을 만질 때는 장갑도 필수야~!
섬세함과 끈기가 필요해~!
조상들이 쓰던 허리띠의 금속 부분을 광학현미경으로 확대해 관찰하고 있어. 그런 뒤 붓과 수술용 칼로 녹과 이물질을 없애게 되지. 이렇게 조심스럽게 작업하기 때문에 때로는 유물 하나를 처리하는 데 몇 년씩 걸리기도 해.
세 번째 방 아름다움을 되찾은 숭례문 현판
에헴! 드디어 내 방에 왔구나!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월 10일, 문화재청이 숭례문을 복구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했어. 2012년 말에 완성된다고 하니, 원래의 웅장한 모습으로 돌아올 숭례문을 기다려 봐도 되겠지?
특히 나는 숭례문이 다시 살아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 지난 해 5월, 건물보다 먼저 복원돼 새 삶을 얻었거든. 불이 났을 당시 나는 심하게 그을린데다 테두리목과 바닥판이 부서진 참혹한 모습이었어. 하지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의 보존 처리 기술 덕분에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단다. 특히 역사적인 고증 작업도 함께한 덕분에 사고가 나기 전보다 더 완벽한 모습으로 되살아 날 수 있었어.
기록으로 다시 태어난 현판!
이경민 연구사님이 화재가 나기 전의 현판(작은 사진왼쪽)이 원래 모습과 달랐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계셔. 1860년대의 탁본(명예기자 뒤의 액자)을 보면 정말 글자 모양이 많이 달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그래서 이번에 복원할 때에는 원래 글씨로 바꿔서 복원했단다(작은 사진 오른쪽).

…여기까지 설명해 준 현판이 갑자기 조용해졌어. 우리가 떠날 시간이 다 됐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일 거야. 다른 문화재를 만나느라 오래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서운했던 걸까? 하지만 현판아, 우리 유물 가운데 소중하지 않은 유물은 없다는 걸 잘 알테니 너무 슬퍼하지 마. 우린 복구가 끝난 2012년 말, 멋진 숭례문 건물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자, 그럼 그 날까지 안녕~!
※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문화유산을 과학적으로 보존하고, 그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2009년 4월 새로 문을 연 전문연구센터이다. 금속공학, 화학, 생물학, 문화재 보존과학, 의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종이, 옷감, 나무, 도자기, 석조 유물, 금속 유물(사진) 등 다양한 재료로 된 유물을 보존 처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