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개구리, 배스 같은 외래종 생물은 우리나라에서 고유한 환경을 해치는 ‘악한’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미국 연구진은 환경을 해치기는커녕 오히려 보호하는 외래종을 발견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제프 포스터 박사팀은 하와이에 유입된 외래종 조류가 자생 관목의 씨를 퍼뜨려 숲 보전에 한몫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저널 ‘보전 생물학’ 10월호에 발표했다.
하와이의 숲은 과육이 많은 열매가 열리는 자생 관목류로 이뤄져 있다. 이 지역에 원래 살던 조류들은 열매를 먹고 씨를 곳곳에 배설해 숲을 확장했다. 그러나 섬이 개발되고 외래종이 유입되자 살 곳을 잃은 자생 조류가 대부분 멸종했다. 씨 뿌리는 ‘농부’를 잃은 나무들이 번식할 길을 잃고 덩달아 멸종 위기에 처한 것.
그런데 최근 하와이의 숲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포스터 박사팀이 하와이에 유입된 외래종 조류인 동박새(Zosterops japonica)와 상사조(Leiothrix lutea)의 위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자생 나무의 열매를 즐겨먹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소화되지 않고 배설물과 함께 여기저기 뿌려진 씨가 숲을 넓히는데 공헌하고 있다는 것. 멸종한 자생종 대신 외래종이 새로운 농부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포스터 박사는 “자생종은 ‘착하고’ 외래종은 ‘나쁘다’는 일반인의 편견을 깨주는 연구결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