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질수록 낮은 짧아지고 밤이 길어진다. 약 24시간 주기에 따라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생체 시계’는 이런 계절적 변화에 맞춰 몸의 리듬을 조절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카블리 기초 신경과학 연구소 연구팀은 섭취하는 지방의 종류가 계절에 따른 생체 시계 적응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는 10월 2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doi: 10.1126/science.adp3065
연구팀은 쥐로 실험에 나섰다. 매일 12시간에 한 번씩 낮과 밤이 바뀌는 환경에서 쥐를 사육한 뒤, 두 개의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고지방 식단과 일반 식단, 일반 식단과 열량 제한 식단을 각각 제공했다. 이후 밤이 20시간까지 지속되는 겨울형 주기와 낮이 20시간까지 지속되는 여름형 주기로 빛의 주기를 바꿔 적응 속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고지방 식단을 한 쥐는 밤이 짧아지는 여름형 주기에는 빠르게 적응한 반면, 밤이 길어지는 겨울형 주기에는 적응이 느렸다. 열량 제한 식단을 한 쥐는 겨울형 주기에는 빠르게 적응했지만, 여름형 주기에는 적응이 더뎠다.
연구팀은 생체 리듬이 바뀔 때 쥐의 시상하부를 살폈다. 앞서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PER2 단백질의 662번째 아미노산(S662)의 인산화 여부가 생체 시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PER2-S662의 인산화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이뤄진다. 실험 결과 고지방 식이를 한 실험군 쥐는 시상하부에서 PER2-S662 인산화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S662 부위가 인산화되지 않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쥐는 겨울형 주기에 빠르게 적응했다. 이는 지방 섭취가 PER2 단백질 인산화 상태를 바꿔 계절 적응 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방 종류도 생체 리듬을 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옥수수기름을 부분 수소화해 포화도가 더 높은 형태로 바꾼 뒤, 이 기름을 먹인 쥐의 생체 시계 반응을 비교했다. 그 결과 수소화된 기름을 섭취한 쥐는 PER2-S662 인산화가 증가하고 여름형 주기에 잘 적응했다. 즉 불포화지방보다 포화에 가까운 지방을 섭취할수록 빛이 길어지는 신호를 잘 모방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인류의 진화적 습관과도 연관이 있다고 본다. 논문에서 “우리는 여름에 많이 먹고,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지방을 저장하도록 진화했다”며 “현대 사회에서는 인공조명과 가공식품 탓에 계절 신호와 생체 시계의 리듬이 엇갈리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인의 식단에 흔한 부분 수소화 식물성 지방은 불포화지방이 변형된 형태로, 계절과 무관하게 ‘여름이 가까운 시기’의 신호를 모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 “특히 겨울에는 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싶은 본능적 충동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