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생. 통계물리학박사. 전자기술연구소 부소장, 한국정보산업연합회 회장, 아시아ㆍ대양주 정보산업기구회장, 정보엑스포96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정보사회 정보문화'등의 저서가 있다.
나는 요즈음 ‘기업가’ 또는 ‘비지니스맨’이란 말을 많이 듣지만 본래부터 내가 그런 인생을 설계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처음 맡은 일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에서 컴퓨터 이용기술을 개발하고 널리 컴퓨터를 쓰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런데 1971년 인생의 진로를 바꾼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인텔( Intel)사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이 칩은 주요 부분을 설계하지 않고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당시 주위에선 이것을 장난감 정도로 취급했지만 나는 이것이 한국에 천재일우의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었다.
1950년대에 메인 프레임 컴퓨터가 세상에 나타났을 때 이를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것은 전자산업의 리더였던 RCA나 GE가 아니고 무명의 IBM, CDC, UNIVAC 등이었다. 또 1960년대에 미니컴퓨터를 성공시킨 것 역시 컴퓨터 대기업으로 성장한 IBM이 아니고 무명의 DEC, DG, Prime 등이었다. 1970년대에는 우리가 그런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나는 과학기술연구소에 전자계산기 국산화 연구실을 만들고, 1977년에는 새로 생긴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에서 이 꿈을 이루려고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부의 이해부족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1980년 삼보컴퓨터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삼보컴퓨터는 벌써 8천억원(1 billion dollars) 규모의 회사로 발전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의 개인용 컴퓨터 왕국이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버린 일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