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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끝, 남극으로 떠난 산책


마법 같은 공간을 찾아 1만 7240㎞를 날아갔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 곳을 차가운 얼음과 매서운 바람만이 가득한 곳이라고 말했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일상에 지친 제게, 호기심과 설렘을 가득 채워 줄 곳이라고 생각했지요. 역시 제 생각이 맞았어요. 도대체 그 곳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이러냐고요? 제 산책길로 따라와 보세요.

남극은 이런 곳이에요!

아프리카 대륙의 반이 넘는 거대한 얼음 대륙 남극.과연 사람이 살고 있을까요? 남극은 북극과 달리 원주민이 없어요. 19세기 말에야 사람이 처음으로 발을 디뎠죠. 현재 남극에는 총 20개국 47개의 기지가 있고, 매년 수천 명의 사람이 연구를 위해 남극을 방문해요. 저는 사우스셰틀랜드 군도의 킹 조지 섬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세종기지에 머물렀어요.

 
세종기지의 모습.

남극은 98%가 얼음으로 덮여 있어요. 얼음의 두께는 평균 2000m가 넘고, 가장 두꺼운 곳은 4800m가 넘어요. 백두산과 한라산을 포개 놓은 정도의 두께라니, 상상이 가나요? 엄청난 두께의 얼음은 수십만 년에 걸쳐서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당시의 공기가 얼음 속에 갇히게 돼요. 따라서 얼음을 연구하면 수십만년에 걸쳐 대기 성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지요.
 



남극은 바람과 눈이 지배하는 곳이에요. 그 중 블리자드는 가장 무서운 눈폭풍이에요. 바람이 초속 14m 이상 불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요. 블리자드가 불기 시작하면 눈도 내리지 않아요. 쌓여 있던 얼음과 눈이 바람을 타고 천지를 가득 메우지요.

 

산책길에서 만난 동물 친구

남극의 봄은 펭귄 울음소리와 함께 찾아와요. 봄이 되면 겨울 동안 따뜻한 곳으로 갔던 젠투펭귄이 세종기지 근처의 펭귄마을로 돌아와요. 돌멩이로 지은 둥지에 젠투펭귄 부부가 알을 낳았어요. 바람이 유달리 매서운 어느 날, 아기 젠투펭귄이 작은 부리로 알을 깨고 나왔어요. 작고 가냘픈 울음소리로 세상과 처음 대화를 하기 시작했지요.

아기 펭귄이 태어나는 시기는 대략 12월이에요. 4월이면 남극에 겨울이 찾아오기 때문에, 아기 펭귄은 생후 3~4개월 만에 독립을 해야 해요. 그렇다보니 아기 펭귄의 생활사는 오로지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먹고 잠깐 졸다가 다시 먹다 보면 하루가 다 가지요.

 

어미 펭귄은 먹이를 위 속에 저장해 뒀다가 아기에게 토해 줘요. 아기는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어미의 목구멍 속으로 힘껏 목을 들이밀지요.

 

아기 펭귄은 태어난 지 한 달쯤 지나면 어미의 70% 크기로 자라요. 마치 풍선에 바람이 차듯 순식간에 성장하지요. 생후 3개월이 지나면 부드러운 회색빛 깃털을 벗고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해요. 수영만 배우면 어미로부터 독립을 하게 된답니다.

 


세종기지 근처에서는 웨델해표를 쉽게 볼 수 있어요. 바람이 가라앉고 햇살이 포근한 날, 웨델해표는 눈이 곱게 쌓인 해변으로 와 낮잠을 즐겨요. 날씨만 좋으면 밥도 먹지 않고 며칠 동안 계속 잠만 자지요.
 

 
남극의 코끼리라 불리는 코끼리해표예요. 수컷은 몸무게가 3톤 이상이나 되는데, 수심1500m까지 잠수할 수 있고 물 속에서 1시간 20분이나 버틸 수 있어요. 하지만 남극의 혹독한 환경을 뚫고 어른으로 자라는 코끼리해표는 20%에 불과하다고 해요.

 

 
남극도둑갈매기라고도 불리는 스쿠아예요. 스쿠아는 펭귄마을 근처에 숨어 있다가 어미를 잃은 아기
펭귄을 노려, 매서운 부리로 낚아채 먹어요.

 


고개를 들면 하늘을 가르는 남극제비갈매기를 볼 수 있어요. 남극에서 여름을 보낸 뒤 겨울이 되면 좀
더 따뜻한 지방으로 날아가요. 아름다운 겉모습과 달리 성격이 불같아서 서식지를 지나갈 때는 한바탕 난리가 나지요.

 


남극의 초록 정원을 거닐다
남극의 해안 지역은 여름이 되면 눈이 녹고 땅이 드러나요. 혹독한 환경에서도 군데군데 초록빛이 나
타나요. 남극의 식물은 대부분 이끼 같은 하등식물이에요. 끊임없이 죽고 부활하기를 반복하면서 수년에 걸쳐 겨우 몇㎜가 자라죠.

남극잔디라 불리는 남극좀새풀이에요. 남극에서 꽃을 피울 수 있는 식물은 단 두 종류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남극잔디예요.
 

남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우스네아예요. 차고 건조한 겨울이 되면 완전히 말라 버렸다가, 봄이 되면 다시 사방으로 자라나요.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예요. 기온이 너무 낮아서 수분이 거의 없고, 눈이 잘 내리지 않기 때문에 연 강수량은 5㎝미만이에요. 그래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땅은 전체 면적의 1%도 안 돼요. 이끼처럼 바위틈을 비집고 자라기도 하지요.


 


여름이 되어 기온이 높아지면 빙벽이 무너지면서 얼음 조각이 바다로 떠내려 와요. 얼음 덩어리 중에서 큰 것을 빙상, 작은 것을 유빙이라고 해요. 같은 얼음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 모양이 완전히 달라요. 강아지, 책상, 고래…. 어느 날에는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모양의 빙상을 보기도 했어요.

 

고경남 선생님과의 깜짝 인터뷰

 


 
Q1 언제, 어떻게 해서 남극에 가시게 되었나요?

2006년 1월부터 2007년 1월까지 1년 간, 세종기지 월동대의 의료대원으로 남극에 다녀오게 되었어요.
다녀온 지 2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남극이 그리워요.

Q2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의료대원이라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원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게 제 일이었어요.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어요. 다만 남극의 자연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어요. 특히 거대한 빙벽을 처음 보았을 때는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압도당했지요.

Q3 특별한 곳에 또 가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최근 북한에 다녀왔어요. 평양에 어린이병원을 지어 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거든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제가 갖고 있는 능력으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노력하다 보면 10년 뒤에는 남극처럼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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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경남 전문의
  • 사진

    고경남 전문의
  • 진행

    김맑아 기자
  • 도움

    북센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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