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얻기 위한 가축 사육은 기후위기 원인 중 하나다.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 사료 생산에 막대한 양의 물과 토지가 사용되면서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육류 대체품으로 ‘콩고기’ 등이 떠오르고 있지만, 고기의 맛과 향이 부족해 외면당하기 일쑤다. 그런데 이제 진짜로 식물에서 고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8월 6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Frontiers in Plant Science)’에 식물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만들어낸 연구가 발표됐다. 알렉시아 그로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과학과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이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식물성 육류 단백질’을 생산했다. doi: 10.3389/fpls.2026.1876707
연구팀은 동물성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식물 유전체에 넣어 식물 ‘미오글로빈’을 만들었다. 미오글로빈은 동물의 근육에 분포하는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돼지 미오글로빈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확인 후, 식물에서 같은 단백질을 만들 수 있게 식물의 최적 염기서열로 재설계했다. 이 DNA를 담배와 양상추의 유전체와 재조합했다. 이때 두 식물 모두 핵에 있는 유전체가 아닌 엽록체의 유전체를 사용했다. 그로프 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엽록체는 박테리아에서 유래됐고 한 세포당 개수가 많다”며 “더 많은 양의 단백질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재조합 DNA는 ‘유전자 총’을 사용해 식물세포에 주입됐다. 유전자 총은 금속 입자에 재조합 DNA를 코팅한 뒤, 강한 압력의 헬륨가스를 이용해 세포나 조직 내부로 재조합 DNA를 총처럼 발사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식물 잎에 유전자 총을 쏜 후, 이틀 후 잎을 조각내 재분화 배지에서 싹이 날 때까지 배양했다. 이후 잎에서 생성된 미오글로빈 양을 측정했다.
담배와 양상추의 건조 중량을 기준으로 같은 무게의 고기와 비교했을 때, 두 식물 모두 소고기 안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미오글로빈을 생성해 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 정도 수준으로도 “유전자 재조합 식물 재배가 가축 사육에 비해 자원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재조합 식물 재배가 가축 사육에 비해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기 위한 토지 면적이 더 적고, 물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로프 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식물 유래 동물성 단백질의 상업화를 위한 추가 연구 계획을 밝혔다. 그는 “미오글로빈이 포함된 잎에서 단백질만 정제해 동물성 단백질만을 추출할 수 있다”며, “이는 동물 유래 미오글로빈과 동일한 성분이기 때문에 식물성 고기 제품에 첨가물을 더해 색상, 맛, 영양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