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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가 일해봤습니다] 네, 그래서 이과가 1가정 1최애를 만들어봤습니다

 

여러분, 지난 한 달간 안녕하셨나요? 저는 안녕 못했습니다. 3월 중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단독콘서트가 3일간 열렸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 2년 만에 국내에서 기자의 ‘최애’를 만날 기회였죠. 그런데 못 갔습니다. 이유는 간답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수용할 수 있는 관객은 총 4만 5000명. 하지만 BTS를 만나고 싶었던 팬들은 그것보다 훨씬 많았던 겁니다. 


해일처럼 휘몰아치는 아미(BTS 팬클럽)들 덕에 입장권은 순식간에 동이 났습니다. 제 몫의 입장권은 그 해일에 휩쓸려 멀리 떠내려가고 말았죠.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아미들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의 성능이 나빴던 탓, 자신의 손가락이 느렸던 탓. 실패했던 이유를 곱씹으며 다음 콘서트를 기약하는 그들을 보니 와신상담이란 바로 이런 모습을 두고 말하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잘못이 없습니다. 아미가 이렇게나 많은데, BTS는 단 7명인 세상이 잘못된 거죠. “이과 분들 제발 힘내서 1가정 1방탄소년단 보급해 주세요ㅠㅜ”란 트윗이 심금을 울립니다. 모두가 집에서 최애 연예인과 함께할 수 있는 세상, 이제 이과가 만들어 보겠습니다. 

 

1해봤습니다 │ 사랑하는 이유가 유전자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같은 물건을 여러 개 만들려면, 같은 설계도를 보면 되죠. 생명체를 만드는 설계도는 유전자입니다. 유전자를 복제해 기존 인간과 같은 유전자를 가지도록 ‘만든’ 인간을 복제인간이라고 합니다. 1가정 1최애 보급을 위해서 최애의 복제인간을 잔뜩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물론 윤리적 문제가 크게 뒤따를 테니 상상만 해 봅시다.)


복제 BTS는 원본과 얼마나 닮았을까요? 쌍둥이를 연구한 논문을 살펴보면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한 개의 난자에 한 개의 정자가 수정한 뒤 나뉘어 발생했을 때 태어납니다. 따라서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한 유전적으로 동일하죠. 그래서 외모나 목소리로 일란성 쌍둥이를 구별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얼굴이 전부는 아닙니다. 독일 브레멘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크로아티아, 핀란드, 독일, 영국의 쌍둥이 7026명의 성격을 분석해 지난해 국제학술지 ‘성격과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연구한 쌍둥이들의 나이는 14세부터 90세까지 다양했습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나이를 먹을수록 유전적 요인보다 경험이 대부분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결론을 내렸죠. doi: 10.1037/pspp0000366


원조 BTS와 유전적으로 같은 복제 BTS를 만든다 해도, 이들은 다른 삶을 살 겁니다. 그렇게 되면 복제 BTS의 성격은 시간이 갈수록 원본 BTS와 점점 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BTS를 사랑하는 이유중 하나는 멋있는 성격이란 말이에요. 복제한 최애가 원조만큼 멋지지 않다면 의미가 없는데요?

 

 2런 방법이 있습니다 │  대세는 가상 아이돌이다


최근 들어 속속 데뷔하고 있는 가상인간 아이돌이 두 번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22일 국내 1호 가상 인간인 로지가 ‘후 엠 아이(Who am I)’란 제목의 음원을 발매하며 가수로 공식 데뷔했습니다.


가상인간 아이돌은 컴퓨터그래픽이 사람이 쓴 대본에 따라 연기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일일이 대본을 써 줘야 하니 아직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나눌 순 없죠. 그러나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지난해 5월 공개한 언어 생성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는 최초의 초대규모 한국어 AI입니다. 초대규모 AI란 인간처럼 추론할 수 있는 범용 AI를 뜻합니다. 문맥을 이해할 수 있어 실제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의 아버지가 누구야?”라는 질문에 하이퍼클로바는 “바흐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어 “근데 왜 아버지라고 부르지?”라고 물으면 “바흐의 음악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마치 아버지처럼 온화하면서도 무게감 있고 굳건한 인상을 풍겨서 그렇게 불러왔어요”라 답하죠. 


로지를 구현하는 컴퓨터그래픽에, 하이퍼클로바의 초대규모 AI를 입힌다면 완전한 가상인간 아이돌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모니터 너머로만 만나는 게 아쉽다면, BTS의 외형을 딴 휴머노이드 로봇에 BTS의 행동을 학습한 초대규모 AI를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현관문을 열면 BTS가 기다리고 있는 내일이 어서 오길 바라봅니다(제발)! 

글 : 김소여 ㄴ기자

과학동아 2022년 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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