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의사들은 아직도 소금 속의 나트륨이 고혈압 유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믿음이 옛날만큼 강하지는 않다.
소금은 고혈압유발의 주범인가.
그간 식이요법의 움직일 수 없는 명제로 인식되어왔던 소금과 고혈압의 관계에 대해 회의를 보이는 전문가들이 늘고있다. 고혈압환자의 절반 정도는 소금을 안 먹는다고 해도 효과를 보는 경우가 희박하며 일반사람들도 소금을 덜 먹어 얻는 이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소금속의 나트륨이 고혈압의 원인이라는 혐의가 줄어들자 우리가 먹는 음식에 있는 다른 요소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일군의 고혈압 전문가들은 소금을 너무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칼슘섭취가 너무 적어서 고혈압이 되는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고혈압에 있어서 이 두가지 광물질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차이로 전문가들은 점차 양분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환자들은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아직 소금이 고혈압의 주범이라고 보고있지만 그 믿음이 옛날만큼 강한 것은 아니다. 일군의 전문가들은 마그네슘과 칼륨도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나트륨이나 음식 속에 있는 다른 광물질들이 정확히 어떻게 혈관에 작용해서 혈압을 높이는지 확실하게 밝히질 못하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음식 속에 있는 칼슘이나 칼륨같은 다른 이온들을 무시하고 나트륨만 문제시하는 것은 잘못된 것같다. 아마도 이것들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방식으로 서로 연관돼 있을 것이다." 미국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의 연구실장인 윌리엄 할란박사의 말이다.
식습관과 혈압 비교연구
일부 학자들은 소금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고혈압환자들이 진짜 중요한 치료수단들을 간과하게 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즉 혈압을 낮출 수 있도록, 체중을 줄이거나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 등의 방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웨인주립대 연구팀은 식습관상 칼슘섭취가 상대적으로 적은 흑인 고혈압환자들이 칼슘을 추가로 섭취하게 되면 혈압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칼슘 섭취 권장량보다 훨씬 적은 양의 칼슘을 섭취하고 있다.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으로는 유(乳)가공품을 들 수 있는데 많은 흑인들이 우유제품을 먹는데 곤란을 느끼기 때문이다.
소금섭취와 혈압이 밀접하게 관련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20세기초에 나타났다. 그 당시 의사들은 신장질환이 있는 고혈압환자에게 소금기를 거의 없앤 쌀음식을 먹게 함으로써 혈압을 낮출 수 있었다. 이런 발견은 소금섭취가 적을 것으로 보이는 미개발지역의 사람들에게는 문명사회보다 고혈압이 적다는 것이 관찰됨으로써 더욱 튼튼히 뒷받침됐다.
그러나 1989년 실시된 영국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전통적인 믿음을 뒤흔드는 것이었다. 런던의 위생학 및 열대병학회 연구원들은 지구상의 52개의 서로 다른 문화권에 속해있는 1만여명을 조사하여 소금과 혈압과의 관계를 재평가하기로 했다. 이 조사대상자 중에는 음식에 소금을 거의 치지 않는 브라질의 야노마모 인디언에서부터 하루에 이 야노마모 인디언이 3년동안 먹을 양의 소금을 먹어 치우는 중국북부인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단순히 소금소비량만 검사한 것이 아니라 소변검사를 통해 정확한 소금배출량을 계산했다. 또 비만과 음주량도 고려했다.
그 결과는 소금소비가 대단히 적은 몇 지역을 제외하면 소금섭취와 고혈압발생률 또는 평균 혈압사이에 서로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간 미국에서 고혈압 발생률이 높은 것은 짠 가공식품을 많이 먹어서인 것으로 생각돼왔지만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소금을 많이 먹는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윌렛박사는 결과를 분석한 뒤 "소금섭취가 아주 많거나 적은 양 극단의 지역에서는 소금이 혈압에 영향을 끼친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이 포함되는 중간지역에서는 소금섭취량에 따른 혈압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밝힌다.
아직까지 많은 혈압전문가들은 적어도 일부사람들의 혈압은 소금에 민감하다고 알고 있다. 민감한 사람들의 비율에 대해서는 의견일치가 어렵지만 50%를 넘는다는 주장은 거의 없다.
10년전 인디애나 대학에서는 환자들에게 소금기가 적은 음식을 주었다. 그 결과 환자 중 3분의 1이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지만 동시에 같은 수만큼의 환자의 혈압이 올라갔다. 몬트리올 대학의 하멧박사는 2백명의 캐나다인을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적당한 칼슘을 섭취하고 과음을 하지않는 사람의 경우 음식을 짜게 먹거나 싱겁게 먹는 것이 고혈압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면 칼슘 섭취가 적은 사람은 혈압에 영향을 받았다.
매커니즘은 규명못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칼슘이 고혈압의 주범이라고 단정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평한다. 비록 연구결과에 따르면 칼슘이 많은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들은 고혈압이 될 위험도가 더 높다고 하지만 이 사실에 회의하는 과학자들은 그것이 칼슘 부족때문인지 그런 음식에 있는 다른 요소 탓인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칼슘을 더 공급해서 혈압을 조절해보려고 시도한 결과는 소금의 경우 만큼이나 불규칙적인 것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칼슘부족으로 고혈압이 생기거나 칼슘을 더 공급하여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1일 섭취권장량 8백~1천㎎의 절반 수준 이하로 칼슘을 섭취하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인의 3분의 1 또는 2분의 1정도가 겨우 이만한 수준의 칼슘을 섭취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주로 먹는 음식 중에서 우유 딱딱한 치즈 요구르트 등은 모두 칼슘이 풍부한 식품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먹는 양에는 2백30㎎의 칼슘이 들어있을 뿐이다. 양배추같이 짙은 녹색잎을 가진 채소나 정어리 땅콩류도 칼슘이 풍부하다.
칼슘영향론자인 맥카론박사(포틀랜드 대학)는 자신의 고혈압환자들을 모두 면담하여 식성을 조사했다. 그는 "누가 칼슘부족인지는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하나같이 '물론 우유는 충분히 먹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커피에 우유를 타먹는데요'라고 대답한다"고 꼬집는다.
그는 환자들이 저지방이나 무지방 유가공품을 많이 먹어 1일권장량 1천㎎을 섭취하도록 설득한다. 이런 음식에는 마그네슘과 칼슘도 많이 들어 있다. 칼슘섭취량을 적절히 늘리지 못하는 환자들에게는 먹어야할 양을 정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