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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깨우는 물리학 강의

올해의 과학책 수상자 인터뷰



수능이 끝나자마자 기온이 뚝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불던 11월 17일, 과학동아와 문지문화원 사이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책’ 수상자인 최무영 교수를 만나기 위해 서울대로 향했다. 최 교수는 서울대 자연대 물리천문학부에서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그의 방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수많은 명화 모작이 눈에 들어온다. 긴 얼굴과 긴 목에 눈동자가 없는 모딜리아니의 여인, 밤하늘에서 강 위로 떨어져 흔들리는 고흐의 별들….
“물리학 교수의 연구실 같지 않죠? 제가 그림 감상을 좋아해서요.”

기자가 정신없이 작품들을 바라보자, 최 교수는 멋쩍은 듯 말했다. 예술을 좋아하는 물리학자가 쓴 물리학 책이라니, 저절로 수상작인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에 눈길이 쏠린다. 그리고 그의 책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존에 나와 있는 물리학 책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복잡한 공식이나 개념보다는 물 흐르듯 흘러가는 문장들로 이뤄져 있고, 곳곳에 컬러로 인쇄된 명화들이 나온다. 물론 그의 방 벽에 걸려 있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도 등장한다. 대학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모아 만든 책이라는데도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잘못된 상식 바로잡고 재미있는 교양 전해

“이 책은 물리학에서 나오는 어려운 개념이나 복잡한 공식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물리를 비롯해 과학을 전공한 사람들뿐 아니라 어문계열,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나 청소년도 재미있게 물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최 교수는 물리학 가운데 우주론이나 양자역학처럼 특정한 분야를 구체적으로 다루기보다
는 물리학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다뤘다. 그는 복잡한 알파벳과 숫자를 나열시켜 물리학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학문으로서 물리학이 현대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든가, 현대사회에서 물리학이 차지하는 위치, 문화유산으로서의 물리학에 대해 서술했다.

과학 중에서도 어려운 분야에 속하는 물리학을 왜 과학도가 아닌 일반인에게 알리고 싶은 걸까. 최 교수는 “물리적 현상의 원리를 발견하고 구체적인 공식을 알아내는 사람은 과학자들이지만, 정치, 경제, 문화를 통틀어 인류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는 인문사회계열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에게 더 나은 연구 환경을 마련해주고 과학이 사회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활성화하려면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과학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 교수가 독자층으로 과학도들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암기식, 주입식 교육에만 적응해 과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념조차 모르는 학생이 많다”며 “잘못된 개념과 오류가 마치 사실인양 서술된 물리학 책들이 시중에 버젓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서에서 가장 기초적인 개념을 이해하도록 설명했고, 상대성이론 같은 유명 이론에서 상식처럼 잘못 알려진 내용들을 바로잡았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했던 내용을 묶은 책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더 필요한 셈이다.

최 교수와 잘 알고 지내는 어떤 전문가(미국 하버드대 응용과학과 교수)는 이 책에 흥미를 느껴 일주일 동안 3번씩이나 읽었다고 한다. 그는 최 교수에게 “영어로 번역해서 해외에도 출간하면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물리학의 정신과 철학을 토대로 서술된 책은 거의 없는 탓이다.

최 교수는 “이는 현대인이 과학을 물질적 풍요를 얻기 위한 지식으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며 “과학은 인류에게 정신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학문으로 이해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일반인들이 과학에 대해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할 수 있게 돕는 책들을 ‘과학동아’ 독자들에게 추천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200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사진 고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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