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통합과학 교과서] <심청전> 심봉사, 또 사기를 당하다?

 

“이에에에에엣취! 이에에에에엣취!”
개코 조수와 마주앉아 떡볶이를 먹던 꿀록 탐정이 재채기를 했어요. 빨간 양념이 범벅된 침과 콧물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와 개코 조수의 뺨을 적실 정도로 심했죠. 개코 조수는 목젖까지 올라온 심한 말(?)을 집어 삼키며 말했어요.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 이후로 유명한 의사가 된 것 아시죠? 탐정님도 ‘청이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봐요.”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심봉사가 후각을 잃은 이유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가 ‘청이의원’에 도착하자 뜻밖에 반가운 사람이 눈에 보였어요. 바로 심봉사였죠. 꿀록 탐정이 먼저 인사했어요.


“아이고, 어르신! 오랜만에 뵙네요. 에취! 전 재채기가 심해서 왔는데, 어르신은 무슨 일이세요? 눈 건강이 아직 안 좋으신가요?”


“아이고, 꿀록 탐정님. 왜 제게는 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히잉~!”


심봉사는 꿀록 탐정 앞에서 펑펑 울고 말았어요.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가 당황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심봉사가 스마트폰 화면 속 문자를 보여주면서 말했어요.


“제가 후각을 잃었어요. 냄새가 안 나요. 여러분도 아시죠? 청이가 왕비가 된 이후로 수랏상 같은 식사를 저에게 주곤 했다는 걸요. 이제 그 맛있는 떡볶이, 보쌈, 닭볶음탕의 냄새를 맡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울하던 차에, 이런 문자가…. 흑!”

 

 

“아니! 이건 딱 봐도 스미싱 범죄 같은데요. 링크를 누르면 결제가 되어버리는?”


“스…, 스매싱이요? 청이가 등짝 스매싱을 날릴 거란 이야기인가요? 예전에도 공양미 삼백 석을 사기 당해서 청이가 그 고생을 했는데….”


그때였어요. “아버지!”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진료실에 가운을 입은 의사, 바로 청이가 있었지요. 심봉사는 청이에게 쏜살같이 달려가 진료실에 앉았어요.


“아니, 청아. 그게 아니고…. 내가 후각을 잃었단 말이다!”


“아버지 때문에 제가 시각을 잃게 생겼어요. 눈앞이 캄캄하네요, 정말.”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우리는 냄새를 어떻게 맡을까?

 

후각은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할까요? 냄새를 맡지 못하면 맛도 잘 느끼지 못해요. 우리가 맛이라고 느끼는 감각의 90%가 사실은 후각이거든요. 또한 상한 음식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배탈이나 설사가 잦아질 가능성도 있지요.


후각 상실은 감기와 축농증, 비염 같은 코 질환 탓에 나타나기 쉬워요. 코의 점막이나 세포가 손상되면 음식과 꽃 등에서 나온 ‘냄새 분자’가 콧속으로 들어와도 세포와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코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면, 냄새 분자는 콧속 천장인 ‘후각상피’의 점막에 녹아요. 후각상피의 후각세포들은 냄새 분자와 결합할 수 있는 ‘후각수용체’를 달고 있어요. 2004년에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리차드 액설 교수와 프레드허치슨 암연구센터 린다 벅 연구원이 이런 후각수용체를 서로 다른 모양으로 만드는 유전자가 사람의 몸에 약 1000가지 있다는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지요.


각 냄새 분자는 자기의 모양새와 꼭 맞는 후각수용체와 결합해요. 그러면 후각수용체에서 전기가 발생하지요. 이 전기는 후각신경을 통해 대뇌로 전달돼 이 분자가 떡볶이 냄새인지, 고기 냄새인지 등을 구별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냄새 분자마다 결합할 수 있는 후각수용체의 종류와 개수가 달라, 이들의 조합에 따라 사람은 총 1만 가지 이상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고 밝혔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톡토기'가 비온 뒤 흙냄새를 좋아하는 이유

 

비가 내린 뒤에 더 진해진 흙냄새를 맡고 정겹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이 냄새의 원인 물질은 ‘스트렙토미세스속’의 토양 세균이 방출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지오스민’이에요. 빗방울이 땅을 적시면, 비가 그친 후 증발되는 물방울과 함께 지오스민이 공기로 퍼지며 우리 콧속으로 들어오는 거지요.


지난 4월 6일 절지동물 ‘톡토기’도 사람처럼 비온 뒤 흙냄새를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어요. 서늘하고 습기 있는 땅에 사는 톡토기는 작고 더듬이가 달린 절지동물이에요. 배 쪽에 ‘도약기’라 불리는 기관이 있어 몸길이가 0.2~1.0mm에 불과함에도 75~100mm까지 뛰어오를 수 있지요. 이처럼 높이 뛰어오르는 능력 탓에 한국어로는 ‘톡토기’라는 이름이, 영어로는 ‘용수철’이라는 뜻이 담긴 ‘스프링테일(springtail)’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연구를 발표한 스웨덴 농업과학대학교의 폴 베커 교수팀은 실험실에서 Y자 모양의 유리관 앞에 톡토기를 두고 한 쪽에만 지오스민을 방출했어요. 그러자 톡토기는 머리에 달린 더듬이로 지오스민을 인식해 지오스민이 방출되는 관으로만 향했어요.


톡토기는 토양 세균을 먹어요. 이런 탓에 토양 세균이 지오스민을 내뿜으면 톡토기가 잡아먹고 말지요. 연구팀은 토양 세균이 일부러 톡토기에게 잡아 먹히는 거라 추정했어요. 이런 생각을 토대로 토양 세균의 유전자 등을 분석한 결과, 토양 세균이 생식세포인 ‘포자’를 형성할 때 지오스민을 내뿜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연구팀은 토양 세균이 일부러 자신의 군집 일부를 톡토기에게 내어줌으로써, 톡토기의 배설물과 껍질 등을 통해 포자를 널리 퍼뜨려 자손을 늘린 거라고 추정했지요.
베커 교수는 “지금까지 토양 세균의 포자가 바람이나 물로 퍼진다고 믿어졌는데, 사실 흙속에는 바람이나 물이 거의 없다”며, “톡토기가 토양 세균의 생활사를 완성해주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 에필로그

 

“심봉사 어르신, 아시겠죠? 에에에취! 후각을 영영 잃은 게 아니라…, 에취! 저처럼 비염에 걸린 게 아니신가 싶어요. 에취! 요즘 꽃가루 알레르기가 유행이라잖아요. 에취!”
꿀록 탐정의 말에 심봉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어요. 그리고 딸 청의 눈치를 보았지요. 청이 말했어요.
“문자를 보낸 사람들이 나쁘지, 아버지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이리 와요. 제가 코 상태 좀 봐드릴게요.”
심청이 아버지를 모시고 진료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심청의 넓은 도량에 ‘엄지 척’을 했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0년 1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다솔 기자 기자
  • 일러스트

    이창섭
  • 디자인

    오진희

🎓️ 진로 추천

  • 의학
  • 물리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