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노트르담대성당 등 문화유산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 이 「유럽문화의 중추」는 왜 세계인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나.
프랑스의 수도 파리(Paris)는 어느 시대에나 동경의 대상이 되어온 도시다. 문학이 있고 예술이 융성하고 멋과 낭만이 숨쉬고 있는 유럽문화의 중추이기도 하다.
이민인구가 상당수를 헤아려
교외(banlieue)를 포함한 파리의 인구는 1천만명을 헤아린다. 프랑스의 국토면적중 2.2%에 불과한 파리에 전인구의 18.8%가 모여 살고 있으니, 상당히 조밀한 인구밀도다.
여러 정책적인 이유로 이민이 비교적 수월했던 탓인지 프랑스의 이민인구는 상당수에 달한다.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와 같은 북아프리카 나라들 그리고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칼에서 온 이민족이 특히 많다. 파리에서 이민족들은 주로 교외에 밀집돼 있으며 나름대로의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클리낭쿠르(Clignancourt)와 라 빌레트(La Villette)에 북아프리카 이민족들, 르 마래(Le Marais)에 유태인들, 몽파르나스(Montparnasse)에 소련인들이 세운 타운이 그것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이민인구와는 반비례로 프랑스 인구는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참여율이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해서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복지제도 등의 배려로 출산을 장려하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의욕이 유난히 큰 개인주의 풍토에서 정부의 정책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프랑스는 미국 일본 독일 등에 밀려나 오히려 후진하고 있는 상태지만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발전시키고 있는 예술이나 문화 그리고 요리와 포도주에 대한 자부심은 상당히 크다.
하수구시설이나 지하철도 파리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실제로 지하하수도의 일부가 관광코스의 하나로 지정되고 있다. 파리 전역을 연결하고 있어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꼽히고 있는 파리지하철이 첫 선을 보인 것은 1900년 7월 19일. 빈센(Vincennes)과 마이요(Maillot) 사이의 노선이 그것이다.
영국 런던지하철이 파리보다 37년 앞섰다고 하지만 기술면이나 미학(美學)면에서는 결코 파리를 따르지 못한다. 급행지하철 세노선을 합해 15개 정도의 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거장 수만도 3백60개소나 된다.
오벨리스크가 하늘을 향해
프랑스인들, 특히 파리지앵들의 긍지의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게 루브르(Louvre) 박물관이 아닐까. 찰스5세 프랑소와1세 앙리4세 루이13, 14세 등의 왕정을 거치면서 이곳에 진귀한 미술품과 조각품들이 확보된다. 순수조상들의 유산도 있지만 외부로부터 획득한 예술품들도 꽤 많다. 그리스 이집트로부터 들여온 상납품 혹은 노획품들을 상당수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밀로의 '비너스'는 듀몽 듀르빌이란 사람이 프랑스로 갖고 들어온 것이다.
미술분야에서는 몇년 전에 문을 연 오르세박물관이 유명하다. 이곳에는 특히 모네 마네 세잔 드가 르노와르에서 고갱 고호 로트랙 피사로로 이어지는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눈의 호사를 누리게 해준다.
루브르에서 주드봉으로 이어지는 쾌적한 산택로가 튜일르리공원(Jardin Tuileries)이다. 정교하게 단장된 푸르름 속에 묻혀 있는 이곳에는 주말이건 평일이건 산책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유모차를 밀고 나온 젊은 여자들, 예쁘게 치장한 강아지를 산보시키는 노인들, 벤치 군데군데에서 책에 심취돼 있는 독서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튜일르리에서 주드봉박물관 방향으로 나오면 곧 콩고르드(Concorde)광장이다. 광장 중앙에는 샤를10세 때 이집트로부터 상납받았다는 오벨리스크가 날렵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주변으로 시야를 돌리면, 예쁘게 치장된 건물과 떼지어 다니는 비둘기들이 눈에 들어 오고, 무질서한 듯이 보이는 작은 차들의 행렬이 정겹다.
샹젤리제의 카페에서
이 콩고르드광장에서부터 개선문까지 이어지는 거리가 그 유명한 샹젤리제(Champs- Elysées)다. 상당히 넓고 긴 도로지만 여기저기 눈요기를 하다 보면 지루한지 모르는 즐거운 산책이 된다. 오른쪽으로 가장 먼저 나타나는 건물이 대통령 관저인 엘리레 궁인데 이 궁은 녹색 장원에 가려져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바로 맞은 편으로는 파리시의 미술박물관으로 쓰이는 프티 팔레(Petit Palais)와 그랑 팔레(Grand Palais)가 위치하고 있다.
샹젤리제 거리 양편에는 각종 고급스러운 부티크들 상점 카페 등이 줄지어 있다. 세계적으로 비싼 땅중의 하나인 만큼 커피 한잔값도 무척 비싼 편이지만, 멋스러운 카페 테라스에 앉아 거리의 정경과 사람들을 바라보면 또 한면의 파리를 느낄 수 있다.
개선문과 그 개선문이 자리잡고 있는 샤를 드골(Charles de Gaules) 광장도 무척 매력적이다. 개선문은 19세기 초 나폴레옹이 프랑스 군대에 경의를 표한다는 뜻으로 건립했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12개의 거리가 방사선처럼 뻗어나가 찬란했던 '황제시대'를 돌이켜 준다. 개선문 밑에는 무명병사가 잠들어 있고 매일 저녁 6시 30분이면 조국을 위해 싸우다 간 병사를 기리는 불꽃이 밝혀진다.
실용적 가치도 큰 에펠탑
파리의 표상은 뭐니뭐니해도 에펠탑이다. 탑의 높이만 3백m로 19세기 말 건축당시 세계 최고의 높이를 기록했다. 한때는 파리의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파괴위기까지 맞기도 했다. 그 당시에야 에펠탑이 파리의 상징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되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라디오 TV송신 등 실용적인 가치도 대단하다. 탑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면 온 시내가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온다. 특히 밤에 보는 모습이 일품이다. 그도 그럴것이 프랑스인의 건물 조명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 건물들, 거리의 가로등들, 그리고 센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을 조명해서 우아한 분위기를 주고 낮의 파리와는 전혀 다른 맛의 야경을 선사해준다.
프랑스는 카톨릭의 유서가 깊은 나라인만큼 '성당문화'가 발달 돼 있다. 아무리 작은 도시를 가도 종교유산이 소중하게 보존되고 있다. 프랑스인이 꼽는 3대 성당중의 하나가 파리의 노트르담(Notre Dame)이다. 시테(Cité)성에 자리잡고 있는 노트르담 성당은 12~14세기에 걸쳐 건립되었다. 이 성당은 파리와 희비의 역사를 함께 한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성당의 길이가 1백30m, 넓이 48m, 그리고 높이가 35m로 9천명은 넉넉히 수용할 수 있다.
아무튼 노트르담은 프랑스예술의 정상이라고 극찬받을 만큼 그 조형미나 조화미가 뛰어나다. 또한 고딕예술의 대표로 손꼽히기도 한다.
콩코르드에서 마들렌성당으로 이어진 뒤 다시 오페라광장에 이르는 코스도 유명하다. 음악을 전공하거나 고전무용 또는 현대무용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 서 보기를 꿈꾸는 장대한 '오페라'가 그곳에 있다.
나폴레옹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 앵발리드(Invalides)기념관에서 '알렉산더3세 다리'로 이어지는 길도 무척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다.
젊음을 느끼고 싶으면…
조금 전에 파리의 야경을 잠시 이야기했지만, 저녁이면 유난히 활기를 띠는 거리들이 있다. 샹젤리제거리 몽마르트르 몽 파르나스 라틴가(街) 같은 곳이다.
젏음을 느끼고 싶다면 몽마르트로 가보라. 그리 넓지 않은 거리에 아마추어 미술가들과 기념품상(商)들로 즐비하다(옛날의 순수한 예술성보다는 상업성이 더 큰 모티브가 되고 있다는 개탄도 있지만). 그리고 젊은 연인들 학생들 관광객들로 만원을 이룬다.
사크레 퀴르(Jacré Coeur)성당 앞 층계에 모여 앉은 젊은이들의 무리가 통기타에 맞춰 부르는 노래를 한참이나 듣고 서 있었던 기억이 있다.
구김살 가지 않은 젊음이 느껴져서 좋았고, 동양인이건 서양인이건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유쾌했다.
파리에는 학생들이 참 많다. 외국인 학생들도 굉장히 많다. 문학도들, 미술 음악 등에 심취된 학생들, 혹은 단순히 언어를 배우러 온 학생들 등. 오늘날은 모든 대학이 국립이므로 일류대에 대한 선별의식이 없는 편이지만 소르본대학과 같은 학교에 대한 일종의 향수는 남아있는 듯 하다.
비에 젖은 파리에 매료돼
기념비 유적 성당 박물관들만 보고 다니려 해도 끝없이 볼 거리가 많은 곳이 파리다. 그러나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런 문화유산이 풍부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석조 건물들 하나 하나, 거리의 길목길목 땅에 깔린 포석들 조차도 그냥 우연히 맞춰 놓은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 색상이나 스타일이 묘하게 어우러져서 조화를 이루고 독특한 멋을 풍긴다. 포석이 깔린 좁은 길목들에 어렵게 주차돼 있는 듯한 다양한 형태의 크지 않은 자동차들. 오래된 아파트들. 창문을 따라 조심스럽게 진열된 꽃화분들. 결코 장대하지는 않지만 세련된 감각의 어울어짐이 무척 매력적이다.
또 하나 개인적인 소감을 덧붙인다면, 비에 젖은 파리가 더 아름답다는 말을 하고 싶다. 회색빛 하늘 아래 촉촉히 젖은 회색빛 분위기가 유난히도 잘 어울리는 도시다.
짧은 시간에 파리를 머리 속으로만 다니다 보니 빠뜨린 부분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동시에 내가 사랑하는 파리를 다시 만나고 싶은 열망이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