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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의 돈이 깜쪽같이 사라졌다고?

“어이쿠, 이를 어째. 평생 모은 내 돈이 감쪽같이 사라지다니!”
철통 보안으로 유명한 왕튼튼 은행 앞에서 어이쿠야씨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몰라요. 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라니까요~!”
곤란함이 묻어나는 나드몰라 은행장의 목소리도 함께 들린다. 이게 대관절 무슨 소동이지?

 


사건 의뢰 - 돈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평생 아껴 쓰며 알뜰살뜰 돈을 저축한 어이쿠야씨. 그는 노후를 위해 모아둔 돈과 보석을 인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왕튼튼 은행의 금고에 넣어 두었다. 하지만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이쿠야 씨가 왕튼튼 은행 금고를 열어 보니 보석 몇 개와 금반지만 남아 있고 그 많던 돈다발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
“어이쿠, 속 터져! 어서 물어주시오!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왕튼튼 은행 금고에 전 재산을 보관했는데 몽땅 없어졌으니 은행 책임이잖소!”
어이쿠야 씨는 나드몰라 은행장에게 따졌다. 하지만 은행장은 아주 완강하게 물어줄 수 없다고 하는데….
“휴~. 머리가 지끈거리는군요. 은행에서 근무한 20년 동안 아무 흔적없이 돈만 감쪽같이 사라진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투닥투닥 다투던 두 사람은 결국 닥터고글에게 이 사건을 의뢰하기로 한다. 그러나 닥터고글을 불러놓고도 여전히 다투는 두 사람.
“어이쿠, 답답해! 어서 빨리 내 돈을 물어내시오! 이제 난 어떻게 산단 말이오?”
“자, 보시오. 금고는 멀쩡하잖소? 누가 침입한 흔적도 없고 억지로 금고 문을 뜯은 자국도 없다오. 우리 왕튼튼 은행 규정에는 금고가 폭발하거나 파괴되지 않으면 배상해 주지 않는다고 돼 있어요. 그러니 물어줄 수 없어요.”
닥터고글이 살펴보니 정말 금고털이범의 흔적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오직 지폐만 사라졌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사건 분석 ➊ 빈틈을 노려 침입했다?

“어이쿠야 씨, 그래도 보석이랑 금반지는 없어지지 않았으니 불행 중 다행 아닙니까?”
나드몰라 씨의 말에 닥터고글의 눈빛이 반짝인다. 돈은 가져가고 보석과 금반지는 두고 가는 도둑이라니? 그러고 보니 금고 바닥에는 드문드문 지폐 조각이 떨어져 있고, 금고 모서리에 아주 작은 틈이 있는데….
“냥냥, 이거 예사롭지 않은 도둑인데? 이 틈을 좀 더 자세히 조사해 보자.”
“냐냐냥~ 냐냥(특수 분석기를 가지고 올게)!”
냥냥이 특수 분석기를 금고 바닥과 틈에 대자 특수 분석기가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삐삐삐비~비~빅(페로몬입니다).”
“페로몬이라는 도둑이오? 냉큼 경찰서에 신고해서 잡아야겠소. 이런 괘씸한 페로몬 같으니!”
어이쿠야 씨는 당장 경찰서로 달려갈 기세다.
“어어, 잠깐만 기다리세요. 페로몬은 사람 이름이 아니에요. 페로몬은 생물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몸 밖으로 내보내는 특별한 화학물질이에요.”
닥터고글의 설명에 나드몰라 씨가 발끈한다.
“엥? 금고 안에 무슨 생물이 있다고 그러시오? 우린 금고 안에 아무 것도 안 키웁니다!”
“금고에 조그만 틈이 있는 걸 보니 범인은 사람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작은 곤충 같아요. 페로몬을 사용하는 곤충이라면 개미가 틀림없어요. 가끔 길에서 개미가 줄지어 걸어가는 걸 보셨죠? 개미들은 먹이로 가는 길에 페로몬을 남겨서 동료들이 먹이를 찾을 수 있게 하죠. 범인은 바로 개미예요!”
그러자 어이쿠야 씨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개미가 내 돈을? 흐음. 개미가 돈을 먹잇감으로 알고 먹었다니 이상하군요. 우리 집에 사는 개미들은 과자 부스러기 같은 음식물을 좋아하고 책이나 지폐 같은 건 먹지 않던데요.”

사건 분석 ❷ 돈만 노려 갉아먹었다?

“흠…. 개미가 갑자기 입맛이 달라졌을 리는 없고…. 개미가 범인이 아니라면 누가 돈을 노렸지? 지폐는 종이로 만드니까 종이를 먹고 페로몬을 내는 곤충을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닥터고글이 난감한 얼굴로 이야기하자 나드몰라씨가 끼어든다.
“오, 돈은 보통 종이로 만들지 않아요. 돈은 여러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질기고 잘 찢어지지 않는 면섬유로 만들어요.”
“아! 그렇다면 범인은 흰개미예요. 흰개미는 면섬유를 좋아하거든요. 그러니 지폐를 먹어치웠을 거예요.”
닥터고글에 따르면 먹잇감이 부족해진 흰개미가 면섬유로 이뤄진 돈을 갉아먹어 버렸다는 것. 그리고 보석과 금반지는 섬유질이 아니기 때문에 흰개미가 먹지 않았던 것라고. 게다가 흰개미는 눈이 퇴화되어 개미처럼 페로몬에 의지해 길을 찾는단다.
“어이쿠, 머리야. 사람도 아닌 곤충에게 당하다니. 근데 개미나 흰개미나 그게 그거 아니오? 내가 보기엔 별 차이 없던데.”
어이쿠야 씨가 닥터고글에게 묻는다.
“하하. 흰개미는 이름만 개미지 사실 개미류가 아니에요. 분류도 달라서 흰개미는 곤충강 흰개미목에 속하고 개미는 벌목 개미과에 속하지요. 생김새를 보면 개미는 허리가 잘록하고 구부러진 더듬이를 가졌지만 흰개미는 허리가 두루뭉술하고 곧은 더듬이를 가졌어요. 개미의 날개는 별 무늬가 없지만 흰개미는 방향성 있는 무늬가 있지요.”
닥터고글은 흰개미가 바퀴벌레와 친척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공개했다. 흰개미와 바퀴벌레는 약 2억 년 전에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
“흰개미는 햇빛이 들지 않고 습기 찬 목재에 집을 짓고 다른 개미처럼 살아요. 주로 따뜻한 지역에 많이 사는데 그 종류가 2000종이 넘지요. 여왕흰개미가 하루에 수백~수천 개의 알을 낳으면 일개미들이 알을 키운답니다. 흰개미는 죽은 나무, 풀, 버섯 등을 먹는데 섬유질이 풍부한 축축한 나무를 즐겨 먹어요.”
 

사건 분석 ❸ 섬유질만 노려 소화시킨다?

“거참, 그러고 보니 우리 은행 기둥이 나무 기둥인데 그걸 파먹으면서 은행 안으로 들어왔나 봅니다. 최근 비가 많이 내려 습기가 높아진 게 흰개미를 더 모이게 했나 봐요. 그런데 식물을 이루는 물질이 섬유소, 즉 셀룰로오스 아니오? 사람들은 셀룰로오스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걸로 아는데 흰개미는 특별한 소화 비법이라도 있는 게요?”
“초식동물은 셀룰라아제라는 소화효소로 식물의 섬유질을 소화하죠. 하지만 흰개미는 더 특별한 방법으로 섬유질에서 양분을 얻어 내요.”
닥터고글의 설명에 따르면 흰개미의 내장 뒷부분인 후장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함께 살고 있다고.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바실러스, 포도상구균등이 셀룰로오스를 당으로 분해해 흰개미의 에너지원으로 공급한다는 것!
“흰개미는 몸에 미생물들이 살 장소를 제공하고 미생물은 흰개미의 소화를 도우니, 이거야 말로 찰떡궁합의 공생관계로군요!”
어이쿠야 씨의 감탄에 신이 난 닥터고글의 설명이 이어진다.
“흰개미의 후장에 사는 공생 미생물은 과학자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연구대상이에요. 나무를 분해해 당분을 만드는 원리를 이용하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거든요. 그럼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량자원이 아니라 목재나 밀짚 등으로 바이오연료를 개발할 수 있을 거예요.”
“오! 놀랍군요. 그런데 흰개미는 필요한 미생물을 어떻게 몸에 갖고 있죠?”
“흰개미가 알에서 깨어날 때는 소화에 필요한 미생물이 몸에 없어요. 하지만 곧 일개미들이 어린 흰개미에게 자신의 배설물을 먹여 필요한 미생물이 어린 흰개미의 몸에 들어가게 돕는답니다.”

 
초식동물은 섬유질을 소화하는 소화효소를 가지고 있다.


사건 해결 - 흰개미 퇴치법

“어이쿠, 깜빡할 뻔 했네. 사라진 내 돈은 어쩌지?”
정신을 차린 어이쿠야 씨가 돈 이야기를 꺼낸다. 이 때 나드몰라 씨가 어이쿠야 씨 손을 잡는다.
“제가 좀 더 신경을 써서 흰개미가 생기지 않도록 건조한 환경을 만들고 금고 틈도 꼼꼼히 막았어야 했는데…. 흰개미가 갉아먹은 돈은 저희가 보상해 드리지요. 그나저나 닥터고글, 어이쿠야 씨 같은 고객이 계속 생기면 우리 은행은 망할지도 모르니 흰개미를 퇴치하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어이쿠야 씨의 문제가 해결돼서 다행이에요. 흰개미는 일반 해충의 먹이약제는 먹지 않기 때문에 독성이 있는 연기를 피워서 쫓아 내지요.”
“그렇다면 제가 당장 방제회사에 전화해서 흰개미를 쫓는 훈증법을 실시하겠습니다.”
“나드몰라 씨, 잠깐만요! 제가 특별한 살충제를 드리도록 하죠. 한국농업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친환경 흰개미 살충제예요. 흰개미, 나방류의 해충에 효과적이지요. 곤충 껍질의 주성분인 키틴의 합성을 방해해 곤충이 탈피하여 어른 벌레가 되는 걸 막아서 퇴치하죠. 사람과 동물은 키틴 성분이 없어서 이 살충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요.”
닥터고글은 한국에서도 흰개미들이 사찰의 기둥을 먹어치워 골머리를 앓고 있고, 흰개미를 잡기 위해 탐지견까지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흰개미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까지!
“습기는 꼭 피해야만 합니다. 경북 영천 은해사에도 바닥에 비닐매트를 깔자 습기가 차면서 흰개미가 나타나기 시작했거든…요, 으아아악~!”
닥터고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뿌옇게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나드몰라 씨가 부른 방제회사가 달려와 연기를 피워댄 것!
콜록콜록~, 닥터고글 살려!
 
고궁의 나무 기둥을 먹는 흰개미를 찾기 위해 탐지견들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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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남연정 기자
  • 진행

    이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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