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제3의 눈’. 이 눈은 빛을 감지하는 기능이 있지만, 정말 눈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 5억 년 전의 화석 연구를 통해 이 부위가 단순 감광 기관이 아닌 진짜 눈이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1월 21일, 레이샹퉁 중국 윈난대 고생물학연구소 연구원팀은 캄브리아기 척추동물 밀로쿤밍기드 화석에서 4개의 눈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86-025-09966-0 연구 내용을 화석의 주인공인 밀로쿤밍기드와의 가상 인터뷰로 정리했다.
Q.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약 5억 1800만 년 전 중국 윈난성의 청장 지역 바다에서 살았던 밀로쿤밍기드라는 초기 척추동물의 화석입니다. 연구팀이 발견한 10개 화석 중 하나로, 가장 오래된 척추동물에 속해요. 제 얼굴 양쪽에는 시커먼 점 두 개가 있는데, 양쪽 눈 사이 한가운데에도 비슷한 검은 점이 있습니다. 학자들은 오랫동안 이것을 비강(콧구멍)이라고 생각했지만, 전자현미경으로 자세히 분석한 결과, 송과체와 부송과체라는 두 개의 눈 구조로 밝혀졌습니다.
Q.눈이 네 개라고요?
네, 정확히는 송과체 복합체라는 구조입니다. 양쪽에 눈 2개, 그리고 머리 위쪽에 송과체와 부송과체로 2개 더 도합 4개의 눈이 있었어요. 연구팀은 이게 척추동물의 조상 형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우리 척추동물의 기본 설정은 눈이 4개였다는 거죠.
Q.눈이 왜 4개나 필요했나요?
제가 살았던 캄브리아기의 바다는 지금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생물 다양성이 급증하면서 거대 포식자들이 진화해 사냥감을 찾아다녔습니다. 살아남으려면 360° 전방위 감시가 필수였던 거죠. 저희 같은 밀로쿤밍기드 화석들은 무리 지어 발견됩니다. 집단 생활을 했다는 증거입니다. 물고기 떼가 포식자를 피하려면 전후좌우뿐만 아니라 위에서 오는 위협도 감지해야 합니다. 머리 위쪽의 송과체 눈이 바로 그 역할을 했습니다. 잠수함의 잠망경처럼 위쪽을 감시하는 눈이었던 셈이에요.
Q.지금은 척추동물 눈 2개가 어디로 갔나요?
현대 파충류와 양서류, 물고기들은 여전히 송과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빛의 밝기만 감지하는 정도로 퇴화했죠. 포유류는 뇌 속 깊은 곳에 송과체를 가지고 있지만 빛을 직접 감지하는 기능은 완전히 사라졌어요. 그 대신 시각 정보를 받아 멜라토닌을 분비하며 수면 주기를 조절합니다. 포유류는 중생대에 야행성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밤에 활동하면서 머리 위에서 빛을 감지할 필요가 줄어들었던 탓입니다.
Q.이번 발견이 어떤 의미를 줄까요?
제 화석은 눈의 진화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바꿀지도 몰라요. 그동안 학자들은 양쪽 눈 2개가 척추동물의 기본 구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여주듯이 실제로는 원래 4개의 눈이 었습니다. 송과체와 일반 눈이 정말로 같은 기원에서 나왔다는 ‘심층 상동성’ 가설도 제 화석을 통해 증명됐고요. 레이샹퉁 연구원은 “초기 척추동물 화석이 송과체 복합체가 실제로 시각 능력을 가졌음을 보여준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현대 인류를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의 뇌 속에 있는 송과체가, 5억 년 전 제가 살던 시절에는 하늘을 바라보는 진짜 눈이었던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