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미래에 어떤 음식을 먹게 될까요? 2025년 개최된 ‘삼양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에서 청소년들은 기후위기가 빚은 극한환경 속에서도, 인류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해 줄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겨뤘습니다. 이 대회의 대상 수상자들이 2026년 2월, 영국으로 푸드테크 대모험을 떠났습니다. 미래의 식탁을 한발 먼저 경험한 중등부 ‘M.S.G’ 팀과 고등부 ‘아쿠아펄’ 팀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시죠.

2월 6일 저녁, 워튼 키친 가든(Worton Kitchen Garden)에서 먹은 샐러드 ‘정원에서 캐온 잡초’에는 남미에서 온 개미가 들어있다.
“으악! 이거 진짜 먹는 거예요? 개미 머리가 보이는데요!”
2026년 2월 6일, 영국 옥스퍼드의 한 식당에서 청소년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습니다. 식당의 이름은 ‘워튼 키친 가든(Worton Kitchen Garden)’, 주방장 사이먼 스펜스는 감자칩 연구로 이그노벨 영양학상을 수상해 알려진 찰스 스펜스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교수의 형제입니다. 한적한 교외,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오두막 앞에서 스펜스 교수가 한국에서 온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죠.
그와 함께한 식사는 기묘했습니다. 개미를 와작 씹고, 파란색 겨자 소스에 소시지를 찍어 먹었습니다. 홍합탕을 먹을 때는 스펜스 교수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파도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맛뿐 아니라 귀, 눈, 코 등 다양한 감각으로 음식을 즐겼던 시간이었습니다.
스펜스 교수의 초대로 영국까지 날아간 청소년들은 2025년 개최된 ‘삼양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의 중등부, 고등부 대상 수상자들이었습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는 청소년들의 푸드 이노베이션 아이디어를 겨루는 대회입니다. 식품(food)과 과학의 결합을 통해 세상을 놀라게 할 기발한 상상들로 전국 각지 학생들이 치열하게 경쟁했죠.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의 식탁은 오늘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될 겁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 참가자들은 가뭄, 홍수, 폭염, 식량부족 등 극한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푸드테크 아이디어가 필요할지 고민했습니다. 중등부 대상을 받은 ‘M.S.G’ 팀은 극한환경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밥을 먹을 수 있는 홀로그램 숟가락을 고안했습니다. 고등부 대상 수상팀인 ‘아쿠아펄’ 팀은 복합 성분의 젤리로 겉껍질을 만든 다음, 이 안에 필수영양소를 넣은 물을 담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상상이 현실이 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대상의 영예를 안은 수상팀들은 2026년 2월 3일부터 8일까지 4박 5일간 영국으로 해외 연수를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다채로운 푸드테크(foodtech) 기업을 방문해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실제로 상용화되는 과정을 엿봤습니다. 음식의 맛이 미각 외에도 청각, 시각, 후각 등 다채로운 감각에 좌우된다는 가스트로피직스(gastrophysics) 전문가, 스펜스 교수와 만나 멘토링 시간을 갖고, 함께 식사도 했죠.
Notpla
포장째로 물을 마시는 아이디어의 시작점을 만나다
포장지째로 물을 마시도록 하겠다는 아쿠아펄 팀의 아이디어는 영국의 스타트업 ‘낫플라(Notpla)’의 ‘오호(Ooho)’란 제품에서 출발해,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입니다. 청소년들은 2월 4일, 낫플라에 방문했습니다. 영국에서의 첫 일정이었죠. 오호는 해초추출물인 알긴산나트륨을 이용해 투명한 젤리를 만들고, 그 안에 물을 보관하는 ‘먹을 수 있는 물병’입니다. 아쿠아펄 팀은 내용물을 오래 보관하기 어렵다는 오호의 단점을 키토산, 펙틴 등 다른 고분자화합물을 알긴산나트륨과 함께 활용하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보완했죠. 아쿠아펄 팀에게 낫플라 방문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런던 동부의 하크니 윅이라는 지역에 있습니다. 1866년, 여기서 300m 떨어진 공장에서 플라스틱이 처음으로 대량생산 됐죠. 유서 깊은 이곳에서 우리는 오늘까지 3113만 2864개의 플라스틱 제품을 생분해 가능한 대체품으로 바꿨습니다.”
나타샤 쿠퍼 낫플라 운영 총괄 매니저의 설명에 청소년들이 귀를 기울였습니다. 오늘날 낫플라는 오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식품 용기를 코팅하는 생분해성 수지, 먹어도 되는 반려동물 장난감, 세탁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분해되는 세제 포장지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낫플라가 개발한 식품 용기는 현재 윔블던 테니스 경기장이나, 축구경기장 등에서 사용되고 있죠.
쿠퍼 총괄 매니저는 청소년들에게 “식품 용기를 코팅하는 생분해성 수지를 직접 만들어보자”면서 스프레이 통과 붓이 담긴 비커를 내밀었습니다. 그가 붓으로 비커 속 용액을 유리판 위에 바른 다음, 스프레이를 뿌리자 곧 투명하고 질긴 젤리가 만들어졌죠.
조승범(민사고 3) 군은 “우리도 유사한 기술을 활용한 연구를 했는데, 보통 알긴산나트륨으로 만든 젤리는 반투명하고 비린내가 난다”면서 “지금 만든 건 더 투명한데 성분이 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습니다. 쿠퍼 총괄 매니저는 “그건 기업 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면서 “학생들이 비슷한 연구를 했다니 반갑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든 낫플라의 혁신은 아쿠아펄 팀에게 큰 영감을 줬습니다. 승범 군은 낫플라 방문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아쿠아펄 프로젝트도 낫플라처럼 알긴산나트륨을 활용했습니다. 낫플라가 현재 종이를 코팅하는 수지나 투명한 생분해성 필름 등을 만드는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희도 연구를 더 해서 언젠가 고척돔에서 아쿠아펄을 먹도록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도 낫플라같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싶어요.”

Notpla
영국의 스타트업 ‘낫플라(Notpla)’는 해초추출물로 만든 생분해성 수지로 음식 포장용기를 코팅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종이에 비닐을 붙여 만든 기존 포장용기보다 친환경적이다.
Hoxton Farms & Arborea UK
가짜 고기와 공기로 만든 아이스크림?!
영국 음식은 맛없기로 유명합니다. 이 인식을 개선하는 데 ‘진심’인 기업들을 만났습니다. 2월 4일 방문한 ‘혹스턴 팜스(Hoxton Farms)’와 5일 방문한 ‘에어보레아(Arborea) UK’가 그 주인공입니다. 혹스턴 팜스는 돼지 지방 세포를 배양해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고기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에어보레아 UK는 미세조류를 이용해 고단백 식량을 만들죠. 두 기업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사 제품을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고용된 요리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런던 혹스턴은 옛 공장이나 창고를 개조한 사무실, 갤러리, 카페가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혹스턴 거리는 서울의 성수동과 많이 닮아 있었죠. 이곳에 도심 한복판에서도 고기를 키울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혹스턴의 농장, 혹스턴 팜스가 있습니다. 건물 1층에서 만난 마르틴 카르바요 파체코 혹스턴 팜스 홍보팀장이 농장이라고 말하기엔 세련된 사무실로 안내했습니다.
혹스턴 팜스는 돼지 줄기세포를 분화해 지방세포를 만들고, 이를 배양해 지방 조직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때 지방세포 속 지방의 조성을 정교하게 조절해, 지방 조직에 음식으로 꼭 먹어야 하는 필수지방산, 오메가3 함량을 높이죠. 지방세포만 골라 키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경 피해가 적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직원 중에 요리사가 있어요. 혹스턴 팜스에서 만든 지방과 식물 단백질을 섞어 육수, 소스, 통고기 등을 만들죠.” 파체코 홍보팀장의 설명에 M.S.G 팀의 정시원(동백중 2) 군이 “먹어볼 수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파체코 홍보팀장은 “안타깝게도 지금은 연구 단계라 먹어볼 수는 없다”면서 “정부의 승인을 받아 실제로 혹스턴 팜스의 지방이 유통되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월 5일, 영국에는 어김없이 비가 내렸습니다. 보슬비에 젖어 에어보레아 UK 연구소에 들어갔더니, 연구원들이 우유, 젤리,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다채로운 디저트를 한 상 가득 내주었습니다. 모두 미세조류 ‘스피룰리나’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제품들입니다.
스피룰리나는 아미노산, 탄수화물, 미네랄, 비타민 등이 풍부한 ‘슈퍼푸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에어보레아 UK는 거대한 탱크에서 태양 빛을 이용해 스피룰리나를 키운 다음, 여기서 단백질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피룰리나에서 나온 단백질은 맛있었냐고요? “미슐랭인데요!” 실험실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특히 스피룰리나에서 추출한 파란 색소를 넣은 젤리는 대호평을 받았습니다. “맛있었어요! 편의점에서 파는 젤리보다 맛있는데, 건강하기까지 하다니 인상적이에요.” M.S.G 팀 이채원(구성중 2) 양이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낫플라와 혹스턴 팜스, 그리고 에어보레아 UK는 모두 혁신적인 기술로 미래를 바꾸겠다는 야심을 가진 푸드테크 기업들이었습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를 통해 미래 식탁을 고민했던 어린 과학자들에겐 이 기업들을 방문한 경험이 무척 값졌습니다. 아쿠아펄 팀의 임태민(민사고 3) 군은 “각각의 기업이 가진 신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연구자들이 다 행복해 보였어요. 자기가 원하는 연구를 하면서 꿈을 펼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6년 2월 5일 영국 런던의 ‘에어보레아(Arborea) UK’에서 청소년들이 미세조류 스피룰리나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아이스크림 바를 먹어보고 있다.

2월 6일, 찰스 스펜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를 만났다. 그의 연구실에는 향료를 뿌리면 원하는 맛을 느낄 수 있게 되는 포크, 샴페인의 거품 터지는 소리를 더 잘 듣게 해주는 깔때기 등 다채로운 수집품이 전시돼 있었다. 사진은 이그노벨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스펜스 교수.
Charles Spence
여행의 마지막, 이그노벨상 수상자와의 만남
4박 5일의 영국 연수 일정 중 하이라이트는 찰스 스펜스 교수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영국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옥스퍼드대, 서머빌 칼리지에 위치한 스펜스 교수의 연구실은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2월 6일, 스펜스 교수는 연구실 문을 열어주며 “방문한 사람 모두 자신이 방문한 연구실 중 가장 난장판이라고 한다”며 다채로운 수집품을 하나하나 설명했습니다. 하나 익숙한 물건도 있었습니다. 스펜스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 소개된 과학동아 2023년 2월호가 전시돼 있었거든요.
스펜스 교수는 미각뿐 아니라 청각도 음식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로 2008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이게 이그노벨상 트로피예요. 연구의 공저자인 막스 잠피니(현 이탈리아 트렌토대 교수)와 번갈아 가면서 보관하고 있죠.” 그런 그에게 한국에서 공수한 ‘두쫀쿠’를 선물했습니다. 스펜스 교수는 “바삭함과 쫀득함, 두 식감의 조합이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셔츠에 코코아가루가 다 묻어 있었죠.
스펜스 교수는 삼양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 수상자들의 아이디어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쿠아펄 팀과 M.S.G 팀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발표하자 진지하게 들으며 질문을 던졌죠. 스펜스 교수의 제자들도 한국에서 온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M.S.G 팀은 혀에 전기자극을 주면, 혀가 짠 음식을 먹지 않고도 짠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전기자극을 주는 숟가락을 고안했습니다.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홀로그램을 띄우겠다고 했죠. 음식의 맛이 미각뿐 아니라 다채로운 감각에 좌우된다는 스펜스 교수의 이론과 맞아떨어지는 연구였습니다. 발표를 들은 스펜스 교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은 매운맛”이라면서 “전기 자극을 통해 매운맛도 느낄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졌습니다. 시원 군이 재치 있게 “매운맛은 통증이니까, 전기 자극을 강하게 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혀에 전기충격을 주겠단 말이죠. 모두 즐겁게 웃었고 스펜스 교수는 “좋은 아이디어 고맙다”고 답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일행들의 배가 고파졌을 때 일행은 워튼 키친 가든으로 향했습니다. “눈앞의 집게로 코를 막고 나눠 준 젤리를 먹어보세요.” 스펜스 교수의 말에 기자가 집은 젤리는 초록색이었습니다. 맛을 봤더니, 그냥 달달하기만 했죠. “이제 집게를 떼 보세요.” 스펜스 교수의 말에 집게를 떼자, 순식간에 부드러운 멜론 맛이 느껴졌습니다. 후각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죠. 기자는 운이 좋아 맛있는 젤리를 골랐습니다만, M.S.G 팀의 정이든(용인중 2) 군은 운이 나빴습니다. “맛있는 젤리라고 생각했는데, 집게를 떼자마자 풀 냄새가 풍겨서 먹기 힘들었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취해 기묘한 음식들을 먹다 보니 영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갔습니다. 반짝이는 별 아래에서 한국의 청소년들은 스펜스 교수의 학생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시원 군은 “함께 이야기를 나눈 학생에게 M.S.G 숟가락에 어떤 기능을 더 추가할 수 있겠냐고 조언을 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소리를 넣으면 어떨까, 냄새를 추가해 보는 것도 좋겠다, 숟가락 온도를 바꿔 색다른 효과를 보일 수도 있다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렇게 질문하고 보완하면, 영국에서 본 기업들처럼, M.S.G의 아이디어도 어느새 커다랗게 성장하지 않을까요?” 꿈을 안고 떠나, 더 큰 꿈과 함께 돌아온 영국 맛 여행이었습니다.

2월 6일 저녁, 워튼 키친 가든에서 삼양라운드스퀘어 프라이즈 대상 수상자들이 스펜스 교수와 식사를 했다. 코를 막고 젤리를 먹는 실험 중인 모습.
이 기사는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제작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