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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하미나 작가 인터뷰 | 목소리를 찾아 과학을 횡단하다

과학도, 작가, 과학사 연구자, 운동가, 방송인, 시인, 퍼포먼스 예술가…. 하미나 작가를 수식하는 표현은 너무도 많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수식어는 ‘전(前) 과학동아 기자’다. 한때 과학의 최전선을 취재하던 사람이 어떻게 시와 산문의 길을 선택했을까. 11월 14일, 새 책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를 낸 하미나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과학동아에서 시작한 과학 글쓰기의 길

 

창욱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미나 : 안녕하세요. 하미나 작가라고 합니다.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글쓰기는 물론 번역, 시 쓰기, 방송, 퍼포먼스 예술, 글방 수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하미나
2018년, 과학동아의 ‘사이언스 바캉스’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하미나 작가. 그는 과학동아 기자로 본격적인 글쓰기 경력을 시작했다.

 

창욱 : 다양한 경력 중에서도 ‘과학동아 기자’가 인상적입니다. 벌써 7년 전이군요. 과학동아 기자 시절은 어땠나요.

미나 :  첫 직장이 과학동아였어요. 완전 병아리 기자였죠. 어렸을 때부터 과학과 글쓰기를 좋아했어요. 대학에서는 지구환경과학을, 대학원에서는 과학철학과 과학사를 공부했어요. 대학원 과정 중에 과학동아에 입사해 기사를 쓰게 됐는데, 어찌 보면 첫 직장이 과학동아인 게 자연스러웠죠.


지금 생각해 봐도 기자 일을 사랑했어요! 세상과 항상 맞닿아서, 제 예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들으며 기사를 쓰는 것이 정말 좋은 글쓰기 훈련이 됐어요.

 

창욱 : 어떻게 과학동아를 떠나 새로운 활동을 하게 됐나요?

미나 :  우선 석사 논문을 마무리해야 했어요. 그리고 제가 드러나는, 저만의 작업을 더 하고 싶었어요.


전문적인 과학 글은 객관적으로 써야 하잖아요. 과학을 공부하고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나’라는 주어가 사라진다고 느꼈어요. 저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촌스럽거나 비전문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기자와 연구자였을 때 배운 논리적 언어를 벗어나고 싶어서 시를 써봤어요. 또 그렇게 만들어진 글을 눈으로 읽는 것과 직접 낭송하며 듣는 것은 다르잖아요? 그래서 동료들과 무대 위에서 시를 낭송하는 퍼포먼스를 해보기도 했죠. 보는 사람이 완전히 다른 방송에 출연해 보기도 하고요. 저만의 온전한 목소리를 찾기 위한 다양한 경험이었죠.

 

과학 글쓰기의 경계를 넘는 과학 글쓰기

 

창욱 :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의 1부를 읽었을 때의 놀라움이 지금도 생생해요. 과학을 다룬 산문은 물론이고, 나중에는 개인적 경험을 담은 이야기, 시, 대본이 뒤섞여있었어요. 장르와 형식이 섞인 실험적 구성이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연상케 하더라고요. 분명히 과학 논픽션을 쓰는 중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미나 : 책의 시작은 신문에 연재한 칼럼이었어요. 과학사와 과학사회학의 관점에서, 과학계에서 느껴지는 성차의 모습을 담은 글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이 칼럼을 모아 책으로 만들려고 보니 도저히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 거예요. 그사이 저는 많은 경험을 거치며 달라졌고 과거의 제가 아니라 어떻게 만져도 어색한 기분만 들었죠. 초고를 네 번이나 갈아엎고 마지막으로 그동안 써왔던 모든 글을 합쳤어요. 그러고 나니 글의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칼럼은 물론 일기, 시, 대본 모두에 제 변화가 담겨있었던 거예요.

 

창욱 :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본인의 경험을 통해 전해주시죠. 작가님이 과학계에서 느낀 성차는 어떤 것이었나요?

미나 : 교과서와 수업에서 배운 과학과, 여성으로서 제가 직접 접하고 연구하면서 느낀 과학 사이에서 많은 차이를 느꼈어요. 예를 들어 과학계에는 여성을 찾기가 힘들어요. 제가 과학동아 기자였을 때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도나 스트리클런드는 무려 55년 만에 탄생한 여성 물리학상 수상자였어요. 물리학계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드문지 보여주는 증거였어요. 저는 여성 과학도였는데, 과학계는 그만큼의 여성을 대변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ㅜ

뿐만 아니라 과학 지식이 성별에 따라 편향되기도 합니다. 건강 문제가 그래요. 심장 질환의 경우 남성이 주로 앓는 질환으로 알려졌어요. 그래서 여성이 겪는 심장 통증을 제때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우울증은 반대예요. 여성 환자는 병원에 곧잘 가니까 여성 우울증 환자는 진단이 쉽거든요. 반대로 남성 우울증 환자는 연구가 잘 안 돼 있어 환자가 병원에 안 가고 고통받는 기간이 길어지기도 해요.

 

 

창욱 : 형식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이 책은 다층적이었어요. 과학동아에 ‘과학책’으로 소개해도 될지 고민이 될 정도로요. 책의 핵심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미나 :  처음에는 방향을 정해놓지 않고 쓴 글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 글들이 계속 같은 질문을 던진다는 걸 알았어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인식론적인 틀’과 ‘내가 실제로 경험하는 세상’ 사이의 관계가 계속 궁금했던 것 같아요. 과학의 언어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지만, 내가 직접 겪는 세상은 과학의 언어와 다를 때가 있잖아요. 그사이의 균열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교과서와 수업에서 배운 과학’과 ‘여성 과학도로서 직접 느낀 과학’의 차이처럼 말이죠.

 

창욱 : 작가님은 책에서 과학의 폭력적인 부분, 차별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앞으로의 과학이 이를 넘어서길 바라고 계시죠. 과학이 어떻게 폭력과 차별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미나 :  과학기술은 중립적으로 볼 때 오히려 악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권력자들이 과학의 권위를 이용해 과학기술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용하기 쉽기 때문이죠. 드론 기술이 물류나 농업 등 인류를 돕는 데 쓰일 수도 있지만, 전쟁터에서 인간을 더 정교하게 살상하는 데 쓰일 수도 있는 것처럼요.

영국의 여성 과학기술학자 마리아 푸이그 드 라 벨라카사(Maria Puig de la Bellacasa)는 과학을 ‘사실의 문제’가 아닌 ‘돌봄의 문제’로 보자고 제안했어요. 자연과 기술을 단순히 자원이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이들과 우리 사이의 ‘관계망’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 보자는 것입니다. 관계망 안에서 과학기술이 인간과 비인간 존재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살피고,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유지하고, 고치고, 돌볼 건지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미나
현재 하미나 작가는 서울과 독일 베를린을 오가며 다양한 종류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베를린에서 진행한 강연에 연사로 발표했고(왼쪽), 2025년 6월 베를린시축제에 ‘메아리 조각’이라는 팀으로 참가해 시 낭송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내게 여전히 과학은 사랑과 매혹, 경이

 

창욱 : 과학의 테두리를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해오셨습니다. 지금 현재 과학은 작가님에게 어떤 방식으로 남아 있나요?

미나 :  과학은 저를 끝없이 겸손하게 만듭니다. 과학은 자연을 탐구하는 학문이잖아요. 자연은 엄청 거대하고 날 뛰어넘는, 우리가 소속됐지만 끝까지 알 수 없는 세상이고요. 내 안의 문제나 사람 사이의 관계에 골몰해 있다가도 제가 배운 과학 지식이 ‘세상엔 너보다 더 크고 중요한 게 있어!’ 하고 저를 정신 차리게 해줘요.

 

창욱 : 그렇다면 과학 기자를 거쳐 다종적 예술가가 된 지금의 하미나 작가가 생각하는 ‘과학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미나 :  제게 과학 글쓰기는 아름다움에 관한 글쓰기예요. 대개 예술이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순수한 물리학 책을 보면서도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거든요. 과학에 관한 글쓰기는 아름다움에 관한 찬미라고 생각해요.

 

창욱 :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의 삶의 여정은 과학동아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영감을 줄 것 같아요. 독자들께 전하고픈 한 마디를 부탁드립니다.

미나 :  여러 다양한 선택을 하면서 느낀 건데, 어떤 선택을 해도 슬픔과 고통은 피할 수 없어요(웃음). 그럴 때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선택을 하면 좋겠어요. 내 마음이 이끄는 선택은 내가 선택한 거니까, 슬픔과 고통을 감당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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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창욱
  • 사진

    남윤중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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