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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앞으로 풀 임무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 정체불명의 힘, ‘암흑에너지’의 진짜 성질을 밝히는 일. 다음 하나는 우주에 존재하지만 관측되지 않는 ‘암흑물질’의 분포 지도를 그리는 일. 마지막 하나는 광활한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외계행성을 찾는 일이다. 
로먼 우주망원경의 넓은 눈은 어떤 답을 가져올까.

 

▲NASA/Sydney Rohde
커다란 방패처럼 넓게 펼쳐진 막을 기술자들이꼼꼼히 닦고 점검한다. 로먼 우주망원경의 태양전지판을 가려 빛과 열을 막아주는 ‘태양전지판 차폐막(SASS)’이다.

 

▲NASA/Jolearra Tshiteya
 

 

우주 기원의 비밀 풀 최대 미션, 암흑에너지

 

천문학자들에게는 두 가지 ‘암흑’이 있다. 첫 번째는 암흑물질이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지도 반사하지도 않아 직접 볼 수 없지만, 중력의 흔적으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이다. 정체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두 번째는 암흑에너지다. 암흑에너지는 중력과 반대로 우주 공간을 밀어내, 우주의 팽창을 점점 가속시키는 정체불명의 힘이다. 지금까지 천문학자들은 암흑에너지 값이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는 ‘상수’라 가정했고, 그 가정 위에서 표준 우주론의 ‘ΛCDM’ 모형이 세워졌다. 


그런데, 최근 이 토대에 균열이 생겼다. 2025년 10월,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프로젝트가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성질이 변할 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doi: 10.1103/tr6y-kpc6 DESI는 지난 3년간 은하와 퀘이사 1500만여 개의 위치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그 결과 암흑에너지의 밀도가 지난 45억 년 동안 일정하지 않고 조금씩 변해왔을 가능성이 나타났다. 암흑에너지가 정말 ‘상수’라면 이 밀도는 우주가 아무리 팽창해도 항상 똑같이 유지돼야 하는데 미묘하게 어긋난 것이다.

 

문제는 아직 이 변화가 은하 분포 관측이라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확인됐다는 것이다.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하 로먼 우주망원경)의 첫 번째 목표는 암흑에너지의 변동을 알아보는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100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본다는 건 100억 년 전 그 은하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 즉 관측지점으로부터 떨어진 거리가 각각 다른 천체를 동시에 관측하면, 서로 다른 시대의 우주 사진을 한꺼번에 들여다보는 셈이 된다. 이때 중요한 게 시야각이다. 허블의 시야각은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은하 수가 적어, 시대별 차이를 통계적으로 비교하기엔 표본이 부족했다. 반면 로먼 우주망원경의 시야각은 허블의 100배에 달해, 훨씬 넓은 하늘에서 훨씬 많은 은하·초신성을 한 번에 촬영할 수 있다. 이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안드로메다 은하다. 허블은 안드로메다 은하 전체를 담기 위해 600장이 넘는 사진을 10년 넘게 이어 붙여야 했지만, 로먼 우주망원경은 단 몇 장의 사진만으로 안드로메다 은하 전체를 한 번에 담아낼 수 있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시대별 우주 사진에서 암흑에너지 흔적을 측정해 시대순으로 비교한다. 만약 옛날과 지금의 흔적 크기가 다르면 암흑에너지가 변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DESI가 은하와 퀘이사의 위치만 활용했다면, 로먼 우주망원경은 은하의 분포는 물론 약한 중력렌즈, 초신성의 세 가지 천체를 관측한다. 


초신성은 밝기로 거리를 재는 ‘표준 촛불’이다. 폭발했을 때 최대 밝기가 일정한 I형 초신성이 실제로 어느 정도 밝기로 보이는지 재면 거리를 알 수 있는데, 이 밝기와 거리의 관계는 그 시대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약한 중력렌즈는 이 둘과는 전혀 다른 정보를 준다. 은하 분포와 초신성이 우주의 팽창 거리와 속도를 잰다면, 약한 중력렌즈는 암흑물질과 은하가 중력으로 얼마나 뭉쳐 자랐는지를 잰다. 이 속도는 팽창 속도뿐 아니라 암흑에너지와 중력의 힘겨루기에도 좌우돼, 거리만 재는 앞의 두 방법과는 다른 각도에서 암흑에너지 검증이 가능하다. 만약 세 관측의 결과가 일치한다면, 암흑에너지가 실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9월 3일 화상으로 만난 지명국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자신이 참여한 은하단 ‘XLSSC 122’의 연구를 예로 들었다. 이 은하단은 105억 년 전, 우주 초기임에도 이미 매우 무겁고 성숙한 구조로 성장해 있었다. 지 교수는 이게 왜 이상한 일인지 예를 들었다.   

 

“사람으로 보면 3살 아이가 키 190cm, 몸무게 200kg인 거예요. 돌연변이라 해도 이런 아이가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죠.”


우주 초기엔 중력이 주변 물질을 충분히 끌어모을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이미 거대 구조가 있었다는 건, 현재 이론이 우주의 ‘성장 속도’를 과소평가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가설은 두 가지다. 하나는 ‘초기 암흑에너지’다. 지 교수는 “우주 초기에도 암흑에너지가 잠깐 있었다가 사라졌을 수 있다”며 “만약 그랬다면 우주 초기의 성장 속도를 굉장히 가속화시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가설은 우주 구조 형성에 필요한 물질 분포의 울퉁불퉁한 정도, 즉 초기 밀도 요동이 예상보다 훨씬 커서 은하단이 그만큼 빨리 자랐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로먼이 쌓을 방대한 통계가 이 답을 가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로먼은 임무 기간 동안 하늘의 12%에 해당하는 약 5100제곱도 영역을 훑을 계획이다. 

 

광시야, 로먼 우주망원경이 암흑에너지를 빠르게 관측할 수 있는 이유 
▲ DSS·R. Gendler, NASA/GSFC/ASU/LRO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의 촬영 예측 범위를 안드로메다 은하의 예를 통해 그려봤다. 흰색 격자 하나는 로먼 우주망원경의 ‘대면적 검출기(WFI)’를 이루는 18개 검출기 중 하나가 찍는 범위다. 즉, 로먼 우주망원경은 한번의 촬영으로 18개 격자 범위를 촬영할 수 있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이렇게 넓은 영역을 빠르게 관측해 암흑에너지 흔적을 시대순으로 비교한다.
같은 축척의 달
▲Claire Lamman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가 측정한 은하·퀘이사 1500만여 개의 한 단면이다. 점들이 중력으로 얽혀 만든 그물 모양이 ‘우주 거대구조’로, 오른쪽 원은 이를 확대한 모습이다. 이 그물이 얼마나 빨리 뭉쳐 자랐는지를 재는 것이 약한 중력렌즈가 측정하는 우주 ‘구조의 성장 속도’다.

 

우주의 자, 초신성을 검증하는 3단계

 

폭발의 밝기가 일정한 I형 초신성을 ‘표준 촛불(절대 밝기를 이미 알고 있는 천체)’로 쓰려면 여러 보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우주망원경으로 가장 가까운 세페이드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정밀하게 잰다(①). 세페이드 변광성은 밝기가 일정한 주기로 변하는데, 이 주기를 재서 세페이드와 초신성이 함께 있는 은하에서 초신성의 실제 밝기를 검증한다(②). 이 밝기를 기준으로 더 먼 은하의 초신성이 얼마나 어둡게 보이는지 재면 그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동시에 그 은하에서 온 빛의 적색편이(파장이 늘어난 정도)를 따로 측정해, 거리와 적색편이 값을 비교하면 그 시대 우주의 팽창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③).
▲ GIB, Shutterstock, NASA, ESA, A. Feild
 


3차원 암흑물질 지도로 새로운 저울을 만든다

 

로먼 우주망원경의 두 번째 임무는 암흑물질 지도 제작이다. ‘우주를 측정하는 기준’을 만드는 작업으로, 손주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현재 학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같은 은하단의 질량을 2~3배 차이 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천문학이 사실상 중력의 학문이고, 중력을 알려면 질량을 알아야 하는데, 그 질량을 재는 저울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죠.”


암흑물질은 직접 관측할 수 없어, 빛이 휘는 정도 같은 간접 흔적으로 거꾸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추정 방식이 연구팀마다 달라 결과도 갈린다. 그러다 보니 같은 천체의 질량을 2~3배 달리 측정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혼란을 정리할 방법으로 기대되는 것이 바로 ‘3D 암흑물질 지도’다. 2007년 허블 우주망원경이 코스모스(COSMOS) 서베이로 보름달 아홉 개 넓이의 하늘을 찍어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이보다 3000배 넓은, 하늘의 12%에 해당하는 3차원 암흑물질 지도를 더 빠르게 그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약한 중력렌즈다. 은하 하나만 봐서는 암흑물질에 의한 왜곡을 알아챌 수 없지만, 같은 방향의 은하들이 한결같이 같은 쪽으로 조금씩 늘어나 있다면 그 앞에 암흑물질이 있다는 뜻이다. 이 효과를 역추적해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손 교수는 이 작업을 지뢰찾기에 비유했다.


“지뢰찾기를 할 때도 첫 한 번은 무작위로 찍고나면, 그 칸 주변에 지뢰가 몇 개 있는지 힌트가 나오잖아요. 은하가 많이 모여 있는 곳부터 찍고, 거기서 암흑물질의 흔적을 찾고 주변 은하들의 모양을 근거로 지도를 만들어 나가는 거죠.”


지금까지 DES(Dark Energy Survey) 같은 기존 영상관측 프로젝트는 1분×1분(분·60분의 1도) 넓이에서 평균 6개 은하의 정보를 얻는 데 그쳤다. 손 교수는 “로먼 우주망원경은 같은 면적에서 45개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료의 양이 7~8배 늘어나는 셈이니, 엄청나게 정확한 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먼 우주망원경이 만들 지도가 갖는 의미는 정밀도 이상이다. 측정법마다 답이 갈렸던 건 저마다 다른 장비와 방식으로 관측해왔기 때문인데, 로먼의 관측은 그 사이의 ‘기준선’, 즉 처음으로 공통 잣대를 제공하게 된다. 지도가 완성되면 암흑물질의 양과 분포가 훨씬 선명해지고, 현재 추정치인 일반물질 5%, 암흑물질 27%, 암흑에너지 68%라는 비율도 이 지도 위에서 재검증된다. 이 비율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 두 미스터리가 이 지도 하나로 함께 풀리는 셈이다.

 

▲NASA, ESA, J. Olmsted
퀘이사는 거대한 블랙홀이 물질을 삼키며 강력한 제트를 내뿜는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다. 멀리서도 밝게 빛나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는 은하와 함께 퀘이사 수백만 개의 위치를 측정해 우주 초기까지 아우르는 3차원 우주지도를 그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주의 팽창 가속을 연구하면 암흑에너지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

 

빛을 휘게 하는 중력렌즈
▲NASA, ESA, L. Calcada NASA, ESA, and STScI
1 먼 은하에서 나온 빛은 지구로 오는 동안 사이에 놓인 은하단의 중력에 휘어진다. 그 결과 빛이 실제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온 것처럼 보여, 지구에서는 은하 하나가 여러 개로 갈라진 상으로 관측된다. 중력렌즈 효과는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나 빛나지 않는 어두운 천체를 찾는데 사용된다. 2 실제 관측된 중력렌즈 현상 ‘아인슈타인 십자가’. 4억 광년 떨어진 은하(ZW 2237+030)가 80억 광년 떨어진 퀘이사(Q2237+0305)의 빛을 휘게 해, 퀘이사 하나가 네 개의 상으로 갈라져 보인다.
 

 

|  잠깐 반짝이는 별빛으로 숨은 행성을 비추다

 

로먼 우주망원경의 마지막 임무는 외계행성 사냥이다. 은하 중심부의 별들이 빽빽하게 모인 ‘은하 팽대부’를 향해, 로먼 우주망원경은 6년에 걸쳐 같은 하늘을 몇 분 간격으로 반복해서 찍는다. 노리는 건 ‘미세 중력렌즈’ 현상이다. 어떤 별이 우리와 배경별 사이를 지나가면 중력 때문에 배경별의 빛이 순간 증폭되는데, 그 별에 행성이 딸려 있으면 이 빛 곡선에 미세한 요철이 하나 더 나타난다. 이 요철을 잡아내면 눈에 보이지 않는 행성의 존재를 알 수 있다.


NASA는 로먼 우주망원경이 이 방식으로 1000개가 넘는 새로운 행성을, 부수적으로 얻는 자료까지 합치면 10만 개에 이르는 행성 후보를 발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로먼 우주망원경이 잡아내는 건 어디까지나 빛의 ‘흔적’이다. 행성을 직접 촬영해 대기 성분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일은 거울 지름이 로먼(2.4m)의 두 배가 넘는 다음 세대 망원경 ‘거주가능행성탐사선(HWO)’의 몫이다. 로먼의 코로나그래프는 별빛을 1억분의 1까지 지워 지구형 행성의 빛만 남기는 기술을 먼저 검증하는 HWO의 시험대로, 이 기술을 물려받은 HWO는 지구형 행성 최소 25개 이상을 직접 촬영해 산소·메탄 같은 생명의 신호를 찾는다. 로먼이 행성의 위치 지도를 그린다면, HWO는 그 지도를 들고 실제로 외계 행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셈이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 그리고 또 하나의 지구를 찾는 오래된 질문들 앞에, 로먼 우주망원경은 인류가 가져본 적 없는 눈으로 마주 선다. 지 교수는 로먼 우주망원경의 미래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 우주망원경이 나올 때마다 천문학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습니다. 이 중에서도 로먼 우주망원경은 역대급으로 기능이 좋아요. 또 어떤 새로운 정보를 가져올지 정말 기대됩니다.” 

 

 

▲Sydney Rohde 
2026년 7월 20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이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에 연료를 주입하기 전 기념 촬영을 했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3개월 후인 2027년 초, 라그랑주 2점(L2)에 도착해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SpaceX
우주를 안다는 건 그 처음과 끝을 아는 일이다.
암흑에너지가 정말 변해왔는지, 암흑물질이 어떻게
우주의 뼈대를 만들었는지 알아야 답할 수 있다.
로먼 우주망원경이 그 오래된 질문을 향해 떠난다

 

용어 설명
중력렌즈
아주 먼 천체에서 나온 빛이 중간에 있는 거대한 천체에 의해 휘어져 보이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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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글

    김미래
  • 디자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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