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흐르는 공기나 물이 있는 반면 딱딱한 돌이 있다. 사장(沙場)의 모래를 한 줌 쥐어보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다. 이런 다양한 물질들은 각각 다른 원인에 따라 만들어졌을까? 옛날부터 인간들은 모든 물질의 궁극적인 실체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은 각자 자유로운 생각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물질의 궁극적인 실체를 주장했다. 그중 가장 대립적인 두가지 입장을 현대적 관점에서 돌이켜 물질의 근원을 찾아
문제
1. 기체를 담아 놓을 수 있는 철로 만든 봄베가 있다. 그 속은 진공이다. 여기에 수소를 가득 담아 무게를 달아보면 진공일 때 보다 어떻게 될까?
① 가벼워진다.
② 무거워진다.
③ 무게는 변함이 없다.
④ 넣은 수소의 양에 따라 무겁게도 되고 가볍게도 된다.
1-1. 위의 문제는 아리스토텔레스 입장에서 올바른 답을 선택하면 ①이다. 그 이유로 적합한 것은?
① 불(수소)은 철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② 불(수소)은 철보다 차지하는 부피가 크기 때문이다.
③ 불(수소)은 '무거움'이 없고 '가벼움'이 있기 때문이다.
④ 불(수소)은 저 혼자의 힘으로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1-2. 데모크리토스 입장에서 올바른 답을 선택하면 ②다. 그렇게 선택한 이유는?
① 아무리 가벼운 수소라도 무게가 있어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② 수소를 이루는 입자가 벽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③ 수소를 이루는 입자가 일시적으로 용기의 벽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④ 수소입자가 운동할 수 있는 진공이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2. 풍선에 지우개를 매달아 놓으면 뜨지 않지만 수소를 불어 넣으면 점차 떠 오른다. 이 현상을 본 아리스토텔레스는 "거 봐, 수소는 원래 '가벼움'이라는 성질을 지니기 때문에 많이 넣을수록 더 가벼워져서 떠오르는 거야"라고 해석했다. 데모크리토스는 다음과 같이 반론을 폈다. 가장 합리적인 것은?
① 풍선속의 수소는 무게는 있지만 풍선고무 보다 가볍기 때문에 뜰 수 있다.
② 풍선속의 수소는 무게가 없지만 풍선의 부피가 커지면 밖의 공기를 밀어내기 때문에 뜰 수 있다.
③ 풍선속의 수소는 무게가 있지만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④ 풍선속의 수소는 무게가 없어 고무보다 가볍기 때문에 뜰 수 있다.
3. 데모크리토스는 "사람의 영혼조차도 가볍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원자로 돼 있다. 인간의 영혼도 신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원자의 운동을 지배하는 자연법칙에 따른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무신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특히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있다'는 진공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었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① 공기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을 생각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② '진공이 있다'는 말은 진공도 마치 물체와 같이 어떤 실체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③ 장소나 공간은 그곳에 있는 것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④ 만일 진공이 있다면 진공 속에서는 무한대의 속도로 아래로 떨어지게 되므로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4. 엠페도클레스의 실험(크레프시도라의 진공실험)을 해 보자. 크레프시도라는 그리스인들이 사용했던 시계의 일종이다. 이 시계는 금속제의 원통으로, 원뿔모양의 부분 끝에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다. 일정한 높이까지 물을 넣고 손가락을 떼면 원통 속의 물이 정해진 시간에 텅 비게 되는 장치다.
4-1. (ㄱ) 그림처럼 텅 빈 크레프시도라(스포이드)를 원뿔 쪽 구멍은 막고 물에 밀어넣는다. 물이 어디까지 들어 올까?
① 컵 속에 물이 가득 찬다.
② 컵 속에 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③ 컵속에 물이 반만큼 들어 간다.
4-2. (ㄴ) 그림처럼 크레프시도라에 물을 가득 채우고 그 끝을 공기 중으로 끌어올렸다. 물은 어떻게 될까?
① 물이 가득 차 있다.
② 수면까지 물이 내려와 공기로 찬다.
③ 수면까지 물이 내려와 진공이 된다.
5. 현대의 과학적인 사고를 볼 때 4원소설 보다 과학적이었던 원자론이 쇠퇴하게 된 원인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 원인과 거리가 먼 것은?
① 데모크리토스의 저서가 원전 그대로 남아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② 죽은 뒤의 세계를 부정하는 급진적 사고 때문이다.
③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④ 아리스토텔레스와의 논쟁에서 논리적으로 굴복했기 때문이다.
정답
1. ② 언뜻 생각해 보면 더 가벼워질 것 같다. 그러나 수소라는 물질은 가볍지만 질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더 무거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수소'라면 '가벼워서 뜬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우리의 경험세계를 통해 무비판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사고방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1-1. ③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가 주장한 4원소변환설에서 물질의 운동은 그 물질이 갖고 있는 성질에 따라 결정이 된다고 했다. 예컨대 불은 뜨겁고 건조하며 상승하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불(수소)은 원래의 고향인 하늘로 가려는 성질 때문에 많아질수록 가벼워진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흙처럼 많아질수록 무거워지는 '무거움'을 갖는 것이 아니라 '가벼움'을 갖는다고 했다.
1-2. ① 데모크리토스는 모든 물질은 원자로 돼 있고 그 물질은 없어지거나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수소는 일정한 무게를 지닌 입자로 구성돼 있으므로 진공 속에 들어가면 일정한 무게를 나타낼 것이다.
2. ③ 데모크리토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직접 이런 실험을 해보고 논쟁한 것은 아니지만 둘 다 실험의 중요성을 인정했던 사람들이었으므로 그 입장이 되어 문제를 풀어 보자. 수소풍선이 뜨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쉽게 답할 수 있다. 갈릴레이가 반(反)아리스토텔레스적인 사고를 갖게 되면서 매달렸던 문제도 이와 같은 문제였다고 한다. 그는 '밀어낸 물의 무게만큼의 부력을 받는다'는 아르키메데스의 법칙을 활용,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문제에 적용하면 밀어낸 공기부피 만큼의 수소무게가 공기의 그것보다 가볍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3. ② 아리스토텔레스는 여러가지 면에서 원자론을 비판했다. 먼저 물컵을 떠 놓고 그 속에서 빈 공간을 찾아 보자. 우리눈에 보이지 않는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란 찾을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둘째로 논리적으로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은 '있다'라는 말 속에 포함돼 있는 '실재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거짓이 된다. 셋째로 만일 원자나 진공이 확실히 존재한다면 그것을 우리에게 입증할만한 실험을 해 보여 줄 것을 주장했다. 예를 들어 공기가 없는 곳에서 무한대의 속도로 떨어지는 물체를 보여달라는 주문을 했다.
4-1. ②
4-2. ① 위의 두 실험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해 볼 수 있는 실험이다. 크레프시도라가 없어도 유리컵을 가지고 해 볼 수도 있다. 이 실험은 엘레아학파와 헤라클레이토스학파 간에 한참 열기를 뿜었던 '존재와 비존재에 관한 논쟁'에 대한 답을 구해보려고 했던 실험으로 유명하다. 이 실험을 잘 관찰하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공기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물질의 궁극에 관한 두가지 주장인 불연속적인 주장(원자론)과 연속적인 주장(4원소설)을 비교해 볼 수 있다.
5. ④ 고대원자론이 쇠퇴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당시 점차 사회지배를 확고히 해 가던 종교관 때문이다. 후대에 원자론자들의 활약상을 자세히 전해주고 있는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읽어 보면 그 배경을 보다 상세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