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발표된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는 한국 경제의 불평등이 최근 아주 급격히 악화됐다는 결과를 내놨다.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20%는 1년 전에 비해 무려 10.3%의 소득 증가를 기록한 반면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20%는 오히려 7.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런 결과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으며, 더 나아가 가계동향조사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가 주목받은 이유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가계동향조사에 대해 먼저 잠깐 살펴보자. 가계동향조사는 1963년부터 작성된 가구 소비 관련 통계로, 분기 및 연간 기준으로 작성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분기별로 우리나라 가구의 소득과 소비 수준을 시의성 있게 파악하는 지표이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됐다.
첫 번째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작성하기 위한 가중치를 계산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로 사용됐다. 두 번째는 ‘지니계수’와 같은 소득분배지표를 작성하는 자료로 쓰였다. 여기서 지니계수란, 소득 불평등을 측정하는 데 사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로 이것이 ‘1’이면 단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진 사회를, ‘0’이면 모든 이가 골고루 나눠가지는 사회를 의미한다.
1960년대에는 전국 도시 17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했으나, 2003년부터는 전국가계조사로 확대됐다. 특히 2017년부터는 가계수지(가구의 총수입과 총지출) 통계에서 가계지출 통계로 특화됐고, 2018년에는 소득 부문이 신설되는 한편 표본규모도 월간 9180가구로 확대됐다.
“표본 달라져 단순 비교 안 된다”
가계동향조사 ‘통계 오류’ 논란의 핵심 쟁점은 위 문단의 마지막 부분이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일부 연구자들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2017~2018년 가계동향조사에 발표된 숫자를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8월 16일 ‘소득분배의 현황과 정책 대응 토론회’에서 내놨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2016년까지 가계동향조사는 ‘36개월 가계부 기장 방식’으로 6956개의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런데 2017년에는 갑자기 4145가구로 표본이 줄어들며 조사 방식도 가계부 기장 방식이 아닌 면접 조사 방식으로 전환됐다. 더 나아가 2018년에는 기존과 달리 2015년 인구센서스에 기반한 샘플(및 가중치)로 바뀌면서 표본이 다시 6610개로 증가했다.
연구자들은 2016년 표본(6956개) 중 1594개만 2018년까지 유지됐을 정도로 표본 변화가 컸음을 감안할 때, 결과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92쪽 그림). 특히 2018년 새롭게 추가된 표본과 그 이전의 표본(패널 표본)을 비교해보면 아주 명확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이번 새로운 표본에 저소득층이 많이 편입됐다는 점이다(92쪽 그림 2).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18년 상반기의 소득 불평등 악화는 잘못된 조사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이 된다. 쉽게 이야기해, 옛날에 비해 표본이 너무 달라져서 이를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되는데, 이를 굳이 비교해서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홍 선임연구위원은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1인 가구와 노령 가구가 대거 편입된 것이 불평등이 심화된 것처럼 보이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표본 조정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물론 통계청은 강하게 반발했다. 다양한 요인을 검토해 표본을 재구성해도 사회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위층 가구 소득 감소 최대, 통계청 발표 부정확’ 기사에 통계청이 낸 해명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에 비해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의 소득 배율이 2017년 1분기 5.35에서 2018년 1분기 5.95로 껑충 뛰어올랐다. 즉, 소득 하위 계층에 비해 상위 계층의 소득이 훨씬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은 2018년 1분기 소득 배율을 2017년 1분기와 동일한 연령 분포로 가정해 계산해도 5.81로, 처음에 발표한 5.95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더 나아가 2015년 인구센서스를 감안한 새로운 통계 표본을 쓰지 않고, 1인 가구의 비중 등을 조정해 비교해도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두 의견의 차이를 요약하면, 홍 선임연구위원 등은 통계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불평등이 개선됐는지 악화됐는지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통계청은 2016~2018년 표본이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나, 이전과 달리 면접 조사 등을 통해 정확성을 높였고, 특히 2015년의 인구센서스를 기반으로 더욱 정확한 표본을 쓴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소득 증가… 현실 잘 활용해야
필자는 두 의견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먼저 홍 선임연구위원 등이 지적했던 것처럼, 저소득층의 표본이 이전보다 훨씬 많이 포함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는 통계청 지적처럼 현실을 더 잘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단순 비교하기에는 너무 큰 차이다. 특히 새로운 표본이 대거 포함되고 또 면접 조사로 바뀌는 과정에서 응답자들이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모순된 답변을 했을 가능성 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이 지적했듯, 최근 사회의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사실은 크게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업체 규모별 임금 추이를 살펴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은 크게 상승한 반면, 그 외의 사업장 임금은 탄력이 약한 모습이다(왼쪽 그래프). 결국 사회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최근의 통계 결과는 표본을 교체한 탓도 있겠지만, 대기업 위주로 소득이 가파르게 증가한 현실을 포착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통계의 오류’ 유무에 매달리기보다, 최근 대기업 중심으로 가파른 소득 증가가 나타난 현실을 잘 따져 적절한 재분배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기업들의 임금이 오르는 것은 경제에 좋은 일이다. 대기업의 고용이 늘어나고, 또 역사상 최대 규모의 법인세를 납부하니 이런 좋은 조건을 잘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