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한다. 나는 UFO 회의론자다.
인간의 기술을 압도하는 외계 존재가 지구까지 ‘찾아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홀연히 떠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천문학자들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아주 낙관한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보수적인 천문학자들은 외계인이 지구에 직접 찾아올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단정한다. 우주에 생명이 흔하다면 지구까지 찾아올 이유가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이런 UFO 회의론자가 800쪽이 넘는 두꺼운 UFO 심층 논픽션을 번역했다니, 이보다 더 큰 아이러니도 드물다. 20년 동안 미국과 다양한 국가기관의 기밀 문서를 조사해서 오랫동안 은폐된 UFO 정체를 알아낸 베테랑 기자, ‘UFO’의 저자인 개릿 M. 그래프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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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과학적 진실 여부부터 온갖 음모론의 온상까지, 미확인비행물체(UFO)의 과학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미국의 국가안보 분야의 베테랑 기자인 개릿 M. 그래프의 저서 ‘UFO: 기밀 해제된 진실, UAP의 과학적 탐구’(아르테)는 미국 현대사 속 UFO의 정체를 과학적, 정치적으로 검증한 논픽션입니다. 저자인 그래프 기자를 번역자인 지웅배 세종대 교수가 인터뷰했습니다
_ UFO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_ 확실한 계기가 있지요. 2013~2017년 미국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존 브래넌의 2020년 12월 인터뷰입니다. 미확인비행물체(UFO)에 관해 물었는데, 그의 답이 아주 미묘했거든요. 대략 이런 취지였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볼 현상 중 일부는 설명이 안 된 채로 남을 것입니다. 그건 아직 우리가 이해 못 한 뭔가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형태의 생명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이 답이 제가 “여기에 정말 흥미로운 비밀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확신한 계기입니다. 미국은 위성, 신호 정보, 인적 정보, 각종 사이버 자원을 총동원해서 원하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가졌고, 존 브래넌은 10년 동안 그 정점에 있었어요. UFO가 참 이상하다는 식의 말도, 그런 말을 CIA 국장인 존 브래넌이 했다는 사실도, 저는 매우 미묘하다고 느꼈습니다.
_ 이 책 ‘UFO: 기밀 해제된 진실, UAP의 과학적 탐구’를 쓰며 취재한, 가장 기이하거나 인상적인 사건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_ 대단히 흥미로운 미확인공중현상(UAP)이 많았습니다. 그중 뉴멕시코주의 ‘소코로 사건’을 가장 오래 기억할 듯합니다. 한 경찰관이 마을 밖까지 과속 차량을 쫒다가, 멀리서 사고가 난 듯한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그는 현장에 도착해서 우주선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목격했다고 증언합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 증언에 따르면 비행체는 솟구치듯이 이륙했다고 합니다.
핵심은 그가 아주 평범한 경찰관이었고, 이런 이야기를 지어낼 이유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는 “사막에서 외계인을 봤다”고 말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사회적 조롱거리가 됐죠. 지난 수십 년간 이런 식의 UFO 이야기들이 쌓여온 데서, 이런 사례가 암시하는 무언가는 존재하고, 이 존재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믿음이 지속돼 온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_ UFO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 유명한 로즈웰 사건은 완벽하게 종결된 건가요?
_ 로즈웰 사건은 저에게 흥미롭거나 기묘한 사례 축에 끼지 못합니다. 상당 부분은 논리적 설명이 가능해 보일 뿐더러, 허위일 가능성을 지지하는 다양한 증거도 충분히 확보됐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로즈웰 사건이 보여준 미국 사회의 작동 방식이 여전히 흥미롭지요. 이 사건의 외계인이 아니라요.
저는 이 책 ‘UFO’에 앞서 ‘워터게이트 사건’에 관한 논픽션을 냈습니다.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사임한 결정적 원인이었던 미국의 대표적 정치 스캔들이지요. 워터게이트는 정부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신뢰를 크게 실추시킨 전환점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여러 분야에서 음모론이 급격히 확산됐고, 그중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즈웰에서 일어난 이 사건이 가장 유명하지요. 로즈웰 사건은 1970년대가 돼서야 주목받기 시작했고, 워터게이트 이후인 1980년대부터 대중적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로즈웰 사건은 사실상, 외계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민들이 정부를 불신하면 어떤 일까지 벌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초래한, 정부를 향한 사회적 불신이 로즈웰 사건을 상상하게 만든 것이죠.

Fort Worth Star-Telegram(W)
1947년 7월 8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비행장에서 제시 마르셀 공군 소령이 뉴멕시코주 로즈웰 UFO 사건 현장에서 가져온 알루미늄 호일을 들고 있다.
_ 당신은 이 책에서 정부의 비밀주의는 정부의 무지를 감추는 수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은 비슷한 태도를 유지할까요?
_ 군, 정보기관 수장이 대통령에게 이렇게 보고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저 우주 밖에 정말 이상한 게 있는데, 그게 뭔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브래넌 국장의 인터뷰처럼요. 상사에게 절대 말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정부는 의사결정권자에게도, 국민에게도 “우리가 사실은 아는 게 거의 없다”는 불편한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무지를 감추기 위한 비밀주의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20년 동안 미국 정부를 취재하면서 ‘정부의 거대 음모’ 같은 주장을 오히려 믿지 않게 됐습니다. 이런 주장은 기획력과 예측 능력이 뛰어나며 매우 유능한 정부를 전제하는데, 이것은 그동안 미국 정부가 해온 일들과 상충합니다. 다른 어느 나라의 정부도 마찬가지이지요. 정부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완벽히 은폐, 조작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정부 기관들이 조직적, 협조적으로 움직이지도 않고요.

Zdenek Bardon,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2022년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라 시야 천문대에서 촬영한 레드 스프라이트 현상(왼쪽 아래). 붉고 거대한 나뭇가지 형태의 번개가 수밀리초 만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이다. 오랫동안 착시 현상으로 간주됐지만 천문 관측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포착하게 됐다.
_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결국은 UAP 논쟁이 해결될까요?
_ 어떤 방향으로든 정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이 논쟁의 양쪽 모두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전례 없이 많은 영상과 자료를 본 동시에, “결정적인 한 장”은 아직도 전혀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지요.
UAP 논쟁이 “지구 밖 우주에서 비행접시가 날아왔고, 그 안에 외계인이 있다”라는 단순한 결론의 사실 여부보다,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지구·우주의 현상들과 그에 대한 근거가 상당히 축적 중이라는 사실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의 과학계에선 UAP라는 표현이 UFO를 대체하고 있다. UFO는 미확인비행물체, 즉 하늘을 비행하는 인공물을 연상시킨다. 이런 이미지가 UFO를 조종하는 지적 존재, 외계인까지 연상시키면서 UFO의 고정관념을 형성해 왔다. UFO가 진지한 과학적 주제로 대우받지 못한 데는 이 고정관념의 영향도 적지 않다. 학문적 연구 가치가 있는 UFO 현상도 음모론, 사기로 무시당할 수 있는 것이다. 어감이 자극적인 비행물체를 대신해, UAP는 공중현상을 지칭한다. UFO를 과학의 범주로서 진지하고 공정하게 분석해 보겠다는 과학자들의 배려도 UAP에 담긴 셈이다.
UAP로 볼 수 있는 과거의 사례로 ‘레드 스프라이트(Red sprite)’라는 자연현상이 있다. 하늘에 붉고 거대한 나뭇가지 형태가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이 현상은 오래전부터 목격담이 떠돌았다. 하지만 수 밀리초도 안 되는 찰나에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사진 증거가 없어서, 단순한 착각으로 치부돼왔다. 그런데 지상과 우주 전역에서 무수한 관측 장비가 쉬지 않고 하늘을 주시하면서, 전설 속의 붉은 번개도 포착했다. UAP에 주목한 까닭에, 생각보다 기묘한 지구의 일면까지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이 UFO를 UAP로 불러야 하는 이유다. 보수적인 천문학자들도, 외계인을 기다리는 음모론자들도 모두 동의하는 단 하나의 명제는 “여전히 우리 머리 위 하늘에서 우리가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이다. UAP를 더 공정하고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면, 우리는 UFO와 외계인보다 경이로운 지구와 우주의 새로운 원리를 만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