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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색 비늘로 치장한 피라미의 외출

버들붕어 지느러미에 형광색 점이 있는 이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하천의 물고기는 평소에는 화려하거나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물살이 빠른 곳에서는 체형이 둥글고 가는 물고기들이 살아간다. 반면 수초가 많은 곳이나 물 흐름이 느린 곳에서는 몸이 세로로 납작해 수초 사이를 누비거나 물속 장애물을 잘 피해 다닐 수 있는 어종이 다수다. 하천의 중상류는 물 흐름이 빠르고 큰 먹잇감이 많지 않다.

이런 곳에 사는 금강모치나 쉬리는 물살의 저항을 적게 받도록 입이 작고 꼬리지느러미가 잘 발달돼 있어 빨리 헤엄칠 수 있다. 하천의 중상류에서 돌이 많은 곳에 사는 어름치는 몸 색깔이 돌과 비슷해 잘 식별이 되지 않는데, 갓 낳은 알을 보호하기 위해 바닥의 잔돌을 모아 산란탑을 쌓기도 한다. 버들붕어는 자기 영역을 지키고자 끊임없이 남과 싸우는 특성이 있다. 산란기가 되면 버들붕어 수컷은 몸 앞부분에 검은색 가로무늬가 뚜렷해지고 지느러미는 붉게 변하며 그 위에 형광색 파란 점이 촘촘히 박혀 암컷의 눈에 잘 띈다. 몸길이가 7cm인 이 작은 물고기는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으로 관상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할배 물고기’가 사라진다

자연과 더불어 안정적으로 살아가던 우리 물고기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피라미 같이 오염에 대한 내성이 있거나 먹성이 좋은 물고기들은 피해가 덜 하지만, 깨끗한 물에서만 살고 먹이의 종류도 제한돼 있는 물고기들은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낙동강 줄기에서만 사는 꼬치동자개는 다 자라도 몸길이가 10cm 내외인 소형 물고기다.

개체 수가 많지 않고 학술적 연구도 더 필요해 천연기념물(제455호), 멸종위기야생동식물 I 급, 한국고유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나, 하천의 물이 줄어들면서 물 흐름이 약해지고, 하천을 정비하기 위해 바닥에 쌓인 모래와 암석을 파내면서 흙탕물이 발생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다행히 현재는 인공증식기술이 확립돼 다량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상황이나 자연적으로 증식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하얀 수염이 매력적인 ‘할배 물고기’ 흰수마자, 고양이 눈을 가진 꾸구리 등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고유종으로 하천의 중상류에 살고 있는데, 역시 개체 수가 매우 적다. 수온이 상승하거나 오염물질이 유입되고, 물을 가두기 위한 보를 설치해 물 흐름이 감소함에 따라 수중생태계가 교란되면서 이들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어 개체 수 확보와 서식지 보호가 시급한 어종이다.

하천의 포식자 가물치 vs. 배스

자연 속 생물이 모두 그렇듯이 우리 민물고기도 매사 편하게 살 수는 없다. 먹이를 찾아다니고 쉴 곳을 마련해야 하며 특히 포식자로부터 자신과 새끼들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수중세계에서 강자로 군림하는 물고기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우리나라의 하천과 호수에서 최고의 폭군은 가물치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1m 정도로 성장하는데, 주로 큰 하천의 하류와 대형 호수, 저수지에 살면서 개구리나 수서곤충,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가물치는 암컷과 수컷이 함께 수초를 모아 수면에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는다. 아가미호흡과 공기호흡을 동시에 하며 겨울에는 진흙 속에 깊이 박혀 지내기도 한다.

예전에 금린어(錦鱗魚, 비단으로 덮인 물고기)라 불리던 쏘가리는 등지느러미와 아가미 뚜껑에 가시가 있어 손에 쏘이면 퉁퉁 붓고 통증도 오래 간다. 작은 이빨이 입 안쪽 방향으로 촘촘하게 솟아 있어 한번 문 먹이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쏘가리 중 몸의 일부 또는 전부가 황금색인 황쏘가리는 한강수계에서만 살고 있으며 현재는 개체 수가 많이 줄어 잘 볼 수 없다.

얼마 전 횡성의 한 낚시터에서 길이 130cm가 넘는 메기가 잡혀 화제가 됐다. 메기는 야행성으로 은밀하게 이동해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먹성이 너무 강해 그물(정치망)에 잡힌 상태에서도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을 정도다. 가로로 긴 입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물고기를 먹고, 쏘가리처럼 입에 작은 이빨들이 잘 발달돼 있어 일단 잡힌 물고기가 다시 도망가지 못한다.

10여 년 전부터 국내 민물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는 ‘깡패 물고기’로는 배스와 블루길이 있다. 우리나라 수계에 도입된 지 약 35년이 지난 현재 전국의 거의 모든 하천, 저수지, 댐에 살고 있다.

배스는 입이 매우 크고 먹성이 좋아 작은 토종 물고기들을 마구 잡아먹고 있다. 특히 납자루류는 대부분 우리나라 고유종인데 배스가 가장 쉽게 잡아먹는 물고기다. 앞으로 외국에서 물고기를 들여올 일이 있다면 생태적인 특성에 대한 사전연구를 철저하게 해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


변명섭 환경연구사는 강원대에서 수(水)생태계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국립환경과학원에 재직하며 담수생태 분야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5월 출간한 ‘쉬리야, 꼬치동자개를 보았니?’라는 민물고기 사진집(환경부 발간) 제작을 주관했으며 ‘팔당호의 어류상’ 등 담수생태계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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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변명섭 국립환경과학원 유역생태연구팀 환경연구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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