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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죄지어도 벌받지 않는다? 촉법소년, 처벌 대신 과학이 내린 답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법적 연령 만 14세 미만,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소년. 사회는 그들을 ‘촉법소년’이라 부른다. 최근 촉법소년의 범죄율이 증가하면서,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낮추자는 논의에 불이 붙었다. 처벌 강화만이 ‘영악한 요즘 애들’을 바로 잡는 길일까. 소년범 연령 하한을 둘러싼 과학적 문제를 국내외 뇌과학 및 진화인류학 석학들에게 물었다.

     

    Netflix

    2022년 공개된 드라마 ‘소년심판’은 소년범 처벌 수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들끓는 ‘소년 심판론’


    살인을 저지른 초등학생이 피 묻은 도끼를 들고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와 해맑게 묻는다. “저 만 14살 안 되는데, 어차피 처벌 안 받죠?” 법정에서 소년부 전담 판사 심은석(김혜수 역)은 반성은커녕 조롱을 보이는 소년범들에게 “혐오한다”고 독언을 내뱉지만, 동시에 법적으로 그들을 보호해야 하는 모순적인 위치에 서며 내적 갈등을 겪는다. 2022년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첫 장면이다.


    드라마 속 갈등은 현실의 데칼코마니다. 성인은 법정에서 무죄를 증명해야 하지만, 14세 미만 소년에게는 ‘죄’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적 설정을 드라마는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실제로 경찰청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2021년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은 8474명에 달했고, 2024년에는 만 12세 소년원 송치 인원이 22명으로 4년 전보다 22배 급증했다. 특히 강력범죄인 성폭력 범죄는 2021년 398명에서 2024년 883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대중은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나는 ‘촉법’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며 피해자와 사법 시스템을 조롱하는 일부 소년의 모습에 치를 떤다. 소위 ‘클릭 수’를 부르는 주제인 만큼 기성 언론에서도 소년범죄를 적극적으로 보도한다. 정부는 이러한 ‘법 감정’을 수용해 연령 기준을 만 14세에서 13세 혹은 12세로 낮추는 형법 개정을 2022년부터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3월 업무 브리핑에서 소년범 처벌 연령 하향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하지만 과학은 묻는다. 법의 숫자를 바꾸기만 하면 정말 소년범죄가 줄어들까. 아이들의 조숙 정도와 정보 습득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그들이 정말 ‘어른’에 다가선 걸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과학자들은 뇌의 생물학적 성숙도와 진화인류학적 관점에 주목한다.

     

    지능은 성인, 조절력은 유아…‘성숙 격차’가 만드는 함정


    대중이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가장 큰 논거는 “아이들이 예전보다 훨씬 똑똑하고 성숙해졌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앎’과 ‘통제’는 완전히 다른 회로를 사용한다. 로런스 스타인버그 미국 템플대 심리학 및 신경과학과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전보다 똑똑해진 건 맞다”면서도 “과학적으로 13세 어린이가 성인과 같은 수준의 행동 통제 능력을 가질 가능성은 매우 낮고, 자기 통제력은 20대까지 발달한다”고 짚었다.


    2019년 스타인버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 세계 11개국 52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를 통해 ‘성숙의 격차(Maturity Gap)’를 입증했다. doi: 10.1037/lhb0000315 연구에 따르면 논리적 추론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인지 능력’은 만 16세 전후에 이미 성인 수준에 도달한다. 즉, 중고생만 돼도 지능적으로는 성인과 비등한 셈이다. 그러나 흥분, 공포, 또래 압력 등 감정적 자극이 개입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통제하는 ‘심리사회적 성숙도’는 그렇지 않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13세 소년이 범죄의 위법성을 머리로 이해하는 일과 실제 상황에서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통제력은 20대 중반까지도 꾸준히 발달한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 등 기술 발전으로 뇌의 성숙이 빨라졌을 가능성은 없을까. 김대수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소년들의 뇌가 조숙해졌다는 주장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었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아이들이 성인의 언어와 행동을 모방하는 속도가 빨라졌을 뿐입니다. 신경생물학적인 뇌의 발달 프로그램 자체가 불과 수십 년 사이에 변할 수는 없어요. 스마트폰이 보급됐다고 해서 전두엽의 시냅스 가지치기가 가속화되지는 않는다는 뜻이죠.”


    뇌 발달의 차이는 청소년 범죄의 또 다른 특징을 낳는다. 청소년 범죄의 특징은 공범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청소년의 뇌가 타인의 시선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스타인버그 교수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은 혼자 있을 때보다 또래가 지켜보고 있을 때 훨씬 더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doi: 10.1111/j.1467-7687.2010.01035.x 결국 13세 소년이 저지르는 잔혹한 범죄 뒤에는 단순히 악한 의도뿐 아니라, 보상을 갈구하는 뇌와 이를 억제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전두엽 사이의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Shutterstock

    복잡한 사회적 규범을 습득하는 전두엽은 25세 전후까지 성숙되지 않는 부위다. 로버트 새폴스키 교수는 “감정은 자동차급인데 이성은 자전거 수준인 상태에서 범죄 유혹에 노출되는 건 청소년기의 생물학적 특징”이라고 전했다.

     

    청소년의 뇌가 늦게 익는 이유


    그렇다면 청소년기에는 어째서 이토록 위험한 비동기 발달(인지, 정서, 신체 등 발달의 여러 영역이 균일하지 않고, 서로 다른 속도로 진행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보면 뇌의 성숙은 뒤쪽에서 시작해 앞쪽으로 진행된다. 신체와 인지력은 10대 중반부에 거의 성인 수준에 다가가는 반면, 가장 고차원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은 25세 전후까지 뇌 발달 과정인 수초화가 완료되지 않는 ‘최후의 개척지’다.


    로버트 새폴스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인류의 진화적 선택으로 해석했다. 새폴스키 교수는 인간을 비롯해 영장류의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세계 최고의 신경과학자로 평가받는다. “전두엽이 늦게 발달해야만 복잡한 사회적 규범과 기술을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자동차급인데 이성은 자전거 수준인 상태에서 범죄의 유혹에 노출되는 모습은 청소년기의 생물학적 특징인 거죠. 브레이크가 설치되지 않은 차량을 운전한 소년에게 성인과 같은 수준의 ‘자유의지’ 책임을 묻는 것은 오히려 비과학적인 처사예요.”


    박한선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이를 ‘체화 자본 모델’로 설명한다. 인간은 고도의 사회적 기술을 익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긴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갖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20세 남성의 수렵 성공률이 30대 이상 베테랑의 절반인 이유는 근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보를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청소년기라는 투자 기간을 사법적 처벌로 단절시키는 행위는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기 뇌의 비동기 발달로 인한 위험 감수 행동은 생존에 유리했다는 연구도 있다. 1985년 진화심리학자 마틴 데일리와 마고 윌슨의 분석에 따르면, 수렵 사회 젊은 남성들에게 위험 감수는 또래 집단 내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doi: 10.1016/0162-3095(85)90041-x 현대 사법 체계는 이 본능을 비행으로 규정하지만, 여전히 생존을 위한 진화적 유산이 흐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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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 진화심리학자 마틴 데일리와 마고 윌슨은 수렵채집 사회 시절부터 젊은 남성들이 또래 집단 내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폭력과 위험 감수 행동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과거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도전적인 소년들이 종족 번식과 자원 경쟁에서 유리했다는 것이다. 이에 진화심리학자들은 청소년들의 비행을 수만 년 전부터 전해내려온 생존을 위한 진화적 유산이라고 정리한다.


    과학이 제안하는 ‘책임의 선’


    정리하면, 과학적으로 소년들의 뇌는 여전히 빚어지고 있는 진흙과 같다. 인지 능력이 중요한 투표나 의료 결정에는 낮은 연령(16세)을 적용해도 무리가 없지만, 감정 조절이 관건인 범죄 책임에는 더 높은 연령(18~21세)을 유지하는 이원적 접근이 외려 합리적일 수 있다고 과학동아가 만난 과학자들은 조언한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뇌는 20대 초까지도 지속적으로 성숙하고 있다”면서 “만 21세가 합리적 책임 연령이라고 본다”는 파격적인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 박 교수는 처벌 연령 하한이 교도소 내에서 범죄 수법을 배우는 ‘일탈 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뇌가 가장 유연한 시기에 강력한 처벌과 사회적 낙인을 경험하면, 전두엽 발달이 저해돼 오히려 ‘영구적인 범죄자’로 고착될 위험이 큽니다.”


    신경과학적 차원에서도 강력한 스트레스는 전두엽 성장을 저해한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doi: 10.1542/peds.2011-2663 과학계가 촉법소년들의 형사 처벌보다 보상 기반의 인지 행동 교정이 더 시급하다고 조언하는 근거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진화심리학을 강의하는 전중환 교수는 “(청)소년들은 또래에게서 지위와 보상을 얻으려는 본능이 크다”면서 “일탈과 범법이 아닌 예체능과 같은 다채로운 재능에서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 훈육, 지도가 더욱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촉법소년 논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법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도덕감을 제도화한 것입니다. 촉법소년 논쟁에서는 ‘누군가를 때렸는데 처벌받지 않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원초적 정의관이 과학적 사실과 충돌하고 있어요.”


    촉법소년 논의는 결국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의 문제다. 법 개정이 분노에만 기반한다면, 어린 범죄자를 단죄한 대가로 성인 범죄자를 양성하는 우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혐오할 순 있어도, 시민으로 돌아오도록 과학적 브레이크를 달아주는 건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요즘 애들은 영악하다’는 막연한 인상이 아니라, 뇌 발달 데이터와 진화적 맥락 위에 법의 판단이 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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