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사람도 원숭이나
유인원에서 진화했다는
소리가 있던데 혹시 나도
친척이 아닐까요?
사람공기는 차갑고 달은 아주 밝은 2월 어느 날 밤.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 잠시 창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원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이상하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은 없는데?”
이 때 벽에 드리워진 크고 검은 사람 그림자! 놀라서 창 밖을 내다본 나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커다란 몸에 험상궂은 얼굴을 한 고릴라 한 마리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내게 뭔가 할 말이 있다는 표정을 짓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릴라의 가족을 찾아서

누구냐고 묻는 내게 고릴라는 이름이 릴라이며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는 듯 나를 찾아온 사연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아왔어. 아빠 엄마를 찾겠다는 게 아냐. 그보다 훨씬 먼 조상과 친척을 찾는 거지. UN환경계획(UNEP)은 올해를‘고릴라의 해’로 정했어. 우리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래. 이제 얼마 뒤면 사람들은 나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될지도 몰라…. 그 전에 나는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어.”
나는 곧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릴라가 불쌍해졌다. 조상이라…. 그러고 보니 나도 사람과 고릴라 같은 영장류가 가까운 종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 인류의 조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지 않은가? 릴라의 친척과 조상을 찾다 보면 나도 내 조상에 대해 알게 될 것 같았다.
“좋아! 우리 함께 조상을 찾아 보기로 하자! 나도 사람의 조상이 궁금해졌거든.”
릴라와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릴라의 잃어버린 친척 후보

나는 릴라와 닮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해요. 하지만 또 알아요? 아주 먼 옛날엔 친척이었는지.
여우원숭이

아프리카에 사는 망토개코원숭이예요. 고릴라와 고향도 같다구요!
비비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원숭이들도 이산가족 일 수 있어요. 잘 보면 릴라의 얼굴이 보이지 않나요?
흰목꼬리감는 원숭이

사람도 원숭이나 유인원에서 진화했다는 소리가 있던데 혹시 나도 친척이 아닐까요?
사람

우리는 고릴리와 같은 유인원이잖아요. 친척일 가능성이 가장 높죠.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의 팔을 잘 보세요. 앞 팔이 훨씬 긴 게 나랑 닮았다구요!
긴팔원숭이

오래 전에 사라진 릴라의 조상 후보

땅 속 깊은 곳에서 발견된 화석에서 찾아 낸 고릴라의 조상 후보들. 지금도 살아 있는 여러 영장류의 조상으로 추정된다.

사람과(호미니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유인원과 분리된 사람의 직접적인 조상. 그러나 더 오래된 호미니드 화석인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최초의 호미니드는 아니다. 척추와 골반이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상위사람과(호미노이드)
프로콘술
200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 나타났다. 꼬리가 없고 네 발로 걸었다. 긴팔원숭이와 유인원의 조상으로 추정된다. 이후 나타난 호미노이드는 두 팔로 나뭇가지를 짚고 그네를 타듯 다녔다.

고등 영장류
애집토피테쿠스
3200만 년 전 아프리카에 나타났다. 하등영장류에 비해 눈이 얼굴 앞을 향하고 있다. 손이 발달해 네 발로 걸었다. 낮에 활동하며 과일을 먹고 살았다.

하등 영장류
네크로레머
5400만 년 전 처음 등장했다. 곤충 먹는 포유류(식충류)나 초기 영장류보다 발가락이 길고 눈이 조금 앞쪽을 향하고 있다.

초기 영장류
팔레히톤
최초의 영장류는 6500만 년 전 처음으로 등장했다. 오늘날의 고양이만 한 크기로, 발가락에 고양이와 같은 발톱이 달려 있는 등 아직 영장류의 특징이 별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곤충 먹는 포유류(식충류)
잘람브달레스테스
나무 위에 살며 종종걸음으로 이동한다. 눈이 옆을 향해 있고 주로 벌레를 잡아먹고 살았다. 다람쥐와 비슷해 보이지만 설치류로 분류되지 않는다.

 

※ 영장류 : 여우원숭이 등 원시적인 원숭이를 포함한 모든 원숭이 종류를 일컫는 말.
유인원 : 긴팔원숭이,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등 비교적 늦게(약 1200만 년 전 이후) 진화된 영장류를 일컫는 말.

유전자에게 물어 볼까?

릴라와 나는 화석 연구에 이어서 첨단 과학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가끔 뉴스에서 잃어버린 부모나 자식을 찾기 위해 DNA 검사를 한다고 했던 게 떠오른 거다. 가까운 친척이나 가족끼리는 아무래도 남보다는 유전자가 비슷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사람을 기준으로 각 영장류 DNA가 얼마나 다른지 알아보면 친척 관계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릴라도 좋은 생각이라며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더니 며칠 뒤 다른 영장류들의 세포 샘플을 구해 왔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는 보노보!
DNA 비교 결과 영장류 중에서 사람과 가장 가까운 종은 피그미침팬지라고도 불리는 보노보로, 염색체가 사람과 1% 남짓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보노보 다음으로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긴팔원숭이 등의 순서로 사람과 가깝다.
 

사람의 조상은 원숭이?
흔히 사람과 DNA 차이가 많이 나는 원숭이가 고릴라와 사람의 조상이라고 하지만 이 말은 절반만 맞다. 현재 볼 수 있는 모든 영장류는 모두 제각기 진화를 거친 결과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원숭이에게도 원숭이의 조상이 따로 있고 사람에게도 사람의 조상이 따로 있다. 다만 원숭이의 조상과 사람의 조상을 계속 추적해 가면 둘이 하나의 조상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험에 이용하는 DNA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에는 세포질 안에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썼지만, 최근에는 핵 안의 성 염색체인 Y염색체를 비교한다. 또 2006년에는 살아 있는 세포 뿐 아니라 화석의 DNA를 이용해 고대생물의 진화 계통수를 밝혀 내는 기술도 개발됐다.

DNA로 그린 진화의 나무!
영장류의 세포 샘플에서 DNA를 추출해 사람의 DNA와 비교하면 영장류 사이의 관계를 알 수 있다. 사람과 DNA가 다를수록 사람이 탄생하기 훨씬 전 시대에 태어나 진화해 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생물이 탄생한 시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분자시계’라고 부르는데, 그 원리를 나뭇가지에 비유할
수 있다. 뿌리에서 먼저 갈라져 나온 가지는 나무 꼭대기에 가면 그만큼 다른 가지와 멀어진다. 가지
와 가지 사이의 거리가 바로 DNA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 각각의 가지는 하나의 종이 아니라 수많은 비슷한 종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지금은 멸종해 버린 종들도 포함된다.

사람도 진화하는 동물!

DNA 검사로 과거와 현재의 모든 영장류가 친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릴라. 특히 우리 사람도 오래전에 헤어진 가족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우리는 함께 기뻐했다. 그런데 릴라는 아직 궁금한 게 많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 보았다.
“이상하다. 너희 모습은 유난히 우리와 많이 다르거든. 우리처럼 팔이 길지도 않고 털도 없어. 600만년 전에 헤어졌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 많이 변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가.”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는 아프리카 열대우림 지역에 가 보기로 했다. 1200만 년 전, 유인원의 천국이었던 그 곳에서는 막 지각 변동이 일어나며 유인원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었다!

아프리카가 갈라졌다!
사람의 조상은 다른 유인원들을 멸종으로 몰아 넣은 지각 변동 덕분에 태어났다. 1200만년 전까지 아프리카는 열대우림 지역이었는데, 아프리카 한가운데에 남북 방향으로 긴 높은 산지가 생겼다.
산 때문에 아프리카 동쪽에는 비가 적어지며 건조하고 나무가 적은 사바나 지역으로 변했다. 그래서 열대우림에 적합하게 진화했던 대부분의 유인원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멸종했고, 지금의 고릴라와 침팬지의 조상은 열대우림이 있던 산지 서쪽에만 남게됐다. 그래서 지금도 고릴라와 침팬지
는 아프리카 서부 지역 일부에서만 살고있다.

 

인류의 탄생

바뀐 아프리카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유인원 중 일부는 사바나 지형에 적응하기 위해 두 발로 걷기 시작했다. 풀숲으로 된 사바나에서는 네 발로 걷는 것보다 두 발로 서는 것이 풀 밖의 적을 살피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또 두 손을 이용해 식량을 구할 수 있어 이 종은 곧바로 아프리카 동부에 널리 살기 시작했다.
이 유인원이 바로 인류의 조상이다. 현재까지는 50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600만 년 전의‘오로린투게넨시스’, 700만 년 전‘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후보로 꼽히지만 진짜 조상이 누구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초기의 사람은 두 발로 걸으면서도 유인원처럼 긴 손가락으로 나무를 탔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람은 단 하나의 종만 있었을까?

고릴라는 현재 아프리카에 모두 5종, 약 10만 마리가 살고 있으며 이 중에서 브윈디 고릴라 등 3종은 겨우 2~300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 만약 이 종이 멸종하면 고릴라는 겨우 한두 종만이 살아남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최초의 조상으로부터 여러 종이 진화해 나온 뒤 멸종을 거쳐 지금처럼 하나의 종만 살아남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인류학자들이 여러 화석을 발굴해 본 결과 사람 역시 최소 22종 존재했고 이들 대부분이 멸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도 단 하나의 종은 아니었던 것이다.

 

유인원의 손과 사람의 손. 두 발로 걷는 것 다음으로 사람과 유인원이 다른 점은 엄지손가락이다. 사람은 다른 유인원보다 엄지손가락의 힘이 훨씬 강해 도구를 정교하게 쓸 수 있다.




인류 진화의 미스터리

나와 릴라는 좀더 구체적으로 사람의 진화에 관해 알아 보기로 했다. 최초로 사람의 특징을 지닌 조상은 언제 태어났는지, 어떤 사람 조상으로 진화했고, 왜 멸종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게 아직 많았다. 그래서 시대별로 대표적인 사람의 조상과 그 종의 특징을 정리해 비교하기로 했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
2001년 아프리카 중부 차드에서 발견.
의의  :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사람 종.
수수께끼 :  머리 뼈 화석만 발굴됐기 때문에 정말 두 발로 걸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1973년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발견.
의의:  이후 발견되는 여러 사람 종의 공통 조상.
수수께끼 : 두 발로 걸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사회를 이뤘는지는 알 수 없다.

호모 하빌리스
1962년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발견.
의의 : 구석기를 만든 첫 인류.
수수께끼 : 도구를 만든 점 말고는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파란트로푸스보다 더 발달한 점을 찾을 수 없다.

호모 에르가스터
1971년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발견.
의의 : 아프리카 밖으로 진출한 첫 인류.
수수께끼 :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으로 추측되지만 불확실하다.
아시아에 존재했던 호모 에렉투스의 조상이라는 설도 있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1829년 유럽 벨기에에서 발견.
의의 :25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까지  유럽과 서아시아 지역에서 살았던 인류.
수수께끼:  언어를 사용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3만 년 전 왜 갑자기 멸종했는지도  미스터리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견.
의의: 가장 최근까지 살아 있다가 멸종한 인류.
수수께끼: 인도네시아의 섬에서만 살았던 난쟁이 인류로, 조상이 누구인지 불분명하다.

호모 사피엔스
1967년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 발견.
의의 :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사람 종.
수수께끼 : 높은 수준의 상징 문자와 언어를 쓰는 종이 호모 사피엔스 외에 또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난쟁이 친척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2004년 인도네시아의 섬에서 발견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머리가 포도송이만큼 작은 인류다. 이 종의 몸이 작은 것은 고립된 섬에 음식이 부족해 몸이 작아지도록 적응했기 때문이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네안데르탈인보다 최근인 1만 3000년 전까지 살다가 멸종했다. 이 종이 호모 에렉투스의 후손인지, 아니면 먼저 아프리카를 벗어난 또다른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 전쟁을 했을까?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탈인)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가장 가까운 종으로, 약 25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까지 20만 년 넘게 호모 사피엔스와 함께 지내다 멸종했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렌인은 호모 사피엔스와 전쟁을 하다 멸종되지 않았을까?
인류학자들은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보고 있다. 추위에 강한 네안데르탈인이 빙하기에 얼음에 덮인 유럽 남쪽과 서아시아에서 사는 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중동지방 밖으로 이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지기 직전인 5만 년 전쯤에야 아시아와 유럽 지역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두 종이 직접 마주쳤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된 것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출산율이 낮아서일 가능성이 높다.

호모 에렉투스는 아시아인의 조상?
중국 베이징과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발견돼 각각 베이징인, 자바인으로도 불리는 호모 에렉투스는 180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까지 무려 173만 년이나 살았다. 그래서 호모 에렉투스가 진화해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현생인류가 되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학자들은 호모 에렉투스가 완전히 멸종하고, 5만 년 전부터 중동지방에서 이동하기 시작한 호모사피엔스가 다시 아시아에 퍼져 지금의 아시아인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호모 에렉투스는 호모 사피엔스에 비해 뇌 크기가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 등 특징이 많이 달라 현생인류로 직접 진화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이누이트와 부시맨은 다른 인류의 후손?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과 북극의 이누이트, 남태평양에 사는 원주민들은 모두 생김새부터 문화까지 너무 많이 다르다. 따라서 때로는 조상이 다르거나 종이 전혀 다르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인류학자들은 이들 모두가 호모 사피엔스가 다양한 환경에 맞게 적응해 생긴 지리적 변종일 뿐 다른 종은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피부색 등 겉모습은 인간의 전체 유전자 3만 개 중 겨우 12개 정도에 의해 결정되는 작은 차이에 불과하다.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로~!

릴라와 나는 이번에는 지도에 여러 인류 조상들의 발견 지점을 표시해 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조상들이 아프리카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아프리카에만 표시를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전세계로 퍼져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프리카밖으로 나간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180만 년 전에 호모 에렉투스가 중국 베이징과 인도네시아 자바 등 아시아 지역에 퍼져 있었고, 네안데르탈렌인도 유럽과 서아시아 지방에서 살았다.
고릴라가 오늘날에도 처음 탄생한 아프리카 열대우림을 벗어나지 않고 사는 것과 달리 사람은 짧은
시간에 전세계로 퍼져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옛 인류는 없을까?
한반도의 지층 중 사람이 살던 시대의 지층은 대부분 3~4만 년 전인 후기 구석기 시대 이후에 생겼어
요. 그래서 그보다 오래된 사람 화석은 별로 발견되지 않고 있어요. 더구나 충청도 일대 외에는 사람 뼈 화석이 잘 남는 알칼리성 토양이 없어서 수십, 수백만 년 전의 인류 화석이 나오기는 어렵답니다. 다만 중국 대륙에도 수십~10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발견되고 있으므로 한반도에도 존재했다고 추정할 수는 있지요. 박선주(충북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고릴라의 미래, 사람의 미래

릴라는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호모 사피엔스가 천천히 퍼져서 대륙을 건너고 태평양을 건넜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북극 지방에 사는 이누이트와 하와이의 원주민이 모두 같은 종이라니, 호모 사피엔스의 적응 능력이 놀라워. 하지만 난 바로 그 점 때문에 걱정이 돼. 전세계에 퍼진 사람들은 아프리카에서 우리가 사는 곳을 파괴하면서까지 농사를 짓고 자원을 캐내고 있잖아? 인도네시아에서도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
어서 우리 친척 오랑우탄이 많이 걱정하더라구. 잘 들어. 우리 유인원과 사람이 친척이라는 점을 밝힌 것은 단지 옛날 조상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야.사람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돼!”

유인원 연구는 사람을 위한 연구
사람에 대해서 연구를 하려면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이 때 사람과 유전자가 가장 비슷한 유인원은 좋은 비교 대상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어떤 유전자와 관련이 있는지 연구하려면 사람과 유전자가 가장 비슷한 보노보나 침팬지를 연구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사람의 Y염색체에만 있는 PCDHY라는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중추신경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전자는 앞으로 언어의 비밀을 밝혀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진화를 알면 질병도 뚝딱!
사람만 걸리는 류머티스 관절염, 에이즈, 요통 등은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질병으로, 영장류의 진화를 함께 연구해야만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00% 죽지만, 침팬지는 몸 안에 이 바이러스를 지니고 살아도 죽지 않는다. 침팬지의 조상이 오래 전에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돼 거의 멸종할 뻔한 적이 있는데 이 때 면역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생물학자들은 침팬지의 유전자를 연구하면 에이즈 치료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사람과 유인원의 진화를 연구하면 이렇게 오늘날의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답니다.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고릴라와 침팬지가 멸종되지 않게 다함께 노력해 주세요!" 
김희수(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릴라와 나는 여행을 마치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며칠이나 지난 것 같은데 아직 방은 창문이 열린 채였고 밝은 달도 그대로였다.
나는 뒤로 돌아서 릴라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릴라야, 네가 내 방을 찾아 온 뜻을 조금 알 것 같아. 우리가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 그리고 너희를 위하는 게 왜 인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한지 알려 주려는 거지?”
릴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먹을 바닥에 대더니 천천히 걸어서 방을 나갔다. 나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었다. 앞으로 릴라를 못 보게 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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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도움

    김희수 교수
  • 도움

    박선주 교수
  • 박순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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