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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어떻게 지어야 할까, 기후위기에 대응할 건축물

    건물 외벽에 주렁주렁 달린 식물, 그리고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 얼핏 보기에 식물원처럼 생긴 이 건물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에 지어질 병원이다. 설계를 맡은 영국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는 의료와 휴식의 기능에만 집중하지 않고, 기후위기까지 대응하는 병원을 그렸다. 기후위기가 극심해진 시대, 건축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일까.

     

    Zaha Hadid Architects

     

    건물 외벽에 주렁주렁 달린 식물, 그리고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 얼핏 보기에 식물원처럼 생긴 이 건물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에 지어질 병원이다. 설계를 맡은 영국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는 의료와 휴식의 기능에만 집중하지 않고, 기후위기까지 대응하는 병원을 그렸다. 기후위기가 극심해진 시대, 건축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일까.

     

    Zaha Hadid Architects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가 설계한 말펜사 병원의 실내. 천장이 뚫려 있어 햇빛으로 실내를 밝힌다. 조명에 드는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산화탄소 내뿜는 숨은 적, 건축'

     

    2025년 12월 12일, 영국의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는 이탈리아 말펜사 병원의 조감도를 공개했다. 롬바르디아주 보건당국이 밀라노와 바레세에 거주하는 주민 100만 명을 위한 병원을 새로 짓는 공모전을 열고 자하 하디드의 설계도를 선정했다. 한국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같은 세계 유수의 건물을 디자인한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는 유려한 곡면이 내외부를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주변 정원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병원을 설계했다. 


    그보다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 측은 말펜사 병원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건축물”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는 건물 부품을 미리 제작한 뒤 조립하는 모듈식 건축을 활용했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단열 성능을 높인 외피를 사용하고, 병원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MWp(메가와트 피크·태양광 발전기가 최대로 내는 발전 능력)의 전기를 태양광 발전기로 생산하도록 설계했다. 자하 하디드 측은 “냉방 에너지 수요를 30% 절감하는 설계”라고 설명했다. 


    말펜사 병원처럼, 최근 세계적으로 건축물의 환경적 영향을 평가하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건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1월 14일, 캐나다 토론토대 토목·광물학과 연구팀은 건설 분야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doi: 10.1038/s44284-025-00379-8


    연구팀은 6개 대륙에 걸쳐 도시 1033곳의 건설 행위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계산했다. 그 결과, 매년 200만 t(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다. 인구로 나누면 한 명당 2t가량이다. 실제로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2023년 건축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7%를 차지한다고 보고서에 밝혔다.


    연구팀은 “지구 평균 온도 2℃ 상승을 막으려면 20~40년 안에 건설 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 수준에서 90%만큼 줄여야 한다”고 논문에 밝혔다. 해결책은 신축 건물에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건물을 짓고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

     

    박영철

    1 2025년 한국그린빌딩협의회가 주관한 '2025 그린빌딩의 날' 행사에서 그린빌딩 대상을 수상한 국립산림과학원 한그린 목조관. 2019년 건축사무소 IDS는 직교하게 쌓은 목재인 CLT로 한그린 목조관을 지었다.

     

    Shutterstock
    2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가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나온다. 시멘트의 석회석이 산화칼슘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덜 내뿜는 콘크리트

     

    이산화탄소는 건설 전부터 나온다. 건축 재료를 가공하고 운반하는 데서부터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콘크리트의 원료, 시멘트다. 시멘트는 석회석을 고온에서 가공해 산화칼슘으로 전환해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2018년, 영국의 글로벌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전 세계에서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8%가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이러한 배출을 줄일 대체 시멘트가 저탄소 시멘트(LC3)와 지오폴리머 콘크리트다. LC3은 점토와 석회석을 혼합해 만든 시멘트로 건축물에 자주 쓰이는 포틀랜드 시멘트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적은 가공을 거쳐 만든다. 지오폴리머 콘크리트는 산업 부산물을 활용해 만든 시멘트다. 정진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에너지연구본부 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기존 시멘트 대비 LC3는 30~40%, 지오폴리머 콘크리트는 60~80%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콘크리트도 나왔다. 2024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콘크리트 ‘CEC’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나노미터 규모의 기포가 담긴 물을 산업부산물과 섞어 CEC를 만들었다. CEC와 이산화탄소가 만나 화학 반응이 일어나면 이산화탄소가 탄산염 광물로 전환되고, 이 광물은 CEC의 기포에 저장된다. 1m3 부피의 CEC를 만들면 약 1.5kg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은 “콘크리트 시장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50만 t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연구”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또 다른 건축 재료는 나무다. 김수민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교차적층목재(CLT)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CLT는 직교하게 겹쳐 쌓는 목재다. 구조물 사이에 가해지는 무게 부담이 적어서 벽과 지붕 등을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프리패브’ 공법에 쓰인다. 건축에 드는 시간과 시공 현장에서 버려지는 건축재를 줄일 수 있다. 오래된 건축 재료로 여겨졌던 나무가 친환경의 바람을 타고 다시 돌아온 셈이다. 

     

    Einar Aslaksen/Vestre

    코펜하겐의 건축사무소 BIG이 설계한 건물 '더 플러스'. 더 플러스는 목재와 저탄소 시멘트, 재활용한 철강으로 지어져 유럽 친환경 건축 인증제 BREEAM의 최고 등급을 받았다.

     

      열을 가두고 활용해 에너지 절감한다

     

    건축물의 온실가스 배출은 건설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단계는 만들어진 건물에 사람이 들어와 살면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일이다. “건축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아끼는 두 가지 방법은 건물 외피의 단열 성능을 높이는 것과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는 겁니다.” 1월 29일 화상으로 만난 서동현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절감 기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단열 성능을 향상하면 외부의 열을 막거나 내부의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냉난방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이때 지붕 등 외부와 닿는 건물의 면을 최소화하면 단열 성능이 좋아진다. 외부와 열을 교환하는 면적을 줄여 건물의 온도 변화도 줄이는 원리다.


    다만 모든 건물을 이렇게 짓긴 어렵다. 서 교수는 “모든 건물을 정육면체나 이글루 형태로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대신 단열재 종류와 두께로도 차별화를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열을 위해 단열재를 지나치게 두껍게 만들면, 공사도 어려워지고, 사용한 건축재 양에 비해 공간은 좁아진다. 가공이 덜 필요하면서 열 차단 효율이 높은 폴리우레탄 등의 소재를 쓰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는 “보온병처럼 벽 사이를 진공으로 만들어 단열하는 대안도 있다”며 “다만 진공 단열은 습기가 생기거나 적은 압력만 받아도 단열 기능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한계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단열 성능 향상이 에너지 사용량을 아끼는 기술이라면, ‘패시브 디자인’은 자연의 에너지를 직접 활용하는 기술이다. 천장을 뚫어서 실내를 밝히는 데 조명 대신 햇빛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지붕이나 외벽 자체를 태양 패널로 만들어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말펜사 병원도 이 방식을 사용해 설계했다. 건물 외벽에 식물을 둬서 여름철에는 햇볕을 차단하고 겨울철에는 바람을 막기도 한다. 

     

    자연 에너지를 끌어 쓰는 패시브 디자인

    패시브 디자인은 자연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냉난방 등에 쓰이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건축 설계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식물이나 외벽을 활용해 뜨거운 햇볕을 막는다. 또 여름에는 뜨거운 공기가 가벼워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는 현상을 활용해 지붕에 환풍구를 내면 여름철 실내 기온이 떨어지게 설계할 수 있다.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자료: Science Direct, YourHome

     

    건축 시작부터 운영까지, 모두 전기로

     

    서 교수는 “건축계는 최근 전전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전화는 건축물을 시공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화석 연료 기반의 에너지가 아닌 전기만을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히트 펌프’가 있다. 외부 공기에서 열을 조금씩 모아 냉매를 증발시키고, 냉매를 압축시켜 실내로 보내 열을 방출해서 실내를 난방하는 기술이다.


    히트 펌프 외에도 신재생 에너지를 건물에서 바로 쓸 수 있게 연결하는 방법이 있다. 풍력 발전소 등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가정에서 바로 쓸 수 있게 연결하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쪽과 받아서 쓰는 쪽의 기술 개선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그리드 기술, 이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해 사용하는 스마트 빌딩 기술이 모두 중요하다. 서 교수는 “인공지능(AI)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결국 건설 분야의 넷제로는 다른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University of Salford 

    눈, 비를 포함해 사람이 사는 지구 환경의 95%를 재현하는 연구소, 에너지 하우스 2.0에서 영국 셀퍼드대 연구진은 에너지 효율을 높인 건물을 설계한다.  

     

      건축 분야의 넷제로, 가능할까

     

    넷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들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아예 0으로 만드는 환경적 운동이다. 과학동아가 만난 전문가들은 넷제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나, 기존 건물이 변수”라고 입 모아 답했다. 소비한 에너지만큼 건물이 에너지를 다시 생산해야 넷제로를 달성하는데,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지어진 기존 건물로는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서 교수는 “기존 건물의 넷제로를 위해서는 그린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노후화된 공공기관 건축물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을 그린 리모델링할 때 드는 비용을 지원하고, 친환경 건축 전문가들이 설계 과정에 조언을 준다. 다만 아직 민간 건물은 사업 대상이 아니다.


    기존 건물과 신축 건물 모두 넷제로에 도달하려면,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경제적 장벽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건축재나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설비는 비싸서 건축주가 선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전기차를 판매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주듯이 신축 건물 역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부합할 때 보조금을 준다면 더 많은 사람이 건설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량적인 기준’도 강조했다. “저탄소 시멘트를 건축 재료로 선택하도록 유인하려면, 우선 재료별 탄소 배출량과 장기 성능을 비교할 수 있는 기준과 정보부터 필요합니다. 어떤 재료를 ‘좋은 재료’로 판단할지 기준을 마련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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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장효빈
    • 디자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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