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부모는 AI에 모르는 단어나 개념을 물어 보며 공부를 하는 학생을 바란다. 실상 학생들은 AI가 만들어준 답을 복사해서 붙여넣곤 한다. AI가 학생을 ‘바보’로 만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과 AI가 학생 맞춤형 개별 교육을 실현시켜 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공존하는 이유다.
AI 시대에 급격하게 변하는 교육 환경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불러냈다. 교실과 연구 현장에서 나타난 변화를 통해 그 질문의 답을 살폈다.
‘아인슈타인(Einstein)’은 2월 22일 미국 기술 스타트업 ‘컴패니언’이 공개한 인공지능(AI) 서비스의 이름이다. 이 서비스는 대학에서 사용하는 가상 학습 환경에 연결해 학생을 대신해 학습 활동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미국과 영국 등 영미권 대학에서 널리 사용하는 대학 학습관리시스템(LMS)인 캔버스(Canvas) 계정의 접근 권한을 부여하면 AI가 강의를 시청하고, 교재를 읽고, 토론에 참여하고, 퀴즈를 풀고, 숙제를 작성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공개 직후 영미권 교육계가 떠들썩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전 세계 학자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교육’의 종말을 개탄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학생들도 학습 과정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입시업체 진학사가 3월 전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525명 중 약 절반인 47.7%가 공부할 때 주 1회 이상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거의 매일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한 학생도 8.1%에 달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보도자료에서 “학생들이 AI를 ‘디지털 과외’처럼 활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AI를 활용한 학습 방법을 아이들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어요.” 3월 11일, 정찬희 광명 하안중 영어 교사는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공부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가령 영문법에서 to 부정사를 배우면, 생김새는 to로 같지만 역할과 의미가 다른 to를 구분하는 능력을 시험에서 변별한다. 즉 용법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아이들에게 ‘AI한테 다양한 역할을 하는 to를 사용한 문장 100개를 중학교 1학년 수준으로 만들어달라고 해봐. 그 문장들을 분석하다 보면 다양한 to의 쓰임을 모두 구분해 낼 수 있다’고 알려줬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은 두 명의 학생이 거대언어모델(LLM)의 도움을 받아 예시 문장을 만들어 to 부정사를 공부하는 것을 봤다. 교사의 지시를 따라 AI를 똑똑하게 활용한 사례다. 그런데 AI가 학생과 교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만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고의 외주화부터 부정행위까지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을 AI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주제의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생성형 AI를 활용해 보라고 권했어요.” 정 교사는 AI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는 우선 활동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영어 교과서의 지문 내용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물건, 유명한 사람 등 각 나라의 문화적 요소를 생각해 각 국가의 중학교 1학년의 가방에 무엇이 있을지를 상상해 보게 했다. 그걸 영어 단어로 활동지에 적게 했다. 그다음 AI에 한글로 프롬프트를 써 영어 문장을 만드는 활동이었다. 학생들이 영어를 문장으로 만드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을 AI로 보완하는 방식이었다. 학생들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과 AI가 대신 해주는 부분을 나눈 셈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AI에게 본인이 해야 하는 부분까지 맡기면서 발생했다. 정 교사는 “문화적 요소를 상상하는 것을 직접 하지 않고, 그것부터 AI에 물어보더라”고 대답했다. 아예 ‘영국 학생 가방에 있는 물건을 알려줘. 그다음 소지품을 자기소개하는 글을 몇 문장 만들어줘’라고 AI에 요구하는 식이었다. 정 교사는 “이런 상황을 막고자 학습지를 만들고, 학습지 활동이 끝난 다음 태블릿을 나눠줬는데도 일어난 일”이라 덧붙였다. 이른바 ‘사고의 외주화’다.
학생들이 AI를 ‘잘못’ 쓰고 있다는 진단은 대학에서 특히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2025년에는 학생들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 AI를 이용해 집단 부정행위를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런 양상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영국에서 AI를 이용한 부정행위는 6900건 이상 적발됐다.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가 영국 대학생 10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90%가 시험이나 과제 같은 평가를 위해 생성형 AI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형성평가에서 AI가 공교육 수업을 가장 크게 바꿔줄 것이라 기대한다. 형성평가란 수업 중간중간에 학생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AI가 학생 활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교사에게 전달하면 학생들의 상태를 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AI 글은 다 똑같아” 과제 받아 든 교수의 고민
학생을 평가해야 하는 교수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2026년 1월 20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서울과기대) 교양대학의 논리적 글쓰기 팀은 ‘ChatGPT 뒤에 숨은 학생들, 그 앞에 선 교수들’이란 제목의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논리적 글쓰기’는 서울과기대 학생들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3학점 필수 교양과목이다. 2026년 1학기를 기준으로 37개 강의가 개설됐다. 여러 명의 교수가 수업을 맡아서 한다. 콜로키엄은 화제가 돼 약 500명이 참여했다. 참여자 4명 중 1명은 교수 혹은 교사였다. 3월 10일 서울과기대에서 콜로키엄을 준비한 4명의 교수를 만났다.
“2025년 2학기에 유독 AI를 활용해 쓴 글이 확 늘어났어요.” 최형섭 교양대학 융합교양학부 교수가 콜로키엄을 준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2025년 2학기가 끝나고 당시 수업을 맡았던 교수들이 모여서 얘기를 해보니 모든 교수가 같은 문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것이다. 최 교수는 “2년 전만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챗GPT 사용법을 가르쳐야 했는데, 이제는 과제를 하거나 공부할 때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콜로키엄에서는 홍익대, 서울대, 서강대 교수 총 4명이 발표를 맡았다.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대학생이 AI를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며,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의심하며 AI 사용 여부에 매달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표절 탐지 프로그램처럼 AI 탐지 프로그램이 다수 개발됐지만, 학생들 또한 탐지를 피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I를 활용해 작성한 글과 학생들이 직접 쓴 글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승현 교양대학 교수는 “서평 과제의 경우 AI가 작성한 글은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한다”고, 이성근 교양대학 교수는 “구조적, 형식적인 차원에서도 글이 정형화된다”고 답했다. AI를 활용하지 않은 글은 반대다. 오영진 교양대학 교수는 “글이 매끄럽지 않을지언정 개인의 경험에서 글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를 ‘해상도가 높은 글’이라고 표현했다.
AI를 사용해 글을 쓸 때의 문제는 정형화만이 아니다. 미국 코넬대 등 공동연구팀은 3월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편향된 AI가 사용자의 편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oi: 10.1126/sciadv.adw5578 연구팀은 2582명을 대상으로 중요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글을 쓰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때 편향된 자동 완성 제안을 제공하는 AI를 사용하게 했다. 이후 연구팀은 완성된 글의 편향성을 평가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실험 참가자들이 AI의 편향성과 자신이 받은 영향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참가자들의 글은 편향된 AI에 따라 쓰이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참가자들은 AI의 편향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자신이 영향받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I의 편향성을 실험 전후에 알려주더라도 AI 편향성을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논문에서 “편향된 AI 제안이 사용자의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미콜론, 함께 읽는 AI 도구



뇌 활동 떨어뜨린 비생산적 성공
교육자들이 AI 사용을 염려하는 이유는 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때문이다. 최근 연구들은 AI 사용이 학습 과정에서 뇌의 구조와 생각의 방향까지 바꾼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5년 6월, 미국 MIT 미디어랩 연구팀은 만 18~39세 참가자 54명을 3개의 그룹으로 나눠 20분 동안 짧은 글을 쓰게 했다. 글의 주제는 ‘예술 작품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힘이 있는가?’ 등 정답 없는 가치 판단형 질문이었다. doi: 10.48550/arXiv.2506.08872
첫 번째 그룹은 아무 도구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글을 직접 작성했다. 두 번째 그룹은 구글 등 검색엔진만 활용했다. 마지막 그룹은 챗GPT 같은 LLM을 활용했다. 참가자들은 글을 쓰는 동안 뇌파 측정 장치(EEG)를 착용했고 뇌 부위들이 얼마나 활발히 연결되고 있는지가 실시간으로 기록됐다.
연구팀은 32개 뇌 영역의 활동과 연결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LLM을 사용한 그룹은 뇌 활동이 가장 낮았다. 집중과 인지적 노력과 관련된 전두엽 중심의 세타파 활동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 뇌 부위 간 정보 전달 강도를 보여주는 dDTF 연결성의 경우 LLM 사용 그룹은 아무 도구를 쓰지 않은 그룹보다 최대 55%가 낮았다. 연구 기간이 반복될수록 LLM 사용 그룹에서는 ‘복사-붙여넣기’ 행동이 증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후속 실험에서 자신의 글을 직접 인용하게 했을 때도 LLM 사용 그룹의 기억력과 인용 능력이 더 낮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LLM은 단기적으로 글쓰기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습자의 인지 활동과 기억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영환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마누 카푸르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교육학과 교수가 제안한 ‘생산적 실패(productive failure)’ 개념을 언급했다. 이는 문제의 정답은 맞추지 못했거나, 과제 결과가 훌륭하지 않더라도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 혹은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했을 때를 지칭하는 단어다. MIT 미디어랩 연구팀의 실험에서 LLM을 사용해 에세이를 작성한 참가자들은 생산적 실패의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존재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비생산적인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다.
3월 11일 화상으로 만난 권경빈 미국 인디애나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를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였던 대니얼 카너먼의 사고 체계로 설명했다. 카너먼은 뇌의 인지적인 노력이 거의 들지 않는 빠르고 자동적인 사고인 ‘시스템 1’과 집중력과 인지적 노력을 바탕으로 복잡한 문제 해결을 할 때의 사고인 ‘시스템 2’를 구분한 바 있다. 보통 교육 및 학습에서 기르려 하는 건 시스템 2 사고 활동이다. 그런데 AI가 즉각적인 답을 제공하는 데 익숙해지면 학습자는 ‘시스템 1’ 사고에 머무르게 된다.
AI 시대, AI를 사용하지 않는 법부터 배워야
학교에서의 사례나 연구 결과를 살펴봤을 때 AI를 최대한 멀리 두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생성형 AI에 과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조 교수는 “학습을 통한 지식 함양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호작용 연구를 해보니까 지식이 없으면 생성형 AI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2023년 6월 개소한 서울대 학습과학연구소를 이끌며 교육학, 뇌과학, 컴퓨터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와 학습을 주제로 연구를 이끌고 있다. 또한 조 교수는 “AI의 영향력을 고려해 단계가 나눠진 교육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총 3단계의 AI 교육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훈련이다. 의도적으로 AI 사용을 금지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AI를 아예 쓰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는 다른 교육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권 교수는 “인지적인 참여 경험과 문제 해결 과정을 경험해 봐야 한다”며 “누군가의 강의만 보고 듣는 것은 인지적으로 수동적인 일이기에 어떤 문제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는 교육적인 목적으로 설계된 AI를 제공해 학습 도구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 조 교수는 “교육의 의미를 고려했을 때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AI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답을 요구하더라도 힌트를 주거나, 피드백을 줌으로써 사용자가 수동적인 학습을 하지 않도록 설계된 AI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열린 정답’의 존재를 알려주는 선생님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김민정 광명 하안중 도덕 교사는 “10대들은 집단 사이에서 튀고 싶어 하지 않고, 틀린 답을 말하는 것을 수치스러워 한다”며 학생들이 AI의 결과에 의존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이 실패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유를 낮은 회복탄력성에서 찾는다. 이에 교육 및 학습 과정에서 AI와 학생의 관계가 강화될수록 학생들은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를 겪은 뒤 다시 회복하고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며, 어떤 문제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익혀야 한다.
마지막은 상용화된 여러 AI 도구를 직접 사용하는 훈련이다. 프롬프트 작성 능력과 함께 AI가 제공한 정보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AI를 단순한 답 제공자가 아니라 협력적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단계다.
도구 사용에 따른 뇌 영역 간 연결성 비교
피할 수 없는 AI 사용, 답은 정체성
교육계에서조차 AI가 학생들의 자기 주도 학습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과 AI에 과의존할 것이라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권 교수는 “두 의견 모두 타당하다”면서도 “결국 기술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AI로 자기 주도 학습 습관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방향은 명확하다. 도구로써 AI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헷갈려하는지, 어떤 실수를 반복하는지를 예리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또한 학습자는 AI를 활용해 질문하고,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자신의 지식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학습을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교육의 의미 자체를 다시 묻게 된다. 앞서 ‘아인슈타인’ 서비스를 공개한 컴패니언은 이 기술이 “학생들을 지루한 과제에서 해방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제기되는 질문은 다르다. 학생들이 벗어나야 할 대상이 과제인지, 아니면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서울과기대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학습자의 태도다. 오승현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를 배우는 사람이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있어야 번거롭고 지난한 과정을 감수할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