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붙은 커피 자국부터 창틀에 쌓인 먼지까지 순식간에 닦아내는 물티슈가 2025년 11월 영국에서 퇴출당했다. 물티슈 퇴출 소식이 세계로 퍼지면서 한국에서도 덩달아 물티슈 사용 규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많은 플라스틱 제품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규제 대상이 돼 왔다. 그중에서도 하필 물티슈가 골칫거리 취급을 받아 세상에서 사라질 위험에 처한 까닭은 무엇일까.
“하수관을 막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물티슈를 퇴출할 예정입니다!”
2025년 11월 13일, 에마 레이놀즈 영국 환경부 장관은 영국의 새로운 법안을 공개하며 밝혔다. 이날 영국 정부는 플라스틱이 포함된 물티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법안은 2027년부터 시행된다. 영국 정부가 법안을 마련한 이유는 하수도 관리를 강화하고 강과 호수, 바다를 깨끗하게 만들며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머리카락 등 다른 고체 협잡물까지 엉키면 거대한 덩어리가 생겨 하수관을 막는다. 이때 생긴 덩어리를 빙산(iceberg)에 빗대 팻버그(fatberg)라고 부른다.
물티슈, ‘기름빙산’ 만들어 하수구 막는다
당신이 집에서 물티슈를 쓰고 변기에 버린다고 가정해 보자. 물티슈는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에스터(PET) 등의 합성 섬유로 이루어져 있다. 휴지를 이루는 셀룰로오스 섬유는 화학적으로 물과 친하다(친수성). 그래서 물에 넣으면 화학 결합이 약해지며 금방 젖고 찢어진다. 물에서 녹아버리는 휴지와 달리, 합성 섬유는 소수성을 띠어 물에 닿아도 섬유 구조가 붕괴되지 않는다. 그래서 변기에 버려도 분해되지 않는다. 3월 6일 화상으로 만난 김건한 국립부경대 융합소재공학부 교수는 “일회용 마스크와 기저귀, 생리대와 같은 소재를 버린다고 생각해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녹지 않는 물티슈는 영국의 하수관을 막았다. 영국 환경부는 법안 발표와 함께 영국 수자원산업 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2022년 영국 하수도를 막은 덩어리를 분석한 결과 구성 물질의 약 93~94%가 물티슈였고, 수도 회사가 물티슈 등으로 인한 하수도 막힘 해결을 위해 매년 2억 파운드(한화 약 4000억 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연구였다. 안진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물티슈의 길고 질긴 섬유 구조는 하수관 내에서 기름과 머리카락 등 협잡물과 엉켜 큰 덩어리를 형성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의 말처럼, 실제로 하수구에서는 하수구를 막는 커다란 기름 덩어리가 발견된다. 이를 빙산(iceberg)에 빗대 ‘팻버그(fatberg)’라 부른다. 이전까지는 바다에 밀려온 식용 기름 덩어리를 부르는 표현이었지만, 2010년대부터 하수도를 막는 기름 덩어리를 ‘팻버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 영국에는 19세기 지어진 벽돌 하수도가 노화되면서 하수도 막힘 사고가 빈번해진 탓이었다. 2017년에는 무려 무게 130t(톤)에 길이 250m인 팻버그가, 2025년에는 무게 약 100t에, 길이 약 100m의 팻버그가 런던에서 발견됐다. 이렇게 막힌 하수도를 뚫고 고장 난 하수도를 고치는 데 드는 비용은 결국 가정의 수도 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물티슈가 하수도를 막지 않는다 해도 문제다. 하수관을 넘어 강과 바다까지 흘러간 물티슈가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영국 환경부가 인용한 해양 보전 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영국 전역 해변에서는 100m 거리마다 평균 17.7개의 물티슈 폐기물이 발견됐다. 보기 싫은 게 다가 아니다. 박제영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해양 생물이 물티슈 폐기물을 먹이로 착각하고 질식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버려진 물티슈는 잠재적으로 더 심각한 환경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하수관 내를 흘러가던 물티슈가 벽면과 마찰해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지는 것이다. 2021년 한국해양대 환경공학과와 부산대 환경공학과 공동연구팀은 하수처리 과정을 모방한 결과, 물티슈를 하수처리 하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oi:10.1016/j.scitotenv.2021.147144 물티슈를 젖은 상태에서 물에 담갔더니, 가로가 13cm, 세로가 18cm인 물티슈 1장당 미세플라스틱 1966 조각이 방출됐다. 박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진 물티슈 역시 동물이 섭취하게 되면, 여러 먹이사슬을 거쳐 결국 사람의 몸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물티슈 규제의 사각 지대
물티슈 폐기물은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은 2024년부터 물티슈를 포함한 일회용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에 하수처리 비용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징수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도 2025년 ‘하수처리시설에서 물티슈를 제거하는 데 매년 2억 3000만 유로(한화 약 4300억 원)이 쓰인다’며, 물티슈 제조업체에 처리 비용을 부과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하수도 막힘 사고에 대한 통계 조사를 시행한 적이 없지만, 물티슈로 인한 하수관 막힘 사례는 종종 보고되고 있다. 2024년 7월, 경기 파주시는 ‘화장실 변기에 버린 물티슈가 하수관로로 유입돼 지하 맨홀펌프장과 오수관이 막히고 있다’고 보도자료로 밝혔다. 2025년 5월 경남 함양군도 ‘화장실 변기에 버린 물티슈가 공공하수처리시설 고장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그러나 한국은 물티슈의 판매를 규제하지 않는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라 한국은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있지만, 물티슈는 ‘일회용품’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일회용품’을 같은 용도에 한 번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으로 정의했다. 물티슈 역시 이 정의에 맞아떨어지지만, 인체 청결용으로 사용된다는 이유로 인체 청결용 물티슈는 ‘화장품법’상 ‘화장품’으로, 식당에서 손을 닦는 데 쓰는 물티슈는 ‘위생용품 관리법’상 ‘위생용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물티슈는 폐기물 부담금 대상도 아니다. 폐기물 부담금은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물 관리상의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업자에게 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플라스틱 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한 업체는 폐기물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물티슈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부담금을 내지 않는다. 한국의 물티슈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피해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셈이다.
‘녹는다’ 선전하는 친환경 물티슈, 진짜 물에 녹을까
‘물에 잘 녹는다’고 광고하는 친환경 물티슈를 쓰면 위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제조 업체가 ‘친환경’이나 ‘비데용’으로 광고하는 물티슈는 주로 레이온으로 만들어진다. 레이온은 플라스틱이 아닌, 셀룰로오스를 재가공해 만든 재생 섬유다. 합성 섬유와 달리 물에 넣으면 물을 흡수하고 결합이 약해진다. 김 교수는 물티슈가 “물리적으로 잘 풀어지고 화학적으로 잘 분해되면서, 동시에 너무 쉽게 찢어지지 않을 만큼 튼튼한, 그 사이 적절한 선을 찾아 개발해야 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과학동아는 ‘친환경 물티슈’로 광고하는 물티슈 3개를 마트에서 구매한 뒤 직접 물에 담그고 녹여봤다. 물티슈를 쓰고 버리는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해 실온(25℃) 부근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물티슈 두 개는 40분이 지나서야 최대 폭이 5cm 이내로 작아졌다. 3시간 동안 저었지만, 이후로 두 물티슈 덩어리의 폭이 더 작아지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서 확인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나머지 물티슈 한 개는 아무리 저어도 면적이 그대로였다. 박 교수는 “천연 펄프를 가공해 만든 섬유더라도 일반 휴지보다는 질긴 소재라서 완벽한 분해는 어렵다”고 밝혔다.
물티슈가 완벽히 물에 녹지 않아도 괜찮을까. 박 교수는 “처리 시간 대비 투입량에 따라 달라진다”고 봤다. 물티슈가 미생물이 완전히 분해할 만큼 물속에서 풀어져야 완벽한 ‘생분해’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수도 환경에서 섬유가 풀리는 속도 대비 물티슈가 더 빠르게 버려지면, 물티슈 분해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결국 단단한 뭉치를 형성해 하수관을 막아버리겠죠. 아무리 합성 섬유가 아닌, 재생 섬유더라도 섬유를 이루는 탄소 사슬이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는다면 결국 해양에 미세플라스틱이 남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은 아직 친환경 물티슈의 환경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지 않다.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은 1월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포장지에 물티슈를 변기에 버려도 된다는 문구를 사용해도 될지 타당성을 검증할 시험 표준이나 인증 제도가 한국에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2026년 1월 물티슈가 야기하는 환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생분해 인증 제도를 통해 6개월 안에 미생물이 물티슈의 90%를 분해하는지 확인하고, 국제 부직포협회의 ‘변기 내림 적합성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제품을 검증한다. 한국에는 이를 검증할 시험 표준이나 인증 제도가 없다. 김 교수는 “부직포협회의 평가 방식을 참고해 한국도 25mm 간격의 체에 물에서 분해된 물티슈가 95% 이상 통과되는지 확인하는 인증 방식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물티슈 금지해야 하나
“한국도 물티슈 판매를 금지해야 할까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입법조사관은 “단계적인 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물티슈를 판매나 사용 규제 대상으로 분류부터 해야 하고, 그다음 해양과 하수관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조사한 뒤, 물티슈 퇴출을 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일회용 플라스틱’이라는 분류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일회용품만이 아니고, 플라스틱만도 아닌 새로운 분류에 물티슈를 넣어 물티슈 사용과 판매를 규제하는 거죠.” 같은 질문에 박 교수는 “물티슈는 90%가 합성 섬유나 천연 섬유로 이루어져 있어 일회용품으로 분류되기에 조건이 충분하고, 합성 섬유로 이루어진 물티슈의 경우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분류하기도 적합하다”고 전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이어서 “물티슈의 대체품이 있는지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 답했다. “영국은 이미 플라스틱 빨대와 면봉의 대체품이 있다고 판단해 퇴출했습니다. 물티슈 역시 마찬가지죠. 한국도 물티슈의 대체품을 찾는 것이 판매 금지 여부에 중요한 문제가 될 거예요.”
영국 환경부는 이미 플라스틱이 없는 물티슈가 대체품으로서 존재함을 근거로 플라스틱 물티슈 판매를 금지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한국 역시 플라스틱 없는 물티슈가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물티슈를 대체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 물티슈의 안전성과 함께 기존 물티슈를 대체 가능할지부터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