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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명왕성 논쟁, 20년 만에 돌아온 이유

    ▲AI 생성 이미지(챗 GPT)

     

    수금지화목토천해, 그리고 명. 이는 수십 년간 교과서가 가르친 태양계 가족이다. 태양계의 마지막 자리를 지켜온 아홉 번째 행성 명왕성은 2006년 천문학자들이 진행한 단 한 번의 투표로 퇴출당했다. 최근 그 자리를 되찾으려는 운동이 미국항공우주국(NASA) 청문회장까지 입성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언어를 빌린 구호,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Make Pluto a Planet Again)’다. 명왕성을 둘러싼 과학계의 정치적 이면을 들여다봤다.
     

    정치가 된 천문학

    2026년 4월 28일, 재러드 아이작먼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미국 상원 청문회 증인석에 앉아 돌연한 발언을 던졌다. “나는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Make Pluto a Planet Again)’ 파입니다. 과학계가 이 논의를 다시 재점검하기를 바랍니다.”

     


    이 발언은 순식간에 전 세계 과학 커뮤니티를 달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정치적 구호를 빌린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짐 브라이든스틴 전 NASA 국장 역시 임기 중이던 2019년 같은 주장을 펼쳤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글을 공개 지지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벌어진 이 논쟁의 진짜 진원지는 정치 무대가 아니다. 20년 전 국제천문연맹(IAU)이 체코 프라하에서 내린 단 하나의 과학적 결정, 그리고 그 이후 쏟아진 반론들이 지금의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구호는 정치적이어도 질문은 과학적이다. 행성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그리고 왜 지금 다시 돌아온 것일까.

     

    ▲Shutterstock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와 함께 당선됐다.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Make Pluto a Planet Again)’는 이를 모방한 구호다.

     

    명왕성 몰락시킨 2006년 프라하의 투표


    1930년 2월 18일, 미국 애리조나주 로웰 천문대에서 24세 아마추어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는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을 발견했다. 이름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지하 세계 신 플루토(Pluto)의 이름을 땄다. 한국어로는 명왕성. 이후 76년간 명왕성은 교과서의 태양계 그림 맨 끝자리를 지켰다. 세대를 넘어 암기된 행성 순서의 마지막 자리였던 친숙한 이름은 어느 날 단 한 번의 투표로 사라졌다.


    2006년 8월 24일, 프라하에서 열린 IAU 총회. 전 세계 2500여 명의 천문학자가 모인 이 자리에서 IAU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행성’의 공식 정의를 표결에 부쳤다. 행성의 새로운 기준은 세 가지였다. ➊태양 주위를 공전할 것. ➋충분한 질량을 가져, 자체 중력에 의해 구 모양을 이룰 것. ➌공전 궤도 가까이를 지나는 천체에 비해 압도적인 체급을 지닐 것. 명왕성은 세 번째 조건인 ‘궤도 지배력’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왜소행성으로 강등됐다.


    이 결정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2005년 카이퍼 벨트에서 발견된 천체 에리스(Eris)였다. 카이퍼 벨트는 해왕성 바깥쪽에서 태양계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들의 집합체다. 명왕성보다 질량이 크고 비슷한 궤도 환경에 자리한 에리스를 행성으로 인정하면, 카이퍼 벨트에 흩어진 수십 개의 유사 천체를 모두 행성으로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태양계 행성이 단번에 수십 개로 불어날 수 있던 절체절명의 순간인 2006년, IAU는 투표를 통해 상황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투표 결과 명왕성은 ‘첫 번째로 발견된 카이퍼 벨트 천체’로 재분류됐다. 당시 투표 현장에 있던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투표권은 없었지만, 명왕성을 주요 행성에 포함하는 시각엔 찬성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모든 천문학자가 퇴출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반대 의견도 거셌다. 투표 결과가 나온 당일, NASA의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 프로젝트의 수석연구원이던 앨런 스턴은 “전 세계 천문학자의 5%도 안 되는 사람들이 투표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그는 5월 30일 과학동아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도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그 결정은 과학적 신뢰도가 0%였습니다. IAU 전체 회원의 4%에 불과한 사람들이 만든 난장판입니다. 그 4%의 대부분은 행성 전문가도 아니었어요. 엉뚱한 분야의 변호사에게 의뢰한 셈이죠.”


    평소 IAU는 천체의 명명, 표준 등을 투표로 결정해 왔다. 다만 명왕성 투표 당시, IAU 회원 약 1만 명 중 현장 참석자는 2500명가량, 그중 투표권을 가진 이는 424명으로 전체 회원으로 따지면 4%가 안 됐다. 투표는 IAU 공식 회원으로 승인된 자들에 한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소수의 투표권자들에 한해 여론이 결정됐다는 일부의 비판에 휩싸였던 것이다.

     

    행성, 왜소행성, 다시 행성? 명왕성의 흥망성쇠 일대기
    명왕성은 태양계 9번째 행성으로 발견되었으나, 훗날 주변 궤도를 도는 더 큰 카이퍼 벨트 천체들의 발견으로 위상이 흔들렸다. 2006년 주변 궤도의 소천체들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국제천문연맹(IAU)에 의해 행성 지위를 박탈당하고, 왜소행성(소행성 번호 134340)으로 강등됐다.
    ▲NASA
    명왕성 발견
    1930년, 미국 24세 아마추어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화살표)
    ▲shutterstock
    명왕성, 태양계 편입
    발견 직후,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저승의 신을 따 ‘명왕성(Pluto)’이라는 이름이 붙으며,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편입
    ▲NASA
    에리스(Eris) 발견
    2005년, 명왕성 인근에서 질량이 명왕성보다 더 무거운 천체 ‘에리스(Eris)’ 발견
    ▲Aldebarium(W)
    명왕성, 지위 박탈
    2006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IAU) 표결 결과, 명왕성은 행성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으로 강등
    ▲NASA
    명왕성 지질 흔적 포착 
    2015년, NASA의 명왕성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가 2015년 명왕성에 근접해 지질 현상을 포착
    ▲NASA
    명왕성 복권 운동 발발
    2026년, 짐 브라이든스틴 전 NASA 국장을 비롯해 일부 진영에서 명왕성의 행성 복권을 주장

     

    뉴호라이즌스가 발견한 명왕성의 ‘총천연색’


    명왕성 행성 퇴출 결정이 내려진 지 9년 후인 2015년 7월 14일, NASA의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서 불과 1만 2500km 거리까지 접근했다. 9년 반에 걸친 48억 km의 여정 끝에 탐사선이 전송한 사진은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가까이서 본 명왕성은 그간 상상해 온 단순한 얼음덩어리가 아니었다.


    지구의 빙하처럼 흐르는 질소 얼음 강, 높이 3000m를 넘는 얼음 산맥, 대기권을 채운 질소 안개층까지. 무엇보다 행성의 지질 활동은 그 무렵 지구와 화성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명왕성이 새롭게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탐사 책임자 스턴 전 연구원은 이를 “전례 없는 다양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 처음 접근하기 전, “명왕성이 점차 드러났을 때, 그 복잡한 표면과 위성계와 대기를 보고 나서도 ‘저건 행성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예언했다. 2015년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 근접하며 그 예언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스턴 전 연구원은 인터뷰에서 더 상세히 설명했다.
    “우리는 명왕성이 태양계의 변두리에 홀로 있는 작고 흐릿한 얼음덩어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뉴호라이즌스는 살아있는 세계를 보여줬어요. 대기가 있고, 빙하가 흐르고, 산이 있고, 지질 활동이 있습니다. 자체 중력으로 구형을 유지하고, 위성을 다섯 개나 거느린 명왕성은 지구물리학적으로 완전한 행성입니다.”


    이 발견은 명왕성 복권 논쟁에 강력한 연료를 공급했다. 자존심 문제도 더해졌다. 문 책임연구원은 “명왕성은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으로, 미국 천문학이 세계사에 남긴 상징적 발견으로 받아들여져 온 만큼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배경을 전했다.

     

    행성은 누가 결정하는가


    탐사 데이터는 명왕성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흥미로운 대상인지를 입증했지만, IAU의 공식 분류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MAGA, 아니 MPPA가 다시 불을 지핀 명왕성 논쟁의 핵심은 결국 ‘행성’이라는 단어의 의미 싸움이다. 명왕성을 중심에 놓고 천문학계는 크게 동역학적 정의와 지구물리학적 정의의 두 진영으로 나뉜다. IAU는 ‘동역학적 정의’를 고수하고 있다. 궤도 지배력을 기준으로 삼는 이 정의에서 명왕성은 카이퍼 벨트의 수많은 천체와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행성이 될 수 없다. 지구물리학적 정의를 채택하면 달,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 토성의 위성 타이탄까지 행성에 포함돼 태양계 행성이 100개를 훌쩍 넘어선다는 점도 반론의 핵심이다.


    반대편에는 ‘지구물리학적 정의’를 지지하는 행성과학자들이 있다. 이 진영을 이끌어온 스턴 전 연구원은 그 기준을 간결하게 제시했다. “단 두 가지 질문만 하면 됩니다. 첫째, 우주 공간에 있는가? 명왕성은 당연히 통과합니다. 둘째, 자체 중력이 물질 강도를 압도해 구형을 이룰 만큼 충분히 큰가? 명왕성은 이것도 여유 있게 통과합니다. 그리고 항성처럼 핵융합을 일으킬 만큼 크지 않으면, 그것은 행성입니다. 이 기준이 지구물리학적 정의라고 보면 됩니다.”


    명왕성 논쟁에서 또 다른 날카로운 반론을 제기해 온 인물은 필립 메츠거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 물리학과 교수다. 그가 2018년 발표한 논문에서 200년간의 천문학 논문 수천 편을 검토한 결과, 궤도 지배력을 행성 정의 기준으로 사용한 논문이 사실상 한 편만 발견됐다. doi: 10.1016/j.icarus.2018.08.026 행성과학자들이 실제 연구에서 IAU의 정의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츠거 교수의 비판 중 가장 강력한 부분은 논리적 문제 제기다. 메츠거는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지구도 형성 초기 수억 년 동안은 궤도를 지배하지 못했다”며 “그렇다면 그 시기의 지구는 행성이 아니었단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궤도 지배력은 행성 주변 상황(무거운 천체와 근접하는 경우 등)에 따라서도 따라 달라진다”고 함께 짚었다. 

     

    ▲NASA

     

    과학은 ‘투표’로 결정된다? 분류 체계의 철학


    이 논쟁이 던지는 더 깊은 질문은 과학적 합의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다. IAU의 2006년 결정은 전체 IAU 회원 1만여 명 가운데 현장 투표장에 있던 424명의 손을 들어 내려진 결과였다. 당시 현장에 없던 다수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스턴 전 연구원은 이 문제를 전문성의 문제로 바라본다. “IAU 기준은 졸속으로 만들어진 결함이에요. 천체의 실제 물리적 특성을 외면하고 주변에 무엇이 있는가로 행성을 정의하는 황당한 체계가 만들어진 거죠.”


    과학계 일부에서는 IAU의 투표 방식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물리 법칙을 다수결로 정하지 않듯, 천체의 성질도 투표가 아닌 과학적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IAU 결정을 지지하는 이들은 분류 체계 자체가 자연계의 절대 진리가 아닌 인간의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논쟁은 우주 탐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행성이라는 지위는 탐사 우선순위와 예산 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스턴 전 연구원이 이끈 뉴호라이즌스는 7억 달러(약 1조 500억 원)짜리 미션이었다. 그가 이 논쟁에서 물러서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분류될수록 이런 탐사에 투자되는 관심과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태양계 천체 분류의 틀이 달라지면 향후 어떤 천체를 탐사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우선순위도 달라진다. 


    1930년, 클라이드 톰보는 망원경 접안렌즈 너머에서 별 사이를 천천히 이동하는 작은 점 하나를 포착했다. 96년이 지난 지금, 그 점은 질소 빙하와 얼음 산맥을 품은 복잡한 세계로 밝혀졌다. 96년 전의 점은 행성일까, 아닐까. 명료한 답은 여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분류 하나가 흔들릴 때, 과학은 그 경계에서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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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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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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