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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에 사람의 줄기세포 넣은 키메라 세포
지난 1월 26일, 미국 솔크생물학연구소의 후안 카를로스 이스피수아 벨몬테 교수팀은 돼지의 수정란에 인간의 줄기세포를 주입한 ‘키메라’를 배양해 인간의 조직 혹은 기관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크리스퍼-캐스9 (CRISPR-Cas9)을 이용해 돼지의 수정란에서 췌장, 심장, 눈과 같은 기관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잘라냈다. 이후 사람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돼지 배아에 주입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이미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역분화를 일으키는 네 가지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여러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 즉 다능성을 가지게 된 세포다. 연구팀은 사람의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들어간 돼지 배아를 암퇘지에 착상시켰고, 그 결과 근육 조직을 포함해 사람의 기관 세포가 분화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착상한 배아는 4주간 살아있었다.
돼지와 사람, 분화하는 속도 달라 실험 어려워
이번 연구를 한 솔크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2010년에는 래트(Rat)와 쥐(Mouse)의 키메라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추가 연구가 이어져 결국 래트의 췌장을 가진 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럼 이 쥐처럼 돼지의 몸에서도 인간의 췌장이 자라날 수 있을까. 아직 미지수다. 벨몬테 교수는 “이번 실험은 키메라 쥐보다 훨씬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꼽은 어려움 가운데 첫 번째는 돼지와 사람이 진화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래트와 쥐의 유전적 거리의 5배 정도다.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 연구에 돼지 1500마리의 배아와 40명의 사람 세포가 사용됐다.
배아가 자라나는 속도, 분화하는 속도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숙제였다. 벨몬트 교수는 “마치 일반 도로를 달리던 사람 세포가 갑자기 빠른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것과같다”며 “속도를 잘 맞추지 않으면 사고가 나게 된다”고 비유했다.
연구팀은 발생 초기에 어떤 세포로도 다 분화할 수 있는 ‘나이브(naive)’ 세포와, 다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좀 더 발달한 ‘프라임드(primed)’ 세포, 그리고 그 중간단계의 세포(intermediate)에 각각 사람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주입해 관찰했다. 그 결과 중간단계의 세포에서 생존확률이 가장 높았다.
돼지와 사람의 키메라 배아를 만든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 UC데이비스 파브로 로스 교수 역시 돼지의 배아에서 인간의 췌장 세포를 발달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벨몬트 교수의 연구는 더 다양한 기관을 분화시켰고, 키메라 배아의 생존률을 높이는 실험 요소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키메라 연구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국립보건원, 키메라 배아 연구비 중단 해제해
하지만 키메라 돼지가 어떻게 발현될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만일 키메라 돼지에서 인간의 뇌가 분화하면 어떻게 할까. 이에 대해 벨몬트 교수는 “사람과 너무 많이 닮은 돼지가 태어나는 것은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문제였다”며 “키메라 돼지에서 사람의 유전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아주 작고, 뇌를 포함하는 중추신경계로 분화하는 모습은 관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스 교수 역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의 뇌로 자라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조사해 봐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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