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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섬에가고싶다 카나리아 제도

천의 얼굴을 가진 생명의 낙원

아프리카와 서북단 대서양의 검푸른 바다 위에 500km에 걸쳐 솟아 오른 7개의 섬들로 이뤄진 카나리아 제도. 비옥한 토양과 아열대성 기후로‘행운의 섬’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제도는 15세기 이후 줄곧 스페인의 통치 아래 있다.

화산 활동으로 대륙의 해안을 따라 길게 생겨난 섬들은 바다와 산악의 면모를 고루 갖추고 있다. 사시사철 만년설로 덮여 있는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산인 테이데산(Mount Teide)도 바로 이 제도 안에 있다.

기원전 40년경 로마황제 주바 2세가 이 제도를 탐험한 내용을 기록한 플리니우스는“매우 큰 개(카네)들이 많아 카나리아로 불렀다”고 썼다. 애완용으로 인기 있는 카나리아 새의 이름도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다. 스페인인들이 16세기에 이 제도를 점령하면서 섬에 살던 예쁜 새를 데려다 기른 것이 계기가 됐다.

화산과 바다, 사막, 만년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최고의 크루즈 여행지이자 생명 진화의 진행형을 엿볼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화산가스가 대지를 수놓다

폭발 당시 분출된 화산가스는 용암을 물들이며 바위 곳곳을 푸르고 노란띠로 수 놓았다. 란자로(Lanzarote)섬은 카나리아 제도의 동쪽 끝에 있다.

오랜 화산 활동은 섬의 대지에 독특한 색깔을 남겼다. 지난 1730년 일어난 대폭발은 무려 6년 동안이나 계속됐다. 화산 30여개가 동시다발로 폭발했을 당시 온마을과 땅은 약 10km 길이의 용암으로 뒤덮였다.

다시 90년이 흐른 뒤 일어난 1824년 대폭발은 섬 지형을 또 한번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새로운 화산 봉우리가 3개 더 형성되어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74년 문을 연 티만파야 국립공원에는 아직도 당시 화산 활동의 흔적이 남아있다.
 

티만파야 국립공원 내 '몬타나스 델 푸에고' 지역에서는 지금도 열이 뿜어 나온다. 옆에 잇는 구덩이 속에 마른 건초더미를 넣으면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며 금새 불이 활활 타오른다.


제2의 갈라파고스를 꿈꾸며

형형색색의 바위는 하리아도마뱀과 갈가마귀, 갈매기, 코리섬새(바다새의 일종)를 포함한 300종 이상의 이끼류와 생물들의 보금자리다. 이런 독특한 환경을 찾아해마다 수많은 지질학자나 식물학자, 동물학자, 그리고 화산학자들이 몰려든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브렌트 에머슨 박사는“카나리아 제도에서만 서식하는 곤충인 파리매(robber fly)가 새로운 종의 분화에 얽힌 의문을 풀어주는 열쇠”라고 말한다. 학명이 Promacus vexator인 이 신종의 출현은 카나리아 제도가 다른 지역보다 생물 다양성이 풍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풍요로운 섬은 외래종마저 품어 안는다. 앵무새공원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보낸 앵무새들을 구경할 수 있다.


번지점프를 할까

카나리아 제도는 스페인령 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포르투갈령 마데이라섬은‘영원한 봄의 섬’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아프리카 모로코 해안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마데이 화산은 섬 안 봉우리들을 계곡을 따라 길게 흘려 놓았다. 곳곳에는 경사가 급한 절벽들이 많으며 이들과 조화를 이루는 거대 폭포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섬의 해안선을 따라 가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해안 절벽‘카보 지라오’(Carbo Girao)가 나타난다. 해면에서 수직으로 약 580m 높이로 솟아 있어 위에서 내려다보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새로 뚫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도 정상까지 꼬박 반나절 걸음이다.

마데이라섬은 초록으로 뒤덮인 태초 그대로의 자연경관과 풍부한 농작물, 이상적인 기후가 있어 이미 오래전부터 도시 문명에 찌든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천혜의 기후와 비옥한 토양은 마데이라산 포도주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놨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카나리아 제도. 큰 섬 7개와 펼쳐진 북아프리카의 명승지다. 하늘 높이 피어오른 구름 사이로 카나리아 제도가 자태를 드러냈다.


아름다운 모순

카나리아 제도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 넓게 펼쳐진 모래사막과 만년설이 만나는 절묘한 모순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네리페(Tenerife)섬은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섬 남쪽은 기괴한 바위들이 있는 사막과 흘러내리다 식어 굳은 용암 지대가, 섬 북쪽은 바나나, 토마토, 감자를 재배하는 푸른 채소밭이 길게 펼쳐진 독특한 지형을 이룬다.

특히 들쑥날쑥한 해안가 곳곳에 흩뿌려진 검은색과 회색, 금빛 모래는 오랜 화산활동과 침식활동이 안겨준 선물. 섬 어디서나 이처럼 과거 화산 활동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이 가운데 테이데산 정상(해발 3718m)의 카나다스 분화구는 그야말로 최고의 절경이다. 이 산은 뾰족한 삼각형 모양으로 정상 주변은 항상 녹지 않는 만년설로 덮여 있다.
 

섬 남쪽의 기괴한 바위 지형을 배경으로 선인장 무리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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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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