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해가 지면 남서쪽 하늘에 보이고 자정 전에 서쪽 지평선 아래로 사라져버리는 별자리 가운데 외뿔소자리가 있다. 주변의 밝은 별들에 파묻혀 모습조차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초라하지만, 옛사람들이 유니콘을 떠올렸을 정도로 신비스런 별자리다. 지난 3월말 미항공우주국(NASA)은 허블우주망원경이 외뿔소자리의 별 하나에서 퍼져 나오는 ‘빛 메아리’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3월 27일자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허블우주망원경 사진을 살펴보자. 한가운데 붉은 별과 그 주변에 여러 빛깔이 섞인 구름 같은 모습이 보인다. 가운데 붉은 별은 외뿔소자리 V838이라 불리는 별로 2002년 1월 갑작스럽게 태양보다 60만배나 밝아졌다고 한다. 보잘 것 없는 별 하나가 폭발적으로 빛을 내면서 일순간 우리은하에서 가장 밝은 별로 탈바꿈했던 것이다. 그후 이 별은 급격히 어두워져갔지만, 현재까지도 우주공간에 불가사의한 빛 메아리를 남기고 있다. V838의 빛 메아리는 외뿔소자리의 주인공 유니콘처럼 신비한 존재다.
뿔이 하나뿐이어서 일각수라 불리기도 하는 영물(靈物) 유니콘. 기원전 4세기경 페르시아 의사 체시아스가 처음 유니콘의 구체적인 모습을 이야기했다. 인도에 크기가 말과 비슷하고 재빠른 야생 당나귀가 있는데, 짙은 파란색 눈빛에 몸통이 희고 어두운 빨간색 머리에는 50cm쯤 되는 뿔 하나를 가진다고 묘사했다. 고대 로마 박물학자 플리니우스는 자신의 방대한 저서 ‘박물지’에서 유니콘에 대해 사슴의 머리, 코끼리의 발, 멧돼지의 꼬리에 나머지 몸통은 말과 비슷한 매우 난폭한 동물이며, 깊고 낮은 울음소리를 내고 길이 1m 정도인 검은 뿔 하나가 이마 한가운데 솟아있다고 기록했다. 이 뿔은 아래가 흰색, 끝이 붉은색, 가운데는 검은색이라고 한다. 또 유니콘은 체내에 독을 제거하는 능력을 가졌으며 무적의 힘을 과시했다고 한다. 다만 중세의 전설에 따르면 오직 처녀의 매력에 맥을 못추기 때문에 유니콘을 사로잡을 때 처녀를 미끼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외뿔소자리 V838에서 유니콘처럼 신비스러운 빛 메아리가 퍼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층촬영’ 통해 거리 구한다
베일에 가린 유니콘은 난공불락인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니 처녀 앞에서 꼼짝 못한다는 약점이 드러났다. 밤하늘의 유니콘이 품은 V838라는 별의 정체를 파악해보자. V838은 갑자기 밝아졌다는 점에서 신성과 비교될 수 있지만, 보통 신성과는 다르다.
신성은 자그만 백색왜성과 거대한 적색거성이 짝을 이루는 경우에 가능하다. 거대한 적색거성에서 자그만 백색왜성으로 수소가스가 계속 유입되다가 백색왜성에 어느 정도 쌓이면, 거대한 수소폭탄처럼 핵반응을 일으켜 폭발한다. 백색왜성의 바깥층은 날아가고 핵부분은 수만도까지 올라간다. 하늘에는 ‘새로운 스타가 갑자기 뜬 것’처럼 매우 밝은 신성이 빛난다. 신성(新星)이 이제 막 태어난 별이 아니라 막바지 단계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모습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컬하다.
V838은 신성과 달리 폭발시에 바깥층이 사라지지 않고 점점 부풀어올라 크기가 커진다. 이 별은 진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거치는 독특한 단계다. 어떤 면에서는 갑작스럽게 밝기가 증가하며 매우 불안정한 별인 폭발변광성과도 유사하다.
그렇다면 V838의 빛 메아리는 정체가 무엇일까. 다름 아니라 폭발에서 나온 빛이 별을 둘러싸고 있는 먼지에 계속 반사되는 모습이다. 먼지는 이전 폭발 과정에서 별 주위로 흩어진 것이고 빛은 이 먼지 사이를 누비고 메아리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별을 둘러 싼 먼지덮개의 횡단면을 바라볼 수 있다. 별의 먼지덮개에 대해 천문학적으로 단층촬영을 하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허블우주망원경의 연속적인 사진을 이용해 V838이 지구로부터 약 2만광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V838 둘레의 원형 빛 메아리는 하늘에서 목성 크기의 두배 정도까지 팽창했다고 한다. 밤하늘에는 유니콘처럼 별스런 천체가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