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드러머의 공연을 보러 왔어! 바로 세균이었지. 세균이 어떻게 비트를 만드냐고? 과학마녀 일리도 궁금증을 참지 못해 세균에게 직접 물어봤어.
안녕? 자기소개 부탁해!
저는 세균이에요. 세균은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로, 일부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제 몸에는 꼬리처럼 생긴 ‘편모’가 달려 있어요. 이 편모를 흔들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죠. 4월 18일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교 정밀마이크로시스템공학과 파보드 알리자니 교수팀은 편모가 만드는 세균의 진동 소리를 포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세균의 소리를 포착했는데?
교수팀은 드럼처럼 소리가 울리는 구조의 악기를 만들었어요. 실리콘 평면에 동그란 구멍을 뚫고 구멍에 ‘그래핀’ 막을 씌웠지요.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 평면 구조의 물질이에요. 교수팀은 악기의 그래핀 막에 사람의 장에 사는 ‘대장균’을 붙이고 빛을 쏘았어요. 세균이 편모로 막을 쳐서 진동을 만들면, 막을 통과하는 빛의 진동수가 변해요. 교수팀은 막에 반사된 빛의 진동수 변화를 관찰해 소리로 변환했어요. 그 결과, 권투 선수의 펀치보다 약 100억 배 작은 소리가 났지요.
세균한테 항생제도 넣었다면서?
네. 교수팀은 세균을 부착한 그래핀 막에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넣었어요. 세균이 항생제로부터 살아남으면 계속 움직일 거고, 죽으면 움직임을 멈출 테니 소리를 통해서 항생제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연구팀의 예상대로 항생제를 견뎌낸 세균은 막 위에서 계속 똑같은 소리를 만들어냈고, 항생제에 취약한 세균은 한 시간 뒤부터 점점 약한 소리를 내다가 그 소리는 사라져버렸어요.
항생제의 효과를 미리 실험해 볼 수 있겠네?
사람이 항생제를 먹으면 우연히 항생제를 이겨내는 성질을 얻은 세균이 살아남아 자손을 만들어요. 결국 항생제로 죽일 수 없는 ‘항생제 내성균’이 많아지죠. 그럼 항생제 약물을 먹어도 세균이 죽지 않아 세균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할 수 없어요.
알리자니 교수는 “항생제 약물을 사람에게 처방하기 전에 세균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있는지 빠르게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며 “세균의 내성을 피해 더 효과적인 항생제 약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