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있는’ 배터리가 만들어졌다. 조반니 트라베르소 미국 MIT 기계공학과 교수와 마흐멧 세이 MIT 기계공학과 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이 위 속에서 제 역할을 한 뒤 녹아 사라지는 배터리를 개발한 연구 결과를 9월 2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엔지니어링’에 발표했다. doi: 10.1038/s44286-026-00443-7
기존의 알칼리 배터리나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해질로 유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신체 내부에서 배터리가 파손된다면 전해질이 새어 나와 인체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된다. 따라서 연구팀은 인체에서 안전하게 분해 및 흡수되는 소재를 선정해 배터리를 만들었다. 마그네슘(Mg) 합금이 양극, 삼산화몰리브덴(MoO3)이 음극으로 사용됐다. 두 물질은 분해됐을 때 몸에서 사용될 수 있는 미량 영양소인 마그네슘과 몰리브덴(Mo)이 된다. 전해질은 생분해되는 이온성 액체를 사용했고, 배터리는 셀룰로스로 만들어진 나노 섬유로 감쌌다. 배터리의 가장 바깥 부분은 천연 왁스로 감싸 너무 빠르게 소화되는 것을 막았다. 트라베르소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라이스 페이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배터리가 체내에서 작동하는지 실험했다. 실험은 두 가지로 진행됐다. 먼저, 연구팀은 개발한 배터리를 장착한 섭취형 무선 주파수 식별 장치(RFID) 태그를 돼지에게 먹였다. 섭취형 RFID는 환자가 약을 제때 먹었는지 모니터링하기 위한 장치다. 기존의 섭취형 RFID는 내부 배터리가 없어 수신기를 몸 가까이에 둬야만 작동한다. 연구팀은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생체흡수성 배터리를 사용한 섭취형 RFID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돼지가 생체흡수성 배터리가 포함된 RFID 장치를 섭취했을 때, 수신기는 최대 1.5m 떨어진 거리에서도 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생체흡수성 배터리가 기존의 위 전기자극술(GES) 장치를 대체할 수 있을지 확인했다. GES는 위에 전기 자극을 주는 치료법으로, 수술로 위벽에 전극을 심어 진행한다. 연구팀은 GES가 식욕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착안해, 이 배터리를 포함한 GES 장치를 돼지의 위에 넣고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의 혈중 농도를 측정했다. 20분간 GES 장치를 작동한 결과 돼지의 혈중 그렐린 농도가 최대 약 50% 증가했다. 이 결과는 다른 돼지로 실험했을 때도 일관되게 증가하는 것이 확인돼, 생체흡수성 배터리가 생체 내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연구팀은 이 배터리와 생체흡수성 안테나, RFID를 결합한 복약 모니터링 장치의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트라베르소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약 2년 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시작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