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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She Did It 2.0] 과학자의 하루

살아있는 장기로 만드는 인공장기

장진아 POSTECH 교수
▲김연정

 

간으로 만든 인공 간, 심장으로 만든 인공 심장. 장진아 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의 연구실에서 웅웅대며 돌아가는 3D 바이오프린터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들이다. 살아있는 세포와 생체 재료로 인공장기를 만들고자 하는 장 교수의 하루를 찾아가 봤다.

 

05:00 AM 이르게 시작하는 출장일

연구 방향에 관해 논의하다

 

“오후에 서울에서 열리는 학술대회(학회)에 참석해야 했기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어요.” 장진아 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의 5월 28일은 e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메일함에는 장 교수가 수행하고 있는 여러 과제에 관한 메일부터 지도 학생들의 연구 문의 메일 등이 밤새 쌓여있었다.

 

장 교수는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생체와 비슷한 조직 및 질환 모델을 만들고 이를 재생의료와 치료제 개발에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해 바이오 인공장기를 프린트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학부 때는 기계설계를 공부했는데, 여러 대학원 분야를 고민하던 중 바이오멤스(BioMeMs)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됐어요.” 바이오멤스란 반도체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미세 공정 기술을 생물학, 의학 등의 분야에 적용해 아주 작은 크기의 전자기계를 만드는 기술이다. “학부 시절 기계설계에 관해 공부할 때는 중공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중심으로 배웠는데, 바이오멤스는 의료 분야에 사용한다는 점이 흥미로워 바이오프린팅 연구실에서 석박사 학위과정을 거쳤어요.” 장 교수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연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간 조직 프린팅 프로젝트다. “2021년부터 간 세포가 기능할 수 있는 조직을 인쇄한 뒤 이를 이어붙여서 사람 몸에 이식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e메일함에는 다양한 국제학술지에서 논문의 피어리뷰(동료평가)를 요청하는 메일도 있었다. 피어리뷰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직접 논문을 심사하는 단계로, 과학 연구의 엄밀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네이처, 사이언스 등 여러 국제학술지에서 피어리뷰를 하고 있어요. 모든 논문은 최소 2명에서 최대 6명의 피어리뷰를 거쳐야 하는데, 학술지에서 평가를 요청하고 제가 수락하면 2~3주 내에 의견을 보내야하죠.” 이어 장 교수는 피어리뷰 업무는 ‘무료 봉사’라고 귀띔했다. 연구자들이 선의로 서로의 논문을 검토하며 학술 출판의 신뢰를 지탱하는 일인 것이다.

 

09:57 AM 서울로의 기차 이동

패널 토론과 발표 내용을 확인하다

 

장 교수는 9시 57분,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 안에서 장 교수는 한국조직공학재생의학회 일정과 발표 자료를 점검했다. “학회가 28, 29일 이틀 연속으로 있었는데 28일에는 교수 창업에 관해 다루는 세션에 패널로 참여했고, 29일에는 학술세션에서 독일의 대표적인 응용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연구소의 연구자와 함께 바이오프린팅 연구에 관해 발표했어요.”

 

바이오프린팅은 세포와 생체 적합 물질을 사용해 조직이나 인공 장기를 쌓아 올린다. 세포를 보호해 프린트한 뒤, 세포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핵심이다. “세포는 너무 작아서 그 자체로는 3D 프린터의 재료가 될 수 없어요. 꿀처럼 점도가 있는 재료와 섞어야만 세포의 형태를 잡을 수 있죠. 이 재료가 바이오잉크예요.” 바이오잉크를 주사기에 넣고 압력을 가하면 치약을 짜듯 재료가 나온다. 이를 층층이 쌓아 올리면 세포가 3차원 구조로 쌓인다. “저희 연구실은 ‘조직 특이적 바이오잉크’를 써요. 조직에서 세포를 빼고 남은 물질을 세포외기질(ECM)이라고 하는데, 이는 세포가 원래 살던 집이자 세포가 가장 잘 기능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세포와 세포외기질을 섞어 바이오잉크를 만들고 있죠. 덕분에 사람이 세포 하나하나를 일일이 제어하지 않아도 세포가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렇게 세포외기질을 사용해 바이오잉크를 만들면 독성은 줄이고, 세포 친화적이면서 물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도 있다.

 

이 기술은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미리 시험할 수 있는 암 모사 플랫폼 연구로 이어졌다. “위암과 같은 고형암(암 세포가 자라면서 덩어리를 이루는 암)은 면역세포 치료가 잘 작동하지 않아요. 암 주변 조직이 너무 딱딱하고 섬유질이 많아 면역세포가 침투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때문에 면역세포가 암 조직 안으로 잘 들어가는 방법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를 시험할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이에 장 교수는 바이오프린팅과 여러 세포를 조합해 실제 생체와 유사한 질환 환경을 만드는 연구를 2020년부터 하고 있다.

 

▲ 동아사이언스
장진아 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는 연구실에서 1~2g 수준으로 만들던 재료를 수십, 수백 g 규모로 키우는 스케일업 과제를 수행한 것을 계기로 재생의료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17:00 PM 패널 토론 참여

연구자이자 창업자의 어려움 나누다

 

2시 30분쯤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한 장 교수는 바이오프린팅을 함께 연구하는 이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이어 오후 5시, 장 교수는 창업자 세션의 패널 토론에 참여해 회사를 창업한 연구자가 겪는 애로사항과 조언할 점들을 청중과 나눴다.

 

장 교수는 2022년 1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과 조직을 활용한 바이오잉크로 인공장기를 개발하는 재생의료 벤처기업 ‘바이오브릭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교수 창업 관련 인력 풀이 적고, 역할이 체계적으로 분담돼 있지 않아 생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장 교수는 이런 어려움을 모르고 시작하는 경우 겪게되는 문제나 시행착오 경험을 나눴다.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은 물리적인 시간 부족이에요. 회사 일과 학교 일을 한정된 시간 내에 다 해내야하기 때문에 신체적인 부담도 뒷따르죠.”

 

그럼에도 장 교수는 창업으로 얻는 뿌듯함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회사는 계획을 잘 세운다는 전제 아래, 세상에 결과물을 내어놓을 수 있어 성취감이 커요. 또한 제가 연구해오던 기술을 실제로 실현해 나가는 과정 자체도 재밌어요.” 그의 앞으로의 목표는 분명하다. “필요한 장기를 원하는 시점에 제작하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어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 특히 어린이 환자들에게 제 연구가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린이의 장기이식은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해서 장기 기증의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장 교수의 꿈은 수많은 이들의 희망을 담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장 교수는 심장, 연골, 간, 뼈, 자궁내막, 근육, 혈관 등 약 20가지의 조직과 장기를 사용해 바이오잉크를 만들어 봤다. 사진 속 장기 조각을 여러 개 쌓아 큰 덩어리로 만들 수 있다.

 

아라온호 타고 북극해에서 17년

양은진 극지연구소 연구원

 

▲ 김연정
 

백야의 북극, 흔들리는 배 위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과학자가 있다. 양은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이다. 그는 2010년부터 매년 여름마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해로 떠나 플랑크톤의 변화를 살피고 있다. 북극해에서 그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00:30 AM  물리연구팀 회의

예상하지 못했던 해빙을 분석하다

 

밤 12시 30분, 아라온호 회의실로 사람들이 급하게 모였다. “2025년에는 북위 69도 부근에서 처음 해빙이 관측됐는데, 이번엔 북위 67도 부근에서 해빙이 나타났네요.” 양은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이 물리연구팀 연구원들과 함께 회의를 시작했다. 아라온호는 1년에 200일은 남극을, 70일은 북극을 항해하며 다양한 극지 연구를 수행하는 쇄빙 연구선이다. 양 연구원은 해양학을 전공하고 해양생물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아라온호가 탐사를 시작한 2010년부터 매년 북극해 변화를 기록하며, 플랑크톤이 해양 생태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플랑크톤을 통해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해양 탄소 순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기후위기가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필 수 있다.

 

▲ 양은진
양은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의 뒤로 북극해가 펼쳐졌다.
양 연구원은 현재 태평양북극 연구그룹(PAG) 의장직을 맡아, 다음 세대가 북극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02:30 AM  해양관측 및 시료 채집

바닷속 변화, 플랑크톤으로 보다

 

새벽 2시 30분, 아라온호가 연구정점 8에 도착했다. 이번 항해 동안 관측이 진행되는 45개 연구정점 중 하나다. 연구정점이란 관측과 시료 채취를 위해 정해 놓은 바다 위의 특정 지점이다. 곧 본격적인 해양관측이 시작됐다. 양 연구원은 동료 연구원들과 수온염분측정(CTD)실에 모여 장비가 보내온 수직 관측자료를 살폈다. CTD란 수심별 수온과 염분 등을 측정하고, 필요한 깊이의 바닷물을 채집하는 장비다. CTD는 해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면서 지정된 수심의 바닷물을 차례로 담았다. 양 연구원은 표층과 일부 수심에서 얻은 바닷물로 플랑크톤 배양실험을 시작했다.

 

CTD실을 나선 양 연구원은 갑판으로 향했다. 그물 형태의 장비인 ‘네트’를 바다에 내려 플랑크톤을 직접 채집하기 위해서다. “저는 이번 항해의 안전관리 책임자이기도 해서, 연구원들과 선원들이 안전수칙을 잘 지키며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감독해야 했죠.”

 

연구정점 8에서의 관측과 채집은 약 3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오전 5시 30분 경 아라온호는 다음 연구정점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양 연구원은 브리지(선박 상부, 전체 선박을 지휘할 수 있는 공간)로 이동해 최한샘 아라온호 선장을 만났다. “정점 작업 동안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앞으로 남은 정점 연구에서 어떤 것을 개선해야 하는지 논의했어요. 무엇보다 앞으로 해빙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서 어떤 연구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죠.” 아침 6시 30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 돼서야 양 연구원은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11:50 AM 쪽잠 후 점심 시간

북극에서 든든하게 식사하다

 

오전 11시, 양 연구원의 알람이 울렸다. “11시 50분에 연구정점 9 작업이 예정돼 있어 11시에 일어나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해야 했어요.” 양 연구원은 아라온호에서는 장시간 현장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메뉴는 낙지볶음, 고구마튀김, 호박전, 달걀말이, 파김치, 감자볶음. “아라온호 식사는 정말 맛있어서, 조절하지 않으면 배에서 내릴 때 후회하게 됩니다.” 양 연구원이 웃으며 말했다.

 

11시 50분, 아라온호는 연구정점 9에 도착했다. 새벽과 동일한 작업이 다시 한번 반복됐다. CTD로 지정된 수심의 바닷물을 채집해 올리고, 네트를 내려 플랑크톤을 채집했다. 아라온호는 오후 3시, 정점 9에서의 작업을 모두 마무리하고 또 다시 이동에 나섰다.

 

▲양은진
양 연구원이 8월 1일 척치해 북위 78도에서 채집한 해빙 코어를 들고 있다. 양 연구원은 해빙 코어 속의 온도와 염분, 생물의 양과 종류, 화학 물질을 조사하면 해빙이 녹으며 바다에 어떤 물질과 생물이 공급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16:20 PM  선장, 항해사와의 회의

최적의 항로와 연구 일정을 논의하다

 

양 연구원이 아라온호 최 선장과 정내영 일등항해사와 마주 앉았다. “북위 69.35도를 지나던 4시부터 아라온호 앞으로 다시 해빙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배 안에서도 해빙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죠. 본격적으로 해빙 해역에 진입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해빙이 나타나면 아라온호의 속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또한 연구정점 10부터는 해빙의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양 연구원과 최 선장, 정 일등항해사는 ‘최상의 루트’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했다.

 

21:00 PM. 바다코끼리와의 조우

극지 연구만의 소중한 순간을 경험하다

 

소꼬리찜, 고등어구이, 계란찜, 수제비 감잣국 등 저녁을 먹으며 아라온호 화학팀 연구원들과 함께 북극해 변화 양상과 국제공동연구 방안에 논의를 한 양 연구원은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번 출항에서 아라온호에는 34명의 승조원과 45명의 연구원이 탑승했다. 7487t(톤) 규모다. 배 안에는 51종의 첨단 연구 장비가 탑재돼 있을 뿐만 아니라 체육관은 물론 사우나, 도서관 등도 있다.

 

“운동을 마치고 1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있는데 갑자기 바다코끼리 무리가 보인다는 선내 방송이 나왔어요.” 각자 방에 있던 연구원들이 휴대폰을 들고 갑판으로 모여들었다. 바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다코끼리를 보기 위해서다. 우연히 만나는 야생동물은 장기간 이어지는 고된 탐사생활에서 큰 활력소가 된다. “가끔 북극곰, 고래 등을 만나는데 북극이라는 특별한 환경에서 연구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경험이거든요. 그럴 때마다 뿌듯합니다.”

 

밤 9시 30분, 아라온호는 연구 정점 10에 도착했다. 또다시 CTD를 바다 밑으로 내리고, 네트를 던졌다. 연구쇄빙선의 하루는 북극이 허락하는 아라온호의 탐사 일정에 맞춰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잠 자는 시간은 아라온호가 하나의 정점에서 다른 정점으로 이동하는 시간에 따라 매번 달라져요.” 치열한 북극에서의 연구는 약 한 달 정도 이어진다. “힘들지만 뿌듯합니다. 특히 우리가 북극해에서 매년 힘들게 만든 데이터가 쓸모없는 데이터가 아니라는 걸 확인할 때면, ‘이 일이 결코 헛되지 않구나. 누군가가 이렇게 열심히 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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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글

    김태희
  • 디자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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